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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윤 Oct 21. 2023

차별을 방관한 정치가 망치는 한류.

[ㅁ 때문에 한류는 망하는 중입니다. 11화]

 블랙리스트 작성, K팝 아티스트 차출 등 정치가 직접적으로 한류를 길들이는 것은 차라리 어떤 면에서 나을 수 있다. 직접적인 검열과 간섭은 수면 위로 드러나기 때문에 비판 여론이 형성되면 자성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치가 간접적으로 한류의 발목을 잡을 때다.


 한류는 글로벌 플랫폼과 다양성을 기반으로 전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었다. 반면 한국 의회는 '고소득층의 50대 이상 아저씨'가 압도적으로 많다. 청년·여성·장애인·저소득층 등 '다양성'이라고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다양성이 부족한 폐쇄적인 한국 정치는 어떻게 한류를 망칠까?


 최근 정부는 2030년 부산 세계엑스포 유치를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문재인 전 정부는 엑스포 유치를 국가사업으로 지정했고,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엑스포 유치를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또 윤 대통령은 세계 각국 정상을 만나 에스포 유치를 위한 세일즈 외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엑스포 유치를 위해 BTS를 부산엑스포 홍보대사로 임명했고, BTS가 홍보대사로 계속 활동할 수 있도록 군 면제 혜택 건의하기도 했다. (이쯤 되면 BTS는 정치권의 최대 희생자가 아닐까 싶다.)


 정부가 엑스포 유치에 힘을 쏟는 건 엑스포가 가진 위상과 경제효과 때문이다. 세계엑스포는 올림픽, 월드컵과 더불어 세계 3대 국제행사로 꼽힌다. 한국이 엑스포를 유치할 경우 1998년 서울올림픽, 2002년 한·일 월드컵 개최에 이어 세계 3대 국제행사를 모두 개최한 7번째 국가가 된다. 그만큼 국가 위상이 높아지는 것이다. 또 엑스포 개최로 61조 원의 경제효과를 누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가 위상도 높이고 막대한 경제효과까지 안길 것으로 예상되는 엑스포이기에 정부가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엑스포 유치는 제법 난항을 겪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가 아프리카 국가와 이슬람 국가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이슬람 인구는 약 19억 명으로 세계 인구의 25%를 차지한다. 보통 이슬람 국가하면 우리와 먼 중동 국가들을 떠올리겠지만 최대 한류 소비권인 동남아시아에도 이슬람 국가들이 모여있다. 세계에서 인구가 네 번째로 많은 인도네시아(2억 7천만 명)는 국민 대다수가 무슬림이다. 말레시이나와 브루나이는 이슬람이 국교인 나라다. 뿐만 아니라 태국, 필리핀, 베트남 등도 이슬람 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다. 또 세계 인구 순위 5위와 8위인 파키스탄(2억 4천만 명)과 방글라데시(1억 7천만 명)도 이슬람 국가다. 이처럼 이슬람 문화는 중동부터 동남아시아까지 거대하다. 


 게다가 중동의 이슬람 국가들을 오일머니를 기반으로 엄청난 경제력을 행사하고 있다. 2023년 초 네옴 시티 건설 논의차 한국을 방문한 사우디아라비아 빈 살만 왕세자는 국내에서 약 20시간을 머물며 국내 대기업 총수들을 만났는데, 그 짧은 시간에 맺은 MOU 규모가 무려 40조 원에 달한 것으로 추산됐다. 


 인구로 보나, 국가 규모로 보나, 경제력으로 보나 이슬람 문화권은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시장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비치는 이슬람에 대한 이미지는 주로 테러, 여성 인권 탄압, 시끄러운 기도 소리 등 대게 부정적이다. 소수의 이슬람 테러리스트가 저지른 테러나 몇몇 국가에서 일어난 여성 인권 탄압 사례를 보고 마치 모든 이슬람 국가에서 그런 일들이 자행되는 것으로 오해한다. 그리고 그 오해는 이슬람 차별로 이어지고 있다.


 대구 북구에 위치한 이슬람 사원은 건설 허가를 받았는데도 3년째 짓지 못하고 있다. 이 이슬람 사원은 원래 없었던 사원도 아니다. 7년째 아무런 문제 없이 운영되던 사원을 증축하려던 것뿐이었다. 그러나 인근 주민들이 반대하면서 건설이 중단됐다. 이슬람 사원 증축을 둘러싼 주민과 무슬림 유학생의 갈등은 결국 대법원까지 갔다. 대법원은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며 유학생들의 손을 들어줬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지금까지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정치권의 방관으로 3년째 해결되지 않은 채 유학생과 주민들의 갈등만 깊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가 방관한 사이 이슬람에 대한 혐오는 짙어졌다. 주민들은 건설 현장 인근에서 이슬람이 금기하는 돼지고기 파티를 벌였고, '탈레반이 대현동에 있나? 여기가 네 나라냐! 어디다 협박 질이냐!', '사람을 잔인하게 죽이고 참수하는 테러리스트 무슬림은 당장 여기서 나가라!'라는 현수막이 붙었다. 이에 유엔인권이사회는 이슬람 사원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혐오 언행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대구시와 북구청은 물론 국회나 정부 차원에서도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한류가 저항에 부딪히게 된다면 그 시작은 아마 이슬람 국가에서 시작되지 않을까. 앞서 보았든 이슬람 인구는 전 세계 25%를 차지하며, 그들이 가진 경제력도 막대하다. 이슬람을 향한 차별이 무분별하게 일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치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는다는 걸 안다면 무슬림들은 한류를 어떻게 바라볼까? 반대로 외국에서 한인타운이 들어서는데 혐한세력이 훼방을 놓는다면 우리는 그 나라의 문화를 존중할까?


 다음 달 세계엑스포 선정을 앞두고 있다. 정부는 한류를 앞세워 엑스포 선정 유치에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이슬람에 대한 차별이 심해지고 있다. 과연 이슬람 국가들은 사우디와 한국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ㅁ 때문에 한류는 망하는 중입니다.'는 다음화에 이어집니다.

*이전화 읽기
1화: 프롤로그) 한국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없는 이유
2화: 글로벌 시장을 대하는 카카오의 민낯
3화: 싸이월드와 카카오의 공통점: 글로벌 시장 공략의 부재
4화: 영어는 글로벌 진출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아니다.
5화: 한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을 하지 못하는 이유.
6화: 한류는 어떻게 세계를 휩쓸었을까?
7화: 1당 체제가 몰락시킨 홍콩 문화. 
8화: 세습정치로 몰락한 일본 문화.
9화: 한류의 미래는 몰락입니다.
10화: 잼버리 사태로 본 정치의 한류 길들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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