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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미 Oct 22. 2021

<젊은 인재, 한국을 달린다> 인터뷰를 시작하며,

나의 모국어, 너의 한국어

이제 그들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고자 한다. 


나의 예전 학생들을 개별적으로 인터뷰하기 시작했다. 내가 만난 학생들 중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 사회인을 찾아가는 여정은 한국어가 한때 서툴렀던 그들과 함께 한국어로 대화하는 일만큼 신기했다.


예상하지 못한 난관도 있었다. 

누군가의 사적인 이야기를 풀어내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 대부분의 학생들은 반가움을 표했고, 자신의 이야기를 널리 알리는 일에 기꺼이 협조했으나, 몇몇의 학생들은 답변을 주지 않거나 하겠다고 응한 뒤 연락을 주지 않기도 했다. 그런 이들의 이야기는 싣지 않기로 결정했다. 어쩌면 바빠서, 또 어쩌면 그들의 선생에게 차마 딱 잘라 거절하지 못하고 그렇게 하겠노라 말한 뒤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데에 불편함을 느꼈을 수도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바람직한 사례’로 꼽고 싶었던 나의 의도가 좋았다고 해도 당사자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하는 수 없었다. 


누군가의 삶의 단면을 담는 일은 버겁다. 내 이야기를 하는 것 이상으로 타인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일은 상당히 조심스러웠기에 다음과 같은 인터뷰 원칙을 세웠다. 


1.     인터뷰 대상자는 모두 저자의 학생이었거나 저자와 직접적인 인연이 있었던 이들로 한다.

2.     집필 의도를 전해 학생들의 동의를 얻는다.

3.     동의하지 않은 학생들의 경우 그 학생에 대한 글은 싣지 않고, 동의했다 하더라도 본인이 저자에게 보내주기로 한 정보를 건네주지 않았거나 저자가 쓴 글을 검토하지 않았다면 그 글은 싣지 않는다.

4.     동의한 학생들에 대한 글을 완성한 후 본인에게 사실 여부를 확인 받는다.

5.     저자가 잘못 기억하고 있는 부분을 고쳐 주면 전적으로 학생들의 의견을 따른다.

6.     인터뷰 글은 사실에 근거한 내용이므로 사실과 다른 내용은 싣지 않는다.

7.     개인적으로 나를 신뢰하고, 나 또한 신뢰하는 학생들의 글을 싣는다. 


<2부>의 내용은 내가 조 선생이 되는 과정에서, 혹은 그 이후 만난 학생들과의 보다 내밀한 이야기를 다루었다.  




글의 제목은 <젊은 인재, 한국을 달린다>라고 지었다. 우선, 오랜 세월 동안 초심을 잃지 않고 한국어를 배우며 자신의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달려가고 있는 그들을 ‘젊은 인재’라 칭하고 싶었다. 또한 나와 그들의 연결고리는 바로 한국, 한국어에 있었기에, 그들은 현재 세계 어느 곳에 있든 간에 한국인과 한국어로 소통하며 하루를 살아가기 있기에 한국을 달린다, 고 부르기로 했다.


나의 모국어와 그들의 외국어가 같다지만, 그들의 한국은 나의 한국과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잊지 않으려고 했다. 그들은 태극기를 휘날리며 애국가나 아리랑을 부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었다. 한복을 입고 김치를 먹고 윷놀이를 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었다. 아니면 딱지를 칠 수도, 달고나를 핥을 수도 있었다. 


나는 한국어를 선택하지 않았으나 그들은 스스로 한국어를 선택했다. 자신이 선택한 언어로 타인과 소통하는 방법을 깨치며, 자신의 삶을 능동적으로 이끄는 이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매력적이다. 


나는 한국어를 선택하지 않았으나 한국어 교사의 길은 스스로 택한 길이었다. 그런데 나의 선택에는 그들이 큰 몫을 했다. 그들이 한국어를 배우기로 결정하지 않았다면 나의 길은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나만의 길을 가라’,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라’라는 조언을 들어왔지만 내가 ‘나만의 길’을 만들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관심과 선택이 필요하다는 이치를 조 선생으로 살아가며 깨달았다. 



혼자는 할 수 없었다.

네가 있어야 나도 있고, 내가 있어야 너도 있는 일. 

이 매력적인 ‘대화’의 세계 속으로 독자들을 끌어들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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