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글짓기 대회의 핵심은 '실력'이 아니라 '참가'다
내가 나고 자란 곳은 농촌이다. 당시 초등학교(사실은 국민학교)는 전교생이 600명이고,
한 학년이 2반 뿐인 작은 학교였다.
그때 학생 수가 너무 많아 의정부의 초등학교는 오전반, 오후반을 시행하던 때였다.
양주군이 양주시가 되었지만, 여전히 장흥'면'인 곳이다.
물론 더 작은 학교도 많겠지만 아무튼 작다.
관내에는 통학할 수 있는 중학교가 없어 의정부로 중, 고등학교를 다녔다.
의정부의 여자 중학교로 진학했을 때 1학년이 19반이어서 너무 놀랐다.
세상에! 여자애들만 모았는데 50명씩 19반이라니!
게다가 우리 초등학교 그 중학교로 배정 받은 학생은 세 명 뿐이었다.
시골 학교에서 도시로 40분 씩 버스는 타고 통학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수 많은 아이들 속에서 '나'를 잃지 않고 학교 생활 하는 것이 무척 부대끼고 어려웠다.
그래도 버틸 수 있었던 건 하고 싶은 일이 뚜렷했기 때문이다.
국어를 좋아했고, 버스에서 이동할 때는 시를 끄적였다.
작은 초등학교를 강조했던 이유는 '참여' 때문이다.
우리 학교는 작았기 때문에 예능 분야 대회를 참여하려면 한 반 혹은 한 학년이 참가해야 했다.
재능은 상관 없다. 전원 참여가 의무다.
그렇게 참여한 대회가 합창대회, 사물놀이 대회, 행글라이더 대회, 동시 암송 대회 등등.
그리고 각종 기념일이 되면 글짓기 대회, 표어 짓기 대회, 웅변 대회가 열린다.
이 대회에 참가하는 것이 숙제였다.
아, 군부대가 많아서 국군의 날이 되면 군인아저씨들에게 위문 편지도 꽤나 썼다.
그 숙제가 '입상'이 되어 돌아오는 경우가 왕왕 생겼다.
나만 상을 받은 건 아니고, 친구도 받고 선배도 받고 후배도 받았다.
때론 지자체 문예지에 시조가 실리기도 하고, 대표로 백일장에 나가기도 했다.
글 잘 쓰는 걸 좋아하는 학생이 되자 선생님들은 동시 암송 대회에 참가 시켰다.
난 글은 잘 썼지만, 암송은 전혀 못했다.
지금도 암기력은 최악이다.
운동장 나무 그늘 아래서 동시를 수 십 번씩 낭독하며 외웠지만 수상은 못 했다.
글과 무관한 행글라이더 대회에 나가기도 하고, 음치인데 합창 대회 수상도 했다.
그땐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다.
그러니 백일장에 참가하라.
떨어져도 좋고, 입상하면 더 좋다.
초등학교 백일장 한 번으로 인생이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나 좀 글을 쓰네?' 자신감을 갖게 된다.
처음부터 전국대회보다는 우리 반에서, 우리 학년에서, 우리 학교에서, 우리 지역에서
상을 받아 보길 권한다.
반에서 글을 잘 쓰는 학생이 되는 건 쉽다.
반 친구와 선생님께 "전 글쓰기를 좋아해요."라고 말하면 그렇게 된다.
초등학교 글쓰기 실력은 '글을 쓰면' 저절로 생긴다.
이건 재능, 장래희망과 상관없다.
글은 쓸수록 늘고, 마침표를 찍으면 완성된다.
노하우?
선생님께 배운 대로, 국어책에 나온대로 쓰는 것.
글쓰기 주제에 맞춰 내 생각을 전달하면 충분하다.
문학성, 작품성은 필요 없다. 이 시기에 가장 중요한 건 '완결성'이다.
사실 글보다는 말로 전달하는 것은 쉽다.
누구나 말을 할 수 있고, 유치원생만 되어도 말의 논리가 있다.
그런데 글로 쓰려고 하면 한 문장도 어렵다.
그래서 TIP!
요즘 휴대폰이나 태블릿PC에는 음성인식 기능이 있다.
막내 아들이 한글을 모르던 까막눈 시절, 음성인식 키보드를 사용해 유투브 채널을 찾아봤다.
분명 글씨를 모르는데도 검색에 어려움이 없었다.
오호, 신세계라.
음성인식 키보드의 정확도가 높아져서 한 문장 정도는 오탈자 없이 적을 수도 있다.
처음부터 글자로 적는 것이 어렵다면 음성인식 키보드를 사용해 친구에게 말하듯 글을 써라.
휴대폰이나 태블릿 PC에서 구글 문서, 카카오톡, MS워드 등을 열고
문자 입력창에서 마이크 표시를 누르면 음성인식이 된다.
마이크가 활성화 되면 "저는 커서 환경을 지키는 과학자고 되고 싶습니다."라고 말해 보라.
저절로 입력될 것이다.
그렇게 짧은 글부터 써보자.
이런 학생이나 어른이나 모두에게 권하는 방법이다.
친구에게, 자식에게, 연인에게 대화하듯 음성 입력을 하면 한 편의 글을 완성할 수 있다.
물론 퇴고와 교정은 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