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성윤 Oct 21. 2023

세계는 한류에 열광하지만 한국은 세계를 차별한다.

[ㅁ 때문에 한류는 망하는 중입니다. 12화]

 한국에서 차별을 겪는 건 이슬람만이 아니다. 최근 한국 예능에서 외국인들의 활약이 돋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활약하기까지 한국에서 무수한 차별을 마주해야 했다. 콩고 출신의 조나단 씨와 나이지리아 출신의 아버지를 둔 모델 한현민 씨는 과거 BBC 코리아에 출연해 그간 한국에서 겪었던 차별들에 대해 인터뷰했다. 조나단 씨는 유치원을 지날 때마다 아이들이 "아프리카노 까매 까매"라고 놀려 유치원 기피증이 생겼다고 밝혔다. 또 한현민 씨는 자신의 곱슬머리에 대해 "자연산이야? 이거 수세미다"라는 놀림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이들은 한국 사회가 백인에게는 "어디서 공부하느냐?"라고 물으면서, 흑인이나 동남아시아 사람에게는 "어느 공장에서 일해요?"라고 묻는다며 백인과 흑인을 바라보는 차별적인 시선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가수 윤미래 씨도 노래 '검은 행복'에서 흑인 아버지로 인해 받았던 차별을 가사에 담았다.


 과거 MBC <세 바퀴>에 출연했던 가나 청년 아부다드 씨는 흑인이라는 이유로 한국 의과대학에 떨어진 사연을 고백했다. 그는 대학 관계자들이 성적과 교수 추천서를 보고 긍정적으로 반응했으나, 실제로 그를 본 순간 태도를 바꿨다고 말했다. 그가 추천서에서는 볼 수 없었던 흑인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똑같은 서류를 호주 멜버른 대학에 제출했고 장학금까지 받으며 호주 의과 대학에 진학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 사회에서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공공연하게 존재하는 건 사실이다. 대중교통에서 흑인을 목격하면 신기하다는 듯 흘깃흘깃 쳐다보고, '흑형', '흑누나'라는 말을 SNS상에서 거리낌 없이 내뱉는다. 


 백인도 한국에서 차별받기는 마찬가지다. 영화 <신비한 동물사전>에 출연한 배우 수연 씨는 인터뷰 중 인종차별 발언을 들어 국내에서 논란이 된 적이 있다. 그녀는 인터뷰 중 해리포터 책을 읽었냐는 질문에 "읽었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인터뷰어는 "영어로 읽었어요? 그때 영어 할 수 있었어요?"라며 물었는데, 아시아 사람은 영어를 당연히 못할 것이라는 차별적인 의도가 담긴 질문을 받았다. 이 영상은 국내 SNS에서 인종차별이라며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우리도 한국말을 잘하는 백인을 보면 "우리나라 말 잘하시네요? 신기해요"라고 말하기 일쑤다. 흑인인 조나단 씨와 한현민 씨가 영어를 못하고 한국말을 유창하거나, 샘 해밍턴이 영어를 까먹고 한국어로 말하는 걸 한때 예능에서 주요 웃음 소재로 삼았다. 수연 씨의 인터뷰에는 분노하지만 우리도 똑같은 인터뷰어나 다름없다. JTBC <비정상회담>에 출연했던 일리야 씨는 이런 질문을 받는 것이 대해 "한국은 이미 글로벌화되었지만, 다수 한국 사람의 마인드는 아직 글로벌화가 덜 됐다"라며 씁쓸함을 토로했다.


 <US뉴스 앤 월드리포트>가 발표한 '인종차별적 국가 순위'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 79개 국 중 9번째로 인종차별적인 나라인 것으로 밝혀졌다. OECD국가 중에서 상위 10위권에 든 나라는 한국이 유일했다. "당신 동네에 외국인 이웃이 사는 것을 원하십니까?"라는 질문에 한국인 응답자 중 29.6%는 "원치 않는다"라고 답했다.


 국가위원회가 실시한 '2022 인권 의식실태조사'에서도 한국에서 이주민에 대한 인권은 존중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 이주민 인권이 존중되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매우 존중' 또는 '존중되는 편'이라고 답한 국민은 36.2%에 불과했다. 또 응답자 절반 이상은 한국 사회가 이주민에 대해 차별적인 태도를 지니고 있다는데 동의했다.


 한국 사회가 외국인에 대해 배타적인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오랜 시간 단일 민족(실제로 단일 민족은 아니지만)으로 지내온 경험, 늦은 세계화 등이 원인일 수도 있다. 이런 것들이 바뀌려면 제도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하는데 제도를 만들어야 하는 정치는 수년 째 움직임이 없다. 차별금지법이 대표적이다.


 차별금지법은 성별, 장애, 나이, 언어, 국가, 민족, 인종, 종교 등을 이유로 경제·사회·정치·문화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을 금지하는 법안이다. 이 법 하나가 국회 문턱을 20년째 넘지 못하고 있다. 지금도 국회에는 4건의 차별금지법이 발의됐지만 역시 계류 중이다. OECD 국가 중에서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지 않은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이다. (한때 세계 문화를 선도했던 일본과 지금 세계적인 열풍을 이끌고 있는 한국, 두 나라에 차별금지법이 없다는 건 우연일까?)


 전 세계가 한류에 열광하지만 한국 사회는 그 어떤 나라보다 외국인을 차별하고, 외국 문화에 배타적이다. 그리고 이 차별은 K콘텐츠에 담겨 세계 곳곳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한류는 앞으로도 세계인에게 사랑받을 수 있을까?




'ㅁ 때문에 한류는 망하는 중입니다.'는 다음화에 이어집니다.

*이전화 읽기
1화: 프롤로그) 한국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없는 이유
2화: 글로벌 시장을 대하는 카카오의 민낯
3화: 싸이월드와 카카오의 공통점: 글로벌 시장 공략의 부재
4화: 영어는 글로벌 진출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아니다.
5화: 한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을 하지 못하는 이유.
6화: 한류는 어떻게 세계를 휩쓸었을까?
7화: 1당 체제가 몰락시킨 홍콩 문화. 
8화: 세습정치로 몰락한 일본 문화.
9화: 한류의 미래는 몰락입니다.
10화: 잼버리 사태로 본 정치의 한류 길들이기.
11화: 차별을 방관한 정치가 망치는 한류.
이전 11화 차별을 방관한 정치가 망치는 한류.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