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 복도 참 없지

하늘이 무너지거든 솟아날 구멍을 찾아라

by 모험소녀

나의 자유를 알아채기라도 했나,

회사에서 이제는 나를 아예 러시아로 보내 버리기로 했다. 물론 내 동의하에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러시아라서 또 다른 변화가 한편으론 너무나 좋았는데,

문제가 있었다.


내가 갈 곳의 대장님에 대한 사람들 평판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평가가 모든 걸 말해주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런 얘기가 괜히 나오는 것도 아님을 간과해서도 결코 안 될 거다.


너, 괜찮겠어?


회사 사람들의 우려 섞인 목소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아무 생각 없던 나도 갑자기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신입 때는 대장님 존재가 직급 차이도 많이 나고, 큰 팀에서는 업무 연관성도 떨어져 잘 와닿지 않았었다. 그분의 영향이 얼마나 큰 지는 업무 대면이 많아야 알 수 있기 때문.


그런데 내가 상사 복은 좀 없었던 것 같긴 하다.

이토록 나약하고 여린 사람인 나는 이상하게도 성격이 강한 분들만 만났다.

그래서 항상 위축되어 있었고, 한편으로는 나에게도 강한 고집 같은 게 생겼다.


아마 사회 생활 초반에 인품으로나 업무 능력으로나 훌륭한 대장님을 만났더라면 회사에 더 오래 남아있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세상에 완벽한 상사는 없고, 내가 이미 비뚤어져 있으면 백약이 무효지만 말이다.


내가 모셨던 대장님들은 어느 사회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유형의 분들다.

원래 지독한 대표를 모신 비서들이 주변 어르신에 대한 대처는 상대적으로 쉽게 느끼듯,

나도 대장님들의 혹독한 훈련 덕분에 사회에서 조금은 더 단단해질 수 있었으리라.


사실 누구를 모셔도 어떻게든 헤쳐나가겠지만,

내가 가장 걱정했던 점은 대장님의 안 좋은 면을 자주 보다가 나도 은연중 동화되는 건 아닐까 하는 거였다.

가족보다도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회사 사람들과 매일, 매번, 매순간 접하면 서로 닮아가는 건 시간 문제니.

그것 만큼은 참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나는 그리 되지 않으리라 늘 다짐했다.


지금까지 나를 스쳐간 어려운 대장님을 떠올려 보면 대체로 이런 유형이었던 것 같다. 어디에나 있는 분들이다.


① 화 많은 다혈질 대장님들

실적에 욕심 많은 분들은 대체로 에너지가 충만하다. 목표 달성을 못하면 상사가 직원 채근하며 책임을 묻는 건 당연하나, 그 과정에서 에너지가 화로 바뀌는 경우가 많다. 야단을 치다 화는 더 오르고 그 화에 못이겨 소리는 점점 더 데시벨이 높아진다. 이럴 땐 마음이 불안해지더라도 최대한 열심히 들어드리는게 상책다. 매사 강압적이거나 신경질적인 분들이 이런 유형이 많다.


② 아는 게 너무 많은 대장님들

대장님이 뭐든 많이 알면 직원에게 조언할 범위가 넓어 좋긴 하다. 하지만 그 의도와 방향이 문제다. '나는 아는데 넌 모르지?' 혹은 '이 기본적인 걸 왜 몰라?'와 같은 소통은 직원의 기를 한껏 꺾어 놓기 때문이다. 대놓고 무시(?)하지 않는 대신 아예 본인이 일을 조용히 알아서 처리해 버리는 경우도 있는데, 그럼 직원은 뭘 보고 배울까. 내가 천재가 아닌 이상 대응이 어렵다. 그러려니 능청스럽게 받아치자.


③ 매사에 예민하고 의심 많은 대장님들

보고하는 일마다 못 믿는 대장님들 꼭 있다. 데이터가 정확한지, 관련 업체는 믿을 만한지, 매번 확인을 거듭한다. 하는 행동이 수상하다며 누군가를 의심하거나, 자기에게 불이익 줄 것 같은 사람에게 엄청 예민해한다. 그리고 늘상 부정적이다. 영화를 많이 보셨거나, 모든 게 조심스러운 성격이시거나 둘 중 하나일 테. 좀 피곤해도 옆에서 도와드리되 그에게 동화되지는 말자.


④ 희망 고문하는 대장님들

업무를 완수하고 나면 승진, 급여 인상 등 좋은 보상을 해줄 것만 같은 순간들이 있다. 그건 어쩌면 직원의 자기 최면 또는 대장님의 확신에 찬 태도로 인한 것 가능성이 크다. 원이 과업을 성취해야 할 외적 동기를 대장님이 심어줬다면 끝까지 챙겨줘야 할 텐데, 세상 일 어디 뜻대로 되던가. 너무 많은 기대는 말자. 희망 고문으로 끝날 때가 많다.


사람 호불호 너무 강한 대장님들

사람에 대한 호불호 뚜렷한 대장님들 모시면 장단점도 뚜렷하다. 직원이 업무적으로 불편한 사람이 있는데 그가 마침 대장님 맘에 안 들면 관계가 자동로 정리돼 좋다. 반면, 업무 연관성 높은 사람과 대장님 사이가 안 좋을 땐 협상의 여지가 없어 중간에 낀 직원이 너무 힘들어진다. 대장님의 호불호에 대한 나름의 이유를 고 접근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여러 유형이 있지만 가장 어려운 분은 감정 소모의 신경전을 끊임없이 펼치는 분이 아닐까 싶다.

아무튼 이처럼 다양한 유형의 상사들을 만나면서,

사람들 평판은 정말 중요한 자료이며 대처 전략이 되겠구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아무리 악명이 높은 대장이라도 직접 경험하며 잘 살펴보면 꼭 한 가지 이상의 장점은 분명 있었다.

그들도 같은 사람이니 내가 보는 면이 전부는 아닐 수 있다는 거다.

특히 업무적 관계가 아닐 때 만나는 그분들의 장점은 더욱 도드라지게 보인다는 사실은 너무나 서글프다.


사람 좋아도 업무적으로는 속터지는 캐릭터,

업무 능력은 인정 받는데 인격적으로 냉혈한,

그런 수많은 케이스들을 보면 역시 완벽한 상사는 드물다.


아무튼 업무 역경에, 까다로운 대장님들과의 씨름에, 몇 년을 이어가다 보니 어느 새 나는 많이 지쳐있었다.

환경은 변했어도 점점 한계를 느끼게 되면서

이제 마지막 박치기를 해보자는 맘으로 '진정한 탈출'감행하게 된다.



Point6. 상사의 장점을 찾아내라!

회사 생활에서 가장 어려운 건 아무래도 인간관계일 것이다. 특히 상사와의 관계는 하루 컨디션을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 어려운 상사를 만나면 힘들긴 하겠지만, 그에게서 좋은 점 한 가지만 잘 잡아내도 버틸 만한 힘을 좀 얻을 수 있다. 아무리 악명 높은 상사라도 잘 살펴보면 장점 몇 개는 있다. 거기에 집중해서 이를 잘 활용하여 나에게 적용할 방법을 연구해 보자. 매사 까다롭고 잔소리는 많아도 기본만 갖추면 그 이상은 기대하지 않는 상사가 있는가 하면, 평소 예민하고 화를 많이 내지만 직원들 휴가에는 인색하지 않는 상사도 있다. 이처럼 장점이 하나씩은 꼭 있다. 또 칭찬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상사의 업적들 중 좋았던 점을 인정하고 그런 그분의 장점을 넌지시 칭찬하고 치켜세워 주자. 어쩌면 늘 외로운 자리에 있는 상사는 직원의 그런 말 한 마디가 그리웠을지도 모르니!
keyword
이전 06화최초의 외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