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울고 싶을 땐

영상을 일단 보세요!

by 영순

최근에 너무 힘든 일이 있었다.


힘든 일이 있을 때

우리가 느끼는 감정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분노, 좌절, 절망,

후회, 자책, 원망.....




최근에 내가 느낀 감정은
슬픔이었다.


힘든 일이 있으면

타인을 향한 분노나 원망,

상황에 대한 답답함이나 좌절,

나 자신에 대한 자책과 후회

이런 감정들이 일반적인데,

특이하게 슬픔이 느껴졌다.




이렇게까지 노력했는데

결국 이 모양 이 꼴이라고?


영혼을 갈아넣었는데

그들은 그렇게 행동한다고?


이런 생각 뒤에는

항상, 분노가 먼저 찾아오고,

그 후에는 절망이 찾아왔는데,

이번엔 달랐다.




내 자신이 불쌍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고,


아무리 노력해도

그들은 그렇게 행동하고....


그렇게 노력했고,

그렇게 영혼을 갈아넣었는데,

이렇게 되서 정말 슬프다...




참 고생이 많다....


나 자신을 문득

위로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이 들자,

출근하는 차안에서도,

퇴근하는 엘레베이터 안에서도,

문득 문득 눈물이 날 거 같았다.


내 자신이 너무 가여웠다.




그렇게 노력하고

그렇게 영혼을 갈아넣었는데,

상황은 엉망이고,

사람들은 무책임하고 이기적인데다가,

불성실하기까지....

심지어 제멋대로 망치기까지.....




눈물이 날 거 같았는데,

울 수가 없었다.


출근하는 차 안에서,

퇴근하는 엘레베이터 안에서,

어떻게 눈물을 흘린단 말인가....


정말 울고 싶은데...

울게 되면 너무 엉엉 울거 같은데...


내 자신이 불쌍해서...

근데 언제 울어야할지...

어디서 울어야할지...

꼭 울어야 하는건지...

혼란스러웠다.




이즈음,

즐겨 보던 드라마가 있었다.


유쾌하면서,

우리네 삶을 잘 그려내고,

감정도 잘 건드리는 그런 드라마였다.


드라마 후반 무렵,

울컥하는 지점이 있었다.

평소였다면, 눈물 그렁~하고

그칠 지점이었는데,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울고 싶은데 뺨 맞은 사람처럼

엉엉 울었다.


근데 의외로 괜찮았다.

설사, 누가 울고 있는 걸 봐도,

드라마에서 슬픈 게 나와서

그런거라고 하면 되니까....


눈치 안보고 울어도 되니까,

기분이 괜찮았다...


그래서, 눈물을 흘렸다....

드라마 보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나 자신이 너무 가엾다.

불쌍하다...

어떻게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냐...

어떻게 사람들이 이렇게

불성실하고 무책임하냐...

그래도 잘 해보겠다고

영혼을 갈아넣고,

1분 1초를 아끼며 살았는데....

나 자신이 너무 가엾다..."




내가 너무 힘들었나보다.

정말 울고 싶었나보다.


그렇게 펑펑 울고 나니

마음이 좀 가라앉았다.


누가 우는 데 등 두드려준것 처럼..


그리고 알게 되었다.




너무 힘들면 울 필요도 있구나.

울면 조금 내려가는 구나.

남자도 울어도 되는구나.

우는 것도 위로가 되는구나.



그 장면을 몇번을 리플레이하면서

우는 나자신을 보며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지,

위로나 칭찬, 격려 하나 없이

열심히 살기만 한 나 자신이

나에게 얼마나 가혹했는지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 난,

너무 힘이 들면,

가끔 혼자 누워

슬픈 드라마를 본다...


나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