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너, 우리의 애자일은 무엇인가?
함께 자라기 : 애자일로 가는 길
*이 글은 트레바리 ‘제품/서비스기획자들’의 독후감으로 작성된 글입니다.
이 책의 핵심은 저자의 소개 ‘애자일 방법론을 소개해왔고, 이를 통해 변화와 성장을 도와주는 일을 해오고 있다’ 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애자일 방법론의 철학에 근간하여 애자일을 학습하고 적용하도록 깨달음을 제공하는 것이 이 책의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애자일이 무엇이지? 애자일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무엇일까? 와 같이 딱 떨어지는 답을 기대하는 분들에게 적합한 책은 아닙니다.
저는 데잇걸즈라는 교육 프로그램의 프로덕트 매니저 역할을 해오고 있습니다. 데이터 교육에서 인터랙션과 피드백의 반복, 누적을 통해 교육경험을 개선하고 함께 성장하도록 하여 결국 개개인의 목표를 이루는 것을 지원하는 것이 데잇걸즈의 철학이자 추구하는 방법론입니다.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힘들지만 궂이 말하자면 ‘교육문화의 개선을 통해 성장의 극대화를 추구’ 하는 것이 목표인 팀입니다.
작년의 저는 애자일 방법론의 실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애자일 방법론을 적용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여, 구성원들의 성장을 목격하고 기쁨을 맛봤지만 정작 애자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잘 알지 못했습니다. 확신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관련된 여러갈래의 책을 찾아 읽고 책의 저자인 김창준님이 참여하는 애자일 페스트, 그로스 페스트, 그리고 약 한달가량 진행되었던 야생학습 모임에 일부 참여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정답은 찾지 못했습니다. 다만 제 스스로 추구하는 애자일 방법론의 방향은 찾았습니다. 제가 정의내린 애자일은 '성장을 위한 협업, 그리고 피드백과 인터랙션을 통해 함께 가기'입니다.
‘안타깝게도 많은 분들이 애자일의 지엽적인 실천법과 도구들에만 집중하는 것 같습니다.’ 라는 언급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전파되는 애자일의 현실을 엿볼 수 있는 말이라 생각합니다. 비슷한 지점의 생각을 공유하고, 시도와 방법에서 유연함을 찾는 애자일 방법론의 철학이 사라진채, 우리는 애자일을 한다고 하면서, 무척이나 확실한 로드맵을 기반으로 하려고 하는 건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불확실성을 당연하다고 보는 태도, 그것이 어쩌면 애자일의 출발이 아닐까 합니다.
‘많은 조직이 사람을 뽑는 것에는 신경을 쓰지만, 이 사람들을 차후 어떻게 교육, 훈련시키고 성장시킬지는 깊이 고민하지 않습니다.’ 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애자일 방법론이 추구하는 또 하나의 가치는 ‘성장’입니다. 그것도 ‘함께’ 입니다. 그것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의도적 수련’이 가능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애자일이 추구하는 인프라인 것입니다. 이 역시 얼마든지 가변적 요소를 내재한 채 진행되어야 할 테지만 말이지요.
이런 언급도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미래에는 암묵지와 직관을 잘 학습하는 사람들이 높은 경쟁력을 가질 것입니다.’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전문가의 상과 맞닿아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사회에서 주목받는 전문가의 상이 어떤가요. 쉽게 무언가를 전수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많은 강의 프로그램이 현장에서의 전달을 목적으로 합니다. 실은 학습의 전이가 이루어져서 실제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일 텐데 말이지요. 물론 강의의 목적 자체를 현장 전달로만 두었다면 할말은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저자의 강의에서는 일방적인 전달이 거의 없습니다. ‘지금 조직이 처해있는 문제는 무엇인가요?’ ‘무엇을 해결하고 싶으신가요?’ 와 같은 스스로의 질문으로부터 해결점을 찾아가는 코칭의 형태를 띄곤 하는데, 이는 스스로의 직관을 찾아가도록 하는 접근방법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피드백 조건이 필요하다는 의미는 자신이 내린 직관적 판단에 대해 빨리 피드백을 얻고 이를 통해 학습할 기회가 주어지는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는 걸 말합니다.’ 마지막으로 인상깊게 본 문구입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일만시간의 법칙에 따르면, 수련만 하면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의도적 수련, 피드백, 직관이 순환하는 이터레이션. 이 순환을 통한 잦은 성장의 주기, 작은 성공의 반복. 이것이 개인과 조직이 추구해야 하는 애자일 방법론의 철학에 부합하는 일종의 방향이자 학습방법이라는 개인적인 결론을 얻었습니다.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안전하게 피드백할 수 있는 심리적 안전감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솔직한 피드백이 나오고 이를 통해 건강한 개선이 가능할 테니깐요. 사실 애자일 방법론을 조직에서 적용하기 가장 힘든 부분이 솔직한 피드백과 심리적 안전감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는 결국 권한을 내려놓는 필수적인 과정을 거치게 합니다. 경험해보지 않으면 권한을 내려놓고 난 이후의 그림을 그리기 힘들테니, 이는 자연스런 저항으로 이어집니다. 저항을 얼마나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함께 가져갈 수 있는지가 애자일 조직이 정착하는 매우 당연스런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에 기사화되는 큰 조직에서의 애자일 성공사례가 과연 적합할지 의문을 품어봅니다. 이 책에 따르면 애자일은 ‘이렇게 해’ 가 아닌 ‘함께 애자일하게 하자’ 와 같은 ‘let’s agile’에 가까울 텐데, 기사에서는 그런 면을 엿보기가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는 야생학습, 코칭, 의도적 수련, 협업능력, 배워가기 등 자주 언급되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이 모두를 다루기엔 범위도 넓고, 우리가 가진 시간이 짧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 중 하나를 현장에서 의견을 받아 심도있게 이야기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를 통해 여러분 개개인이 가진 애자일 방법론에 대한 정의와 특정한 영역에 대한 적용사례 및 아이디어를 들을 수 있겠다는 긍정적인 기대가 듭니다. 저는 이 토론을 너무나 기대하고 있습니다.
글쓴이는 연구자이자 기획자이며 프로덕트 매니저입니다..
‘꿈꾸는 데이터 디자이너’ 교육생으로 시작해 기획자로 성장했고, 최근에는 데잇걸즈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데이터 교육 프로덕트 매니저로 길을 걷고 있습니다. 피드백과 인트랙션의 잦은 반복을 통해 성장을 지향하는 기술 중심의교육 문화를 꾸리는 데 목표가 있습니다. 연구자로서는 ‘디지털 전환 시대에서 파괴적 혁신 관점의 디지털 역량 학습 시스템 설계 및 방법론 개발’ 에 대한 연구와 관심을 집중하고 있고, 다양성과 젠더 관점의 렌즈를 기반으로 기술교육의 새로운 지점을 찾기 위해 팀과 개인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