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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 여자 Oct 24. 2021

공모전을 왜 하세요?

누군가 물어본다면.

Photo by Aaron Burden on Unsplash


언제부터 작가가 되고 싶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유치원 때부터 줄곧 작가가 되고 싶었고, 문예창작학과에 입학했고, 지금은 작가가 되었다. 

작가를 결심하게 된 더 멋진 순간이나, 극적인 사건이 있다면 좋겠지만 아무리 기억해봐도 없다. 

시골에서 나고 자라 유일한 놀잇감이 동화책 한 질과 들풀뿐이어서 그랬을까?

도서관도 없는 그 시골에서 왜 작가가 되고 싶었는지 도통 모르겠다. 


시골 초등학교의 학급 문고와 농협에서 운영하는 작은 도서관이 전부였던 그 시절.

소설가나 시인은 만나보지도 못 했지만 늘 꿈은 작가였다. 

학창 시절 적잖은 학원비를 썼지만 글짓기 학원은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글쓰기의 기본은 국어시간에 배웠다. 


'혹시 글쓰기에 재능이 있나?'


그 재능을 확인하는 방법이 바로 공모전이었다. 

돌이켜보면 공모전 입상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었다. 

대학 진학을 앞두고 이대 백일장에서 상을 받아 문학 특기자 전형으로 입학하고, 

이제 글을 그만 쓸까, 다른 직업을 찾아야 할까, 진지하게 고민할 때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스토리공모대전 우수상을 받았으니까. 


어린 시절에는 부모님이나 학교 선생님이 추천해서, 

대학교 때는 인정받는 작가가 되려고, 

졸업 후에도 여전히 인정받고 싶어서 공모전에 도전했다. 

그 후에는 작품을 사업화하며 생계를 위해 지원사업에 지원했다.


종종 작가가 되기 전 기성 작가들의 데뷔 기를 찾아 읽는다.  

소설가, 드라마 작가, 시인, 각본가 등등 다양한 분야를 찾아봤다.  

때론 공모전 후기를 읽기도 했다. 

나랑 같은 처지의 지망생들은 어떻게 공모전에 당선됐는지 궁금했다. 

왜냐면 불안했으니까. 


나도 작가가 될 수 있을까?

이렇게 해서 죽기 전에 작품을 낼 수는 있을까?

연금도 없는데 먹고살 순 있을까?


작가가 되는 법은 정해진 경로가 없다. 

당장 '작가'라고 불러도 누가 뭐라 하지 않는다. 

아, "뭐 쓰셨는데요?"라고 묻겠지만. 

그럴 땐 "준비 중입니다"라는 멋진 대답이 있다. 


작가가 되었지만 완성형은 아니다. 지금도 계속 작가가 되고 싶으니까. 

일반 직장이야 사원, 대리, 과장 등등 직급이 있겠지만, 

작가는 그런 직급이 없다. 

초보 작가, 중견 작가, 스타 작가, 인기 작가가 있지만 직급이 아니니까. 

늘 '작가'라고 말하기 부끄럽다. 


내 작품을 누군가에게 보여준다는 건 발가벗고 서 있는 기분이다. 

가끔 동료들과 농담으로 원고를 보여주느니, 차라리 발가벗는 게 낫다고 말한다.  

그만큼 숨고 싶으면서도, 또 사람들이 작품을 안 알아주면 속상하다. 

그래서 우리끼리 '작가는 소심한 관종'이라고 부른다.  


흔히 작가는 '작기만의 집'을 짓는 사람이라고 비유한다. 

그렇게 따지면 전, 바닥 공사는 막 마쳤다. 

이제 그 집을 버리고 도망칠 수도 없고, 언제까지 완공을 미룰 수도 없다. 

데뷔를 앞둔 작가들끼리 자조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누가 작가 하라고 시켰니?"


아무도 안 시켰다. 심지어 원고를 달라는 사람도 없는데 계속 쓰고 있다. 

돈도 안 들어오는데, 쓰면서 행복하다.  

그러다 현실이 눈앞에 닥쳐오면 구직사이트를 돌아본다. 

경력도 없고, 자격증도 없고, 영어 점수도 없는데 취업이라니. 

다시 글을 쓴다. 할 줄 아는 게 글 쓰는 것 밖에 없으니까. 


재능을 의심하는 순간, 꿈을 포기하는 순간, 현실의 벽에 부딪힌 순간. 

공모전 수상 소식은(그 소식을 듣는 순간만은)

내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자신감을 준다.


"역시 넌 작가야."


지금까지 공모전에 참여한 횟수는 수 백 번? 

이럴 줄 알았더라면 어디에라도 기록해 놓았을 텐데. 

이렇게 오랫동안 공모전에 도전할 줄 몰랐다.

공모전 수상 노하우나 비법이라기보다는 '마라톤 참가기' 같은 '공모전 참여기'다.  


공모전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심사는 사람의 일이다. 

공모전에 떨어졌다고 내 작품이 부족한 것이 결코 아니다. 

대회의 취지에 맞지 않았거나, 심사위원의 기준과 다를 뿐이다. 

즉, 취향의 문제다.


"작가님은 글쓰기에 재능이 있으시잖아요, 저도 재능이 있을까요?"


간혹 이렇게 묻는 사람도 있을 텐데, 글은 누구나 쓸 수 있다. 

하지만 창작 분야는 재능이 있어야 한다. 

재능을 어떻게 알아볼까?

소설을 읽고, 드라마를 보고, 영화를 보고나서, 

'나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몇 글자라도 써 봤다면 재능은 있다. 


재능의 다른 말은 '관심'이 아닐까?

난 한 번도 운동선수가 되고 싶거나, 의사나 경찰이 되어 보고 싶지 않았다. 

눈길 한 번 주지 않았고, 노력도 하지 않았다. 

'글쓰기'라는 말에 관심이 있었다면 재능은 충분하다는 말이다. 

재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노력이다. 

해당 글쓰기 장르의 기본 문법을 익히고, 공모전에 참여하고, 자신의 색깔을 찾는 것은 

재능이 아니라 노력이다. 


그래도 재능을 확인해 보고 싶다면 공모전에 참여하는 것을 권한다.

공모전에 떨어지는 것이 두려워 참여하지 않는다면 탈락의 쓴 맛을 보진 않겠지만, 

당선의 기쁨도 누릴 수 없다. 


떨어져도 괜찮다.

수 백 번 떨어졌더니 작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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