오랜 고민의 끝에 제빵학원에 다니게 되었다. 첫 번째 수업 날 나의 로망은 조금 뒤틀려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빵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제빵학원을 다니면 그저 행복할 것이라 생각하였지만, 목표를 제빵 기능사로 정하였기에 시험 또한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었다. 학원만 다니면 될 것이라는 망상으로 맞이한 수업 첫날은 나의 무지함을 반성하는 시간이 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빵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 만으로 충분히 설레었다. 오리엔테이션 수준의 첫째 날을 보내고 두 번째 수업일부터 제빵 실습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수업 둘째 날 처음 빵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내 눈앞에서 보고 반죽을 구워내어 완성된 빵을 집으로 들고 오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첫 실습으로 만들게 된 건 동글동글한 세 개의 반죽이 솟아오른 식빵이었다. 퉁탕퉁탕 반죽기가 열심히 반죽해준 반죽을 숙성하고 나누어 밀대로 밀고 정해진 모양대로 말아 틀에 넣어 구웠다. 모든 게 처음인 나는 반죽기 부터 오븐까지 모든 과정이 신기했다. 따끈따끈 갓 구워진 식빵이 내 손에 쥐어졌다. 그동안 조각조각 흩어 져있던 나의 마음을 동그랗게 빚어내어 따끈따끈하게 구워낸 것처럼 왠지 식빵을 보는 것 만으로 마음이 편안해졌다.
내가 만든 식빵을 달랑달랑 들고 2달 만에 나의 연인 지운이를 만났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여파로 타지에 사는 지운이와 만날 수 없는 슬픈 나날의 연속이었지만, 마스크를 꼬옥 끼고 드디어 만났다. 2월의 시작을 마지막으로 벚꽃이 져 갈 때쯤이야 만나게 되다니. 애석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우리에게 너무나도 소중한 날이었다. 밀폐된 공간과 사람이 많은 곳을 피해 인적이 드문 산책로를 하염없이 걸었다. 덕분에 함께 보지 못했던 벚꽃과 개나리를 끝물에나마 볼 수 있었다. 흩날리는 꽃비 속에서 떨어지는 꽃잎 잡기 놀이도 하면서. 둘이서 손을 꼭 잡고 걷는 이 순간이 이렇게나 소중해질 줄이야. 물론 언제나 소중하지만 오늘은 애틋하다.
식빵 버스, 행복이 빵빵한 날
처음 빵을 구워낸 날 나의 첫 빵을 두 달 만에 만난 지운이에게 보여줄 수 있었다. 여러모로 기쁜 날이었다. 데이트하기에 장소가 마땅치 않아서 산책을 하였지만 덕분에 발이 혹사하였다. '우리만 탈 수 있는 미니 버스가 있었으면 좋겠다' 라며 계속 걸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기차역에 다시 나의 연인을 데려다주고 혼자 걸어오는 길. 마음속에서 행복함이 오븐 속의 식빵처럼 방글방글 부풀어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