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별 초간단집밥메뉴 제안 - 1. 계란
집밥의 가성비는 집밥을 먹는 빈도수와 비례한다. 집밥을 자주 먹지 않는 집은 야채나 고기 등 장본 재료들을 다 활용하지 못하고 썩어서 버리게 되는 경우가 많고 양념류도 자주 먹지 않으면 유통기한이 지나서 버리게 된다. 나도 결혼 전 자취할 때나 신혼시절엔 평일에 겨우 저녁 한끼도 집에서 해먹기 힘든 상황이어서 장봐둔 재료가 상해서 버리는 일이 자주 있었다. 하지만 집밥을 매일 먹는 경우, 당연히 외식이나 배달음식을 시켜먹는 것보다는 직접 해먹는 것이 싸다. 쌀을 비롯한 각종 양념, 각종 조리도구 등 초기비용이 좀 들지만, 아이가 있는 집은 매일 집밥을 먹을 수 밖에 없으니 집밥에 필요한 필수템들을 알아보자.
집밥을 해먹으려면 쌀과 각종 양념류 (식용유, 고춧가루, 참기름, 깨, 국간장, 양조간장, 된장, 고추장, 소금, 설탕, 매실액, 파, 마늘 등)는 머스트해브 아이템이다. 이 외에 집밥을 해먹는데 필요한 기본재료들을 냉장, 냉동, 상온 재료로 나눠보면 다음과 같다.
냉장재료
김치, 달걀, 두부, 콩나물, 햄이나 소시지, 훈제오리, 구이용 소고기나 돼지고기, 대파, 우동간장, 참치액
냉동재료
돈까스, 너겟, 만두, 곰탕, 냉동새우튀김, 식빵, 떡국떡, 우동면, 국거리용 소고기, 어묵,
상온재료
마른 미역, 김 (조미김, 김밥용 김), 카레가루, 토마토소스
이 재료들만 있으면 일단 식사해결은 가능하고 채소, 과일 등은 가까운 마트에서 일주일에 1~2번 먹을만큼만 사온다. 내가 주로 구매하는 것들은 자주 먹는 감자, 당근, 양파, 알배추, 시금치, 브로콜리, 토마토, 바나나와 제철과일들.
그리고 없어도 되긴 하지만 있으면 더 좋은, 아니 더 좋은 정도가 아니라 집밥을 하는데 날개를 달아주는 치트키가 있다.
그것은 바로 코인육수와 참치액! 국의 육수와 간을 담당하는 두 아이템은 우리집 집밥의 일등공신이다.
국의 베이스는 멸치육수나 소고기육수다. 멸치육수를 낼 때 다시마, 멸치를 우려도 되고 육수팩을 써도 되지만 국 끓이려다가도 육수낼 생각하면 귀찮아져서 포기하기 일쑤였던 귀차니스트인 나를 구제해준 코인육수. 귀찮은 일 하나 줄이려고 써봤는데 너무 간편하고 그냥 육수를 낼 때보다 진한 맛이 나서 1+1 행사를 할 때 넉넉히 사다둔다. 코인육수를 쓰고 난 이후로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국냄비에 물 받아 코인육수 한 두알 넣고 인덕션에 올린다.
된장국을 제외한 다른 국들은 보통 국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하는데 뭔가 2% 아쉬운 맛이 날 때가 많다. 이럴 때 참치액 한 스푼을 넣으면 어디서 많이 먹어본 친근한 식당 맛이 난다. ㅎㅎㅎ 뭐가 들었나 성분을 살펴보니 MSG는 안들었는데 왜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감칠맛을 더해주어 2% 부족한 국물 맛을 채워주는 고마운 녀석이다.
코인육수와 참치액의 조합은 천하무적이다. 계란국, 떡국 (떡만둣국), 콩나물국, 김치콩나물국, 어묵국, 된장국 (무, 배추, 시금치 등등), 미역국, 소고기무국 등 왠만한 국들은 다 끓일 수 있어서 나는 주로 이 국들로 돌려막기를 한다. 겨울은 또 뜨끈한 국물의 계절 아닌가. 국 한 냄비 끓여두면 저녁에 먹고 다음날 아침까지 해결되니 1타2피! 아침 메뉴 고민없이 국 데우고 밥만 푸면 되니 마음이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다.
위의 재료들로 간단히 해먹을 수 있는 집밥 메뉴들 몇가지를 소개해본다. 1탄의 주인공은 계란!
계란은 영양가 풍부하고 구하기 쉽고 가격도 저렴한데다 조리 난이도는 낮은 만능 식재료다. 가장 조리법이 간단한 계란후라이, 삶은 계란부터 계란국, 계란찜, 계란말이, 에그마요, 계란볶음밥, 프렌치토스트 등 계란의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다. 오늘 소개할 메뉴는 우리집에서 제일 자주 먹는 계란국, 계란볶음밥, 프렌치토스트.
1. 계란국
냄비에 물 700밀리 정도 넣고 코인육수 한 알 넣고 끓으면 달걀 두개 휙휙 풀어서 넣고 참치액 두 스푼 넣고 가위로 파 좀 잘라서 넣고 후추 톡톡 하면 끝. 냉장고에 두부나 순두부가 있으면 같이 넣으면 더 든든하고 좋다. 아침에 먹을게 마땅찮을 때 5분만에 끓여서 후루룩 밥말아먹기 딱 좋은 국 완성!
계란은 어떤 재료와도 잘 어울려서 계란국은 다양한 베리에이션이 가능하다. 계란 넣기 전에 황태 불린걸 넣으면 황태국이 되고, 감자를 썰어넣으면 부드러운 계란감자국이 되고, 떡국떡을 넣으면 떡국, 만두도 같이 넣으면 떡만둣국이다. 떡국, 떡만둣국은 김치 곁들여서 간단한 한끼 식사로도 훌륭하고 10분이면 완성되니 밥하기 싫은 날, 저녁메뉴로 자주 당첨된다.
2. 계란볶음밥, 김치계란볶음밥
오늘 점심 계란볶음밥은 주방보조 겨울이 투입! 점심식사와 요리활동 두 마리 토끼를 잡아보기로!
딴딴따다단~딴딴따다단~(BGM: 하얀거탑) 오늘 계란과 햄은 겨울이가 집도한다!
계란깨서 젓고 햄 찹찹 잘라주기.
프라이팬에 가위로 대강 파 잘라서 넣고 올리브유 두르고 중간불에 조금 두어 파기름을 낸다. 계란 2개 푼 것 넣고 소금 한 꼬집넣고 주걱으로 휙휙 저어주다가 밥 2공기 넣고 햄넣고 볶아주다가 굴소스 한 스푼 넣은 뒤 어머님이 주신 소주병에 담긴 췜기름 한 바퀴둘러서 화룡점정 찍기! 10분만에 햄계란볶음밥이 완성되었습니다!
아직 매운 김치를 못먹는 7살 여름이가 먹을 계란볶음밥과 다른 가족들이 먹을 김치볶음밥 한꺼번에 요리하기. 계란3개 후라이해서 접시에 덜어두고, 파기름내서 계란볶음밥 1인분 만들고 덜어낸다. 그리고 김치, 햄, 밥, 김치국물 조금 넣고 달달 볶다가 역시 굴소스와 챔기름으로 마무으리!
여러 가지 버전의 계란볶음밥들. 심플하게 계란만 넣어도 맛있고, 냉장고에 먹다남은 소고기 등심 한 조각 구워서 올려주면 계란볶음밥의 격이 업그레이된다. (대강 차려줘서 미안한 마음도 좀 덜하다.) 자투리야채 좀 넣고 냉동떡갈비 구워서 곁들여도 좋다.
3. 프렌치토스트
냉동실에 식빵 넣어두면 아침에 먹을 거 없을 때, 꺼내서 토스트도 해먹고 계란물 입혀 프렌치토스트도 해먹을 수 있어 소중한 비상식량이다. 소요시간은 5분컷!
계란 2개, 설탕 한 숟갈, 우유 50밀리 정도 넣어서 휙휙 저어주고 식빵 3장은 가위로 잘라서 (통째로 해도 되지만 큰 그릇을 꺼내야 하고 먹을 때 어차피 잘라야해서 잘라서 굽는게 편하다.) 계란물을 입혀준 뒤, 버터두른 팬에 지글지글 연한 갈색이 날 때까지 구우면 완성! 여기에 블루베리 콩포트 뿌려서 우유나 커피랑 먹으면 완전 꿀맛! 아침부터 집안에 풍기는 꼬소한 버터향에 꼬맹이들도 킁킁거리며 행복해하니 브런치식당도 부럽지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