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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루츠캔디 Sep 18. 2024

[Young Adult Matters] 어른이들얘기

사춘기 아들을 둔 30대 엄마가 써 본 할머니 예비 계획서

내가 살고 있는 도시 캐나다 위니펙에서는 공공 도서관 회원들에게 외국 영화를 무료로 볼 수 있는 채널을 준다. 그 채널을 통해 한국 영화뿐만 아니라 인도, 유럽, 남미, 영국, 미국 등 캐나다 이외의 문화선진국의 수작들을 감상할 수 있다. 물론 영어 자막을 주니 어떠한 언어로 만들어진 영화일지라도 영어로는 관람가능하다 생각 할 수 있다.


이 캐노피 사이트를 통해 어떠한 작품들이 있나 살펴보다가 꽤 많은 한국영화들을 볼 수 있음에 감동했다. 살인의 추억, 기생충 등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국제적 작품들 뿐만 아니라, 해외에 사는 이들을 위한 한국영화 전문 사이트에서도 볼수 '없는' 작품들까지도 있으니, 아이러니하게도 캐나다 도서관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는, 캐나다에 잔류하고 있는 나를 한국과 더 밀접하게 연결해 준다고 볼 수 있겠다.


https://www.kanopy.com/en


출처: 영화 'Young Adult Matters' 중 일부 캡쳐 . Kanopy site




포스터가 마음에 들어 선택한 이 작품 [Young Adult Matters], 영화의 흐름을 따라가다보면 단순히 학교폭력이나 왕따 라는, 다른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극추구를 위해 다루는 내용만을 갖고 판타지로 끌고 가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친구들과 선생님 사이에서 갈등하던 여고생이 선생님과의 임신을 시작으로 (물론 그 전부터 가족안에서의 갈등, 또래 집단에서의 갈등이 존재했다.) 사회로 내동댕이 쳐 졌을 때, 어떻게 살아가게 되는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어떤 생각을 할 수 있는지, 그 사람의 현실과 미래는 어떤지에 대해 매우 사실적이고 과장이나 축소없는 전개를 볼 수 있다.


성별, 인종, 국적과 관련 없이, 가히 캐나다 청소년도 고민해보아야할 문제임에 틀림없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2out of 5 stars  정도의 작품성을 가질까?하고 예측했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 내가 매기는 별점은 4.8/5. 절대적으로 기대 이상이다. 그것도 모두가 일원화되어 한방향을 바라보며, 한 방식으로 사는 것에 무력한 한국 말고, 우리 모두의 다름을 존중하고 그래서 아름답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상 변수도 많고, 위험도 기하급수적으로 많은 외국사회에서 더 현실성 있어, 설득력 있는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한국사회에서의 생존에 지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부 한국은 유교문화가 있고, 남녀차별이 아직도 혼인관계안에서 존재하며, 자본주의가 모든 것을 압도하는 나라이므로 미래가 없다고 단정한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사회는 문제가 존재한다. 즉, 위의 시각은 한국 사회의 문제점은 과잉 일반화하고, 각양각색인 해외생활에서의 단점은 덮어주고, 장점만을 또 과잉일반화하여 외국에서의 삶은 환상적이라 착각하고 있는 스스로는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말이다ㅡ


각 나라에서 미성년에 임신했을 경우를 제외하고, 20살 이상 성인기 이후에 남녀가 육체적 관계하에 아이를 임신했다 하면, 결혼 전 후를 불문하고, 단언컨데 한국남자이상으로 자신의 안사람과 자녀들을 책임감 갖고 끝까지 부양하는 남자의 수가 많은 나라는 세상에 거의 없다. 전세계에 거의 없는, 유교문화권인 한국만의 특징이라 볼 수 있다. 물론, 교육수준이나 직업, 집안 모든 조건을 아울러서 하는 말이다. 결혼이나 사실혼 관계에 대한 법률이 사실 여성과 아이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할 만큼, 유태인을 제외하고 동서유럽이나 남미나 아프리카나 어디나라 출신을 보더라도, 한국에서는 부모된 책임감이라는게 무엇인지 모르는 고딩엄빠 또는 혼외관계인사이에서나  생각할 수 있는  배우자와 자녀 유기가 한국 외의 나라들에서는 정상결혼 사이에서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것이 현실이다.



모두 가부장제와 유교사상 그리고 남성우월주의를 비판하지만, 한국처럼 남자가'아내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살며, 심지어는 혼자서 경제적으로 식솔들을 모두 보호하는 것이 당연'한 국가 또한 세상에 없다. 남편은 밖에나가 택배뛰는데, 애들은 어린이집보내면 공짜로 하루종일 봐 주고, 부인은 하루종일 카페에 앉아 인스타 사진찍고 있는 나라 또한 한국뿐이다.



다들 머릿속에서 상상하거나 실제에서 본, 놀이터에 나와 아이의 그네를 밀어주고 한가롭게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책임감 있다고 미뤄 짐작되는, 육아에 참여적이고,느긋한 서양아빠들의 또 다른 이면이다. 동일인물이다. (당연히 사람의 스펙트럼이 생각 이상으로 넓....은 만큼 한국적 시각 기준에 부합하는 모범아빠도 존재하지.. 개인과 가족의 신념일지언정, 그것이 일반적이고 당연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영국, 유럽비롯한 서구사회는 남자를 위한 사회인가?


명목상 사냥을 위해 남자가 가족을 떠나며, 혼자된 여자가 전사처럼 식솔들을 부양한하는 것이 전통시 되고 있는 서구사회에서는, 북미의 캐나다 포함, 여성과 아이의 권익이 그 어떠한 경우에서도 최우선시 되는것이 당연히 되고 있으니, 그리고 그것도 이제 막 시작한 것이 아니라 성장을 넘어선 성숙의 단계에 접어든지 오래이니,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여자라고 해서 남자가 버리고 갈까봐 전전긍긍해야하는 절대 약자라는 뜻이 아닌 거다. 즉, 언제 도망갈지 모르는 남자에게 가정에서의 권한을 막대하게 부여하지 않으며, 여성과 아이를 위한 사회보장절차와 제도가 얼마나 섬세한지, 얼마나 빵빵한 사회복지제도로서 혼자남은 아이와 여성을 보호하는지가 그 나라의 선진 척도라 여기면 무방하다는 관점이다.



합의 이혼을 제외하고, 멀쩡하게 교육받고, 안정된 직장 갖은 서양남자랑 국제 결혼한 동양여자가 충격받는 포인트이며, 그런 아빠로 부터 상처받은 유럽출신의 여자가 가부장적이고, 여성과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 투철한 한국남자의 결혼에서 가장 만족스러워하는 포인트 이기도 하다.  그리고 불행 또는 다행인지, 이 국가마다의 룰 또한, 인터넷의 발달로 인한 전세계 일원화 현상과 함께 사라져버릴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스스로를 매우 이성적이라 믿지만 사실은 매우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짐승과 별 다를 것 없는 '인간'들의 속성이자 한계점에 의해 벌어지는 일이라 생각한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사실 좀 우려스러운 점이, 동서양 남녀의 권리와 의무 중, 자신이 유리한 부분인 각 국의, 각 성별이 누리는 권리만을 짜집기해 최대한의 상대성 배우자를 착취하여 이기를 누리려하는  일부 이기적인 짐승들의 탄생이 우려되기도한다. 남혐과 여혐 현상으로 이미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인가?가부장제에서 누릴 수 있는 남자로서 자신의 권익만을 이야기하면서 서양남자처럼 언제든 배우자와 아이를 두고 도망갈거라며 협박하는 괴물의 탄생을 예고하지는 않을지, 한편, 서구권 여성의 자유, 존중과 권리를 주장하면서도 정작 동양여성으로서 남자에게 혼자만의 가족 부양 의무와 보호 또한 강요하는 짐승이 나오지 않을까.


부모를 경외하고, 배우자를 사랑하고, 자식을 내 몸보다 아끼는 문화가 없는 서구세상이 남자를 위한건지 여자를 위한건지, 성인 또는 아동을 위한 것인지, 노인과 젊은이 중 누구를 위한 것인지, 양쪽은 이율배반적인지 공동의 선을 추구하는 것이 가능한지, 어떻게 해석하고 살아가느냐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을거라 본다.



사회복지제도나 육아 수당은 직업이 있고 없고는, 기본적인 인지능력을 바탕으로 교육을 받았으며, 신체적으로 건강한 성인 여자의 일일테고, 성인 수준의 조건하에 판단력을 갖출 수 없는, 그것도 보호해주는 부모 없이 큰 청소년이 개인적으로 불합리한 일을 당했을 경우, 벌어질 수 있는 일에 대해 이 영화를 관람하며 생각해 본다. 사춘기가 되며 부쩍 성행위에 관심이 생긴 큰 아이를 위한 고민이다.


어린나이의 임신은 비단 부모의 부재로 보호밖에 놓인 일부 심각한 문제를 가진 청소년들만의 일이라 생각했던 20대까지의 세뇌당한 나의 생각과 달리, 그런 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음이 현실이라는 거다. 내 아이가 만일 고딩엄빠가 되어 내게 말한다면 나는 아이보다 먼저 성인기를 출발한 사람으로서 어떤 조언을 해 주는 것이 옳을까. 어떠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옳을까.


아래 글은, 이제 갓 40을 바라보는, 쥬니어 하이스쿨에 다니는 아들들을 가진, 젊은 엄마가 써보는 예비 할머니로서의 기획서가  될 것이다. 일이 벌어진다음에 생각하는 것은 혼돈만 주기에, 아이들만 성교육을 받아야하는 것이 아니라, 나 또한 한번 가상으로 상황을 만들어 생각해보았다. 만 45살에 가상 아닌 진짜 외할머니가 되신 내 엄마를 생각해보면, 지금 내가 세우고 있는 가설또한 그리 섣부른 예측도 아닐것이다.


Q) 만일 고등학생인 내 아이가 '엄마, 여자친구가 임신이래'라고 말한다면?


후루츠캔디의 답변)


첫째, 임신한 아이를 내 보호 밖으로 내 몰아버리는 일을 하지 않을 것이다.

아이가 아직 보호가 필요한 미성년임을 인지해야지, 내 감정에 치우쳐 상황을 부정하다못해 내가 보호해야할 아이마저 보호 밖으로 내 쫓는 것은 옳지 못한 행동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둘째, 현실을 냉철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앞으로의 삶의 계획을 함께 세울 것이다.

사실 미성년자로서 본인들을 성장, 성숙 시켜야하는 나이에 육아를 병행하기란 쉽지 않음을 안다.

부모된 내 아이가 만 25세가 될 때까지, 나는 나의 손자, 손녀를 내 아이들과 함께 양육할 것이며, 내가 도와주는 것 만큼 아이또한 스스로의 삶의 목적의식을 갖고 성실히 임할 수 있도록 훈육할 것이다.


셋째, 생각보다 미리 온 손자, 손녀를 축복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삶과 죽음에는 순서가 없다고 하지 않는가, 손자, 손녀가 언제 어느때에 올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일임에 분명하다. 당사자들에게는 충격이겠지만, 할미가 된 나로서는 사실 행복한 일임에 틀림없을 것이 분명하다. 생각해보면 불임도 난임도 많은데, 미리 손자, 손녀를 생전에 안아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일 수 있다고 본다. 절대, '너는 부적절한 시점에 태어난 환영받지 못할 아이' 라는 인식이 생기지 않도록 아이를 축복할 것이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글, 그것을 위한 생각과 계획이 이 점에 보탬이 될 것이라 믿는다.


넷째, 아들에게 그리고 아들의 여자에게, 여자, 남자 즉 엄마, 아빠라는 성별을 떠나 아이에 대해서 부모로서 스스로를 인식하도록 도울 것이다.

남자가 도망가는 캐나다라고 해서 멀쩡한 부모의식을 가진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여자가 임신하고 출산하고 젖을 먹인다고 해서 양육 책임에 있어 여자가 1순위, 남자는 2순위로서 좀더 자유로운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함께 부모가 되었으면, 엄마 또는 아빠라는 고정된 성역할개념을 초월해 '공동육아인' 즉 '아이양육자' 라는 생각으로, 육아의 한스텝 한스텝 모든 부분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도록 나의 아들들을 교육시킬 것이다.


다섯째, 아이가 태어나고 학교에 들어 간 후, 나는 한달에 두번, 두번째 그리고 네번째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아이 돌봄이를 자처할 것이다. 아이의 부모가 만 25세가 넘더라도 육아에 들어가는 막대한 에너지와 시간으로 인해 힘들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일주일에 두번 부부에게 휴식시간을 주고, 내가 손자손녀를 돌보는 시간을 만들 것이다.


여섯 째, 아이들의 양육태도를 철저하게 감시할 것이다.

물론 양육권이 부모인 아이들에게 있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맞이한 출산이며, 엄마 됨, 아빠 됨 이기에 부모될 준비가 되지 않은 아이들일 수 있음또한 인정한다. 아이에게 부모의 역할과 의무, 그리고 원가족에서의 상처와 부모님의 장점과 단점을 면밀히 파악할 수 있도록 카운셀링을 권유할 것이며, 앞으로 부모의 역할과 관련된 삶의 방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서술할 것을 지시하고, 필요한 부분을 적극적으료 교육할 것이다. 상대 배우자의 비밀을 캐고자함이 아니라 한 개인을 성장시키고자함에 목적을 둘 것이다. 이 항목은 사실 위의 두번째 항목안에 포함시켜야겠다.


일곱째, 손자손녀 교육에 쓰이는 비용에 대한 도움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사치를 제외하고, 꼭 필요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자원을 공급함에 주체성을 인식할 것이다.



자녀를 둘 부모만이 교육이 필요한 것 같지 않다. 앞으로 손주들을 볼 할머니가 될 나 또한 이 부분에 대해 생각을 더욱 깊고 넓게 한다면 대를 이어 조금 더 유쾌하고 편안한 삶을 살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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