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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앤지 Aug 13. 2021

네가 될 줄은 몰랐다.

잘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뭘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고,

미래는 더 모르겠으니

나는 사는데 재능이 없다고 생각했어.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고,

이제는 기대마저 없으니 

나는 삶에 미련이 없다고 생각했어.


새털같이 많은 날처럼 보내는 나의 하루가

그냥저냥 흔적도 없이 지워져 버릴 인생이 되어 버릴 것 같아서 

그래서 나는 일기를 써.


근데 네가 될 줄은 몰랐다. 

가는 오늘을 보는 기분을 후련하게 하고 

오는 내일을 기다리게 하는 게 네가 될 줄은 정말 몰랐다. 


매일 밤, 기록되는 날짜가 어제보다 하루가 지났음에 

감사하고 있더라. 

다른 이들이 기다리는 건 주말이겠지만,

나는 그 주말이 가고 너를 만나게 될 그날을 

기다리고 있더라. 


이 설렘이 오래가지 않을 수 있다는 것도 알아. 

어쩌면 이런 나의 기다림이 무색하게 

어느샌가 있는 듯 없는 듯 익숙함에 물들어 버리겠지.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가 함께하는 모든 순간들은 만나기 전의 우리 보다 

우리를 더 빛나게 할 거야. 


너를 만나기 위한 나의 심혈과 정성은 이 설렘, 반가움과 안도, 

그리고 이후의 친숙함으로 보상될 거야. 


나의 선물이고, 누군가의 관심이고, 어떤 이의 위로인

택배야.

조심히 다치지 말고 그러나 너무 늦지 않게

나에게 오렴.

내 삶의 유일한 낙이 되어준 너를 만나는 그날까지

나도 나의 하루를 잘 보내고 있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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