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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라 Sep 28. 2019

너 임산부처럼 안 보인다

임산부라는 이름표

이제 임신 8개월을 향해 가고 있다. 그 동안 나에게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참 많은 변화들이 있었다.


첫번째 임산부처럼 먹기

"임산부니깐 많이 먹어.",  "2인분은 먹어야지", "아기 생각해서 먹어" 

등등 임신을 하고 나니 나는 나 혼자만의 몸이 아니었다. 임신하면 얼마나 더 먹어야 충분한가, 어떻게 먹어야 태아에게 좋을까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먹는 것에 이렇게 신경쓰며 먹었던 적이 있었던가... 나는 그저 많은 양을 먹기 보다는 좋은 것을 먹고 싶었다. 임신을 하고 나니 규칙적인 식습관이 중요한거 같았고 가공식품이나 패스트푸드나 배달 음식 등은 적게 먹으려고 노력했다. 이런 식습관 때문인지 나는 임신 전 몸무게에 비해 약 5kg 정도 늘었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많이 하는 말은 "너 임산부처럼 안 보인다", "배가 너무 작게 나온거 아니니?"이다. 도대체 임산부는 어떤 몸이어야 하는가... 


두번째 임산부처럼 입기

임산부가 되고 제일 먼저 불편함을 느낀 것 중 하나가 꽉끼는 속옷이었다. 속옷 사이즈는 커져만 갔다. 가슴 둘레는 늘어나는 데 가슴 크기는 그렇게 커지지 않아서 사이즈를 고르기가 너무 애매해졌다. 그리고 맞지 않는 속옷을 입은 날에는 마음이 하루 종일 불편하고 신경이 쓰였다. 그리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노브라가 자연스러운 나라에서 살고 싶다'

내 가슴이 성적으로 보여지는 곳이 아닌 자연스러운 신체의 일부로 받아들여지는 환경이라면 이렇게 속옷으로 고민하고 불편해하지 않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오면 제일 먼저 브라를 벗고 편한 옷으로 갈아 입는데 그것만큼 내 몸을 쉬게 하는 것이 없다. 임산부라 소화도 잘 안되는 요즘 노브라가 절실하다. 언제쯤 우리 나라도 노브라를 자연스럽게 개인의 선택으로 받아 들일까.. 이것은 내가 임신을 해서라기 보다는 여자라면 누구나 느끼는 불편함이 아닐까 싶다. 임신을 하니 그 문제가 더 크게 다가온다.


세번째 임산부처럼 걷기

일부러 드러내지 않아도 내가 임산부라는 것을 사람들이 눈치채는 것 중의 하나가 걸음걸이의 변화이다. 임신하기 전의 걸음으론 결코 걸을 수가 없게 된다. 나도 모르게 뒤뚱뒤뚱 걷게 된다. 빨리 뛰어갈 수도 없다. 임산부가 되고 나면 계단 오르는 것도 힘들어지고 신체적인 움직임이 예전같지 않다. 무게 중심이 앞으로 옮겨 가다 보니 불안정하게 보여진다. 


임신을 하고 나니 임산부에 대한 사회적 이해와 배려가 왜 필요한지 몸소 알게 되었다. 임신을 하기 전에 내가 그러했듯이 일반 사람들은 임산부가 느끼는 많은 변화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해 무심코 배려 없는 말을 내뱉기도 한다. 그런 것을 볼 때 우리나라가 임신이라는 것에 대한 이해가 많이 무지함을 종종 느끼게 된다. 심지어 임신을 했던 사람이 "임신이 별거냐"는 태도를 보였을 때 그저 놀랍다. 임산부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총체적인 변화를 겪게 되고 누군가의 도움이나 따뜻한 배려를 필요로 하게 존재라는 사회적 인식이 생긴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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