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외출

자유라는 낯선 공기

by 모험소녀

팀으로 돌아왔지만 내게 주어진 업무는 그전보다 더 엄청나고 힘겨운 것이었다.

이곳에는 과연 업무에 '단계'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


이미 지칠대로 지친 나는 별 거 아닌 일에도 과하게 반응할 만큼 예민해져 있었다.

이젠 정말 못해먹겠다(!) 싶어 퇴사 의지를 밝리라 했을 때 동기 언니, 오빠가 나를 말리러 왔다.


"팀을 한 번 바꿔보고, 그래도 정말 아니면 그때 그만 두는건 어떻겠어? 래도 늦지 않아."

내가 좋아하는 동기들이 해준 조언이라 그런지 몰라도 마음이 흔들렸다.


이 마당에 못할 얘기도 없겠다, 미련 곰탱이로 살던 난 처음으로 내 주장이라는 걸 해보기로 했다.

새로 바뀐 팀장님에게 내 의사를 밝히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순환 보직을 하고 싶습니다!


막상 말을 꺼내니 뭐라 하면 어쩌나 맘 졸였는데, 오히려 입사 후 다른 팀에 가보는 것도 회사 업무 파악에 중요하다며 반기는 분위기였다. 지 발언 시기가 좀 늦었을 뿐.


"발령 철이 코앞이라 이미 부서 배치는 거의 끝났을 텐데, 얘기는 한 번 해 보죠."


인생은 타이밍이라는데, 내가 너무 늦게 말을 꺼냈던 거다. 일단 기다려 보기로 했다.


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연락이 왔다.

갈 수 있는 팀 자리는 없고 다른 기관 파견 자리가 있는데 괜찮겠냐고.

팀을 벗어난다는 것만으로도 좋은데, 거기다 른 기관 파견이라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회사에서 완전 벗어난 공간에서 생각 정리할 시간을 가지면 딱 좋겠다 싶었다.


나는 신나게 짐을 쌌다. 사람들은 내가 그리 즐거워 하는 모습은 처음이랬다.

왜 나는 지금까지 그만두는 것만을 유일한 선택이라 생각한 걸까?


그렇게 내 최초의 외출은 이루어졌다.

집에 조금 더 가까워진 근무처. 거기서 이제 정말 타인으로 살아야 했다.

우리 회사 동료들 없는 공간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약 1년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니 두려움 기대 반.

그 동안 너무 힘겨웠던 까닭인지 회사를 벗어난 것 자체가 좋았다.


처음 출근 후 며칠 간 분위기 파악을 해 보니, 파견 나온 직원에게는 크게 터치를 하지 않는 듯 했다.

평소 관련지식 공부만 좀 필요할 뿐, 관련 업무가 발생할 때나 요청이 있을 때만 업무를 처리해주면 됐다.

자리도 독립적으로 분리되어 있어 눈치 볼 일도 없었다.


참 조직 분위기가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 싶었다.

가끔 혼밥을 해야 하는 것 말고는 불편한 건 없었다.


갑자기 생겨나는 자유시간(?)에 솔직히 적응하기 어려웠다. 상사와 주변 직원들 압박을 늘 받으며 밀집된 공간 서로의 눈치와 간섭 속에서 고강도의 업무를 하던 지난 날과는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이래도 되나?

업무 시간에 잠시 인터넷 서핑하는 것조차 죄책감이 느껴졌다. 이런 회사 생활은 처음이었다.

그래도 저녁이 있는 삶을 가지게 됐다. 여가 생활을 즐기거나 친구들을 만나기도 했다.


너무 낯선 자유라는 공기가, 처음에는 다소 불편했는데 하루하루 지나면서 나는 적응해 갔다.

한편으로는 회사 동료들에 대한 그리움도 있었지만, 새로운 곳의 참 나이스한 분들과 몰랐던 세계를 만나는 유익한 경험로 허전함은 차츰 채워지고 있었다.


내가 이전에 회사 다니면서도 충분히 여유를 가지고 즐겁게 지낼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왜 늘 눌려 있었던 걸까. 새삼 지난 시간이 아쉽기도 했다.


하지만 그 달콤한 자유도 영원한 내 것이 아니었다. 아쉽게 6개월만에 끝나버렸다.

회사가 나를 또 다른 곳으로 파견 보냈기 때문이다.


거기선 전혀 다른 세상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Point5. 변화가 필요한 때를 잘 감지하라!

나는 입사 후 2년차부터 번아웃(burnout)을 겪었다. 온갖 압박과 스스로가 만든 책임감으로 업무에 전념했다가 완전히 나를 태워버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예민해지고 의욕은 없는데다 화병까지 났다. 내 몸이 보내는 신호, 나의 마음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경청할 줄 알아야 한다. 상사나 회사 사람들 말, 지시는 잘 듣는데 왜 나에겐 소홀한 걸까? 그냥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넘어가거나,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거라는 잘못된 판단 때문이다. 번아웃 온 것을 감지했다면, 그건 변화가 필요하다는 신호이다. 내 주변 환경을 바꿀 시기라는 거다. 단지 지금 상황을 완전히 끊어내야겠다는 극단적인 변화가 아니라, 조금 다른 에너지로 바꿔보는 기분 전환과 같은 선택이어야 그 의미가 있다. 상사에게 팀이나 업무를 바꿔달라 요청하거나, 직장 내 변화가 도저히 어려운 조건이라면 회사 밖에서 집중할 만한 새로운 활동, 취미를 찾아 나에게 다른 타이틀을 만들어주는 것도 바람직한 방법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회사가 나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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