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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지 Jul 05. 2024

'착하다'는 말은

올무가 되어버린 단어들


나는 사춘기가 없었다.
친구에 대한 고민도 앞날에 대한 고민도 크게 해 본 적이 없다. 문제가 생기면 언니들에게 조언을 구했고, 때로는 언니들이 해결사가 되어 문제들을 처리해 주었다.
나의 인간관계는 범위가 매우 좁았고 타고난 성향도 내향형이라 친구들보다는 집, 언니들이 편했기에 사람을 사귀거나 친하게 지내는 일이 버겁게 느껴지곤 했다. 누군가 내게 적극적으로 다가오면 부담스러워 피하기 일쑤였고, 혼자 지내는 걸 훨씬 좋아하는 그런 아이였다.
정신적으로 언니들에게 독립하지 못했던 나는 그대로 어른이 되었고, 반백년을 산 지금에서야 절망의 구덩이안에서 '나'라는 존재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나의 성격은 어떠한지
무엇을 할 때 가장 즐거운지 등
아주 기본적인 것부터 찬찬히 나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했다.

언니들이 나에 대해 자주 얘기했던 말들 중엔
'착하다' '속이 깊다' '입이 무겁다'등이 있었다.
어느 순간 그런 말들은 나에게 올무가 되어 버렸고, 그러지 못한 행동을 했을 땐 죄인이 된듯한 느낌을 받게 만들었다.

'착하다'는 말에 묶여 언니들에게 순종하는 내가 되었고 '속이 깊다''입이 무겁다'는 말에 묶여 내 입을 막아버렸다. '싫다'라는 말은 나에겐 일종의 금기어였다.

내가 그리는 모든 그림의 본질은 자유를 얘기하고 있다.
나를 둘러싼 모든 속박에서 벗어나 숨 쉴 수 있게 바람을 표현하고 있다. 언제쯤 날아오를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계속해서 외치고 움직이며 빛을 향해 날아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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