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직장인 무궁화 5개의 한국최고 호텔은 주말에 놀고 싶던 20대의 나에게 버거웠던 교대근무가 있었고, 이직한 유수기업에서는 동료들과의 학벌 비교가 힘들었다. 15년을 일한 마지막 회사에서는 적당한 포지션과 나와 꽤 잘 맞는 업무 덕분에 일하는 재미를 느끼기도 했지만, 사회생활은 그전 학교생활과 다른 어려움이 있었다. (당연하겠지만!)
그 회사에서 내가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오타발견"이었다. 나는 업무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꼼꼼한 완벽주의자가 되고 싶었는데, 어떠한 문서를 작성해도 어떠한 이메일을 작성해도, 오타가 발견되곤 했다. 내가 작성한 문서를 선배나 상사가 검토해 주는 과정에서 발견되는 오타조차 수치스럽게 느껴졌다. 최종본도 아니니 고치면 그만인 것을, 왜 미쳐 못 걸러냈었을까, 스스로를 채근했다.
초기 상담에서 내가 작성한 심리검사지를 보고, 상담사가 물었다.
"혹시, 본인이 남들에 비해 잔소리가 많은 편이란 걸 아세요?"
내가 남편이나 아이에게 잔소리를 안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리 심한 편은 아니지 않을까? 내가 잔소리가 많은 편이라면, 다른 사람들은 뭐지? 잔소리 들을 일을 하니 내가 잔소리를 하는 거지!
웬갖 생각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상담사가 다시 물었다.
"본인의 잘못이나 약점을 인정하는 게 많이 힘드시죠?"
네. 힘이 들어요.
그래서 자꾸 핑곗거리를 찾아요.
"그게 바로 자기 방어기제입니다.방어기제가 세면, 힘들 수 있습니다. 누구나 실수는 해요. 실수였다 인정하고 넘어가면 그만이에요. 어려워하지 마세요. 자신을 괴롭히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