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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의 첫 시작은 반드시...

이것을 하지 않고는 치유는 없습니다.

by 영순

육체의 상처나 질병의 치유이든,

마음의 상처나 질병의 치유이든,

그 시작은 무조건 동일하다.


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아무리 좋은 치료법이 나와도,

아무리 대단한 신약이 나와도,

아무리 훌륭한 의사가 있어도,

이것이 없으면

치유는 단연코 불가능하다.




그것은 바로


환자를 만나는 일이다.


하다못해, 원격진료라 할지라도

환자의 상태를 봐야

간단한 처치라도 할 수 있다.




우리는 살아오면서,

오랫동안

여러 상처를 받아왔다.


어떤 상처는 덧나기도 하고,

어떤 상처는 곪기도 하고,

어떤 상처는 그대로 남아있기도 하고,

또 어떤 상처는 자연스레 치유되기도 했다.




더 나은 삶,

행복한 삶을 산다는 것은

지금 현재, 우리가 가지고 싶은 것,

누리고 싶은 것을 가지는 것보다

상처 치유를 먼저

필요로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잠잘 때 한쪽 어깨가 늘 아프고,

걸을 때마다 무릎이 아프며,

소화가 잘 되지 않아 더부룩하고,

조금만 신경을 써도 극심한 편두통이 있다면,

지금 우리가 가지고 싶은 것,

이루고 싶은 것을 얻는 것이

과연 우리를 행복으로 데려다 줄까?




평온, 행복, 만족은 어쩌면,

치유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치유가 필요한 것은

나인데,

내가 나를 어떻게 만난단 말인가?


이것 자체가 뜬구름 잡는 소리 같아서,

우리는 우리 자신으로부터

고개를 돌리고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나 역시도 많은 심리학책을 읽으며,

고요함 속에 나를 만나라,

고독하지 않으면 나를 만날 수 없다,

나 자신을 사랑해줘라,

나를 받아들여주고 인정해줘라,

울고 있는 나 자신을 안아줘라와 같은

수많은 조언들을 접했지만,

이것들을 과연 어떻게 한단 말인가.


이런 조언들은,

마치 내가 긁을 수 없는 부위를

긁으라고 하는 것과 똑같이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그 수많은 책들에서는

하라고만 할뿐,

어떻게 하는건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내가 나인데,

나한테 어떻게

그것들을 하란 말인가?


다만, 내가 그 책들에서 얻은 것은,

모든 전문가들이 한 목소리로

같은 말을 하는 것으로 보아,

반드시 해야 될 일임에는

분명하고,

그들은 그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으니,

결국 방법은 내가 찾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오랜 고민과 시도 끝에

그 방법을 알아냈다.


나를 만난다는 것은,

나를 아는 것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내가 언제 상처를 받았으며,

내가 언제 눈물이 났으며,

내가 언제 좌절했는지,

내가 언제 분노했는지,

내가 가장 예민한 것은 무엇인지,

그 모든 것을 알아야,

그 다음에 이해를 해주든,

안아주든,

보듬어 주든 할 것 아닌가.


우리가 타인에게

위로, 공감, 격려를 해줄때도,

그 사람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야

그 다음 행동을 할 수 있는 것처럼,

내가 나한테 이야기를 할 수 없으니,

내가 나에 대해서 충분히 아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다.


나 자신에 대해서 알아가기 시작한게,

수년 전이지만,

나는 아직도 나를 다 알지 못한다.


그보다 훨씬 더 이전에는

내가 나를 모른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살아왔다.


하지만, 지금은 나에 대해서

제법 많이 안다.

그래서 더 많은 이해가 가능해졌고,

덜 질책하게 되었다.


나를 알아가는 첫 번째 방법은
고요히 지켜보는 것이다.


내가 하는 행동들,

내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

그 모든 것들을 가만히 지켜보는 것이다.


그러면, 그 관찰들로부터,

나 자신에 대한 많은 것을

알기 시작한다.


치유는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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