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로사

커피의 매력으로

by 글몽인

테라로사 알바 이야기를 적으려니깐 갑자기 신이 난다. 내가 했던 알바 중에 가장 스펙터클 하면서도 재밌었던 일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타지에서 3학년까지 대학교를 다니다 또 타지로 한 학기 교류학생을 갔다가 고향으로 돌아왔다. 교환학생 준비도 할 겸 잠깐 쉬어갈 겸 1년 휴학을 하고 돌아온 고향은 뭘 해야 할지 모르는 혼란 속에 있었다.


일단은 부지런하고 규칙적인 삶을 살기 위하여 알바를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때마침! 1월~2월 단기로 테라로사 카페의 평일 오픈 알바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았다. 거리도 걸어서 10분 거리로 아주 적당했고 아침 8시부터 12시까지 일을 하면 딱 오후 시간은 나를 위해 투자할 수 있어서 굴러들어 온 복이라고 생각했다.

카푸치코.jpg 카푸치노

물론 2 달이라는 짧은 기간이 아쉬웠지만, 우선 시작해보고 끝나면 다른 일을 할 수 있으니 망설일 필요 없이 지원했다. 테라로사는 커피를 전문적으로 블렌딩 하는 이름난 카페로도 유명했기에 교육받은 전문 바리스타만이 커피를 내릴 수 있었다. 고로 인근 거주자이기만 하면 쉽게 알바를 할 수 있어 경력 따위 상관없이 바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내가 하는 일은 간단했다. 9시 오픈 이전 8시에 출근하여 테이블을 닦고 요일마다 다른 오픈 업무를 하고 빵이 나오는 시간에 맞춰 메데(메인 데스크)만 정리하면 되었다. 그리고 12시까지 고객응대를 하면 금방 점심시간이 되어 회사 구내식당에서 함께 밥을 먹고 퇴근을 했다. 밥도 맛있어서 정말 좋은 워라벨이었다. 카페 바로 옆에 중고서점이 있어 시간이 될 때면 식후 커피 한 잔을 하며 책을 읽거나 다른 공부를 하다 집에 가기도 했다.


평일 오전 파트라 손님이 많지 않아 주문도 받고 빵도 썰어주고 다양한 일을 했다. 특히나 제일 좋아하는 시간은 8시에서 10시로, 오전 타임 바리스타들이 출근하기 전까진, 그날의 오픈 바리스타와 단 둘이서 있을 수 있었다. 오픈 바리스타는 요일마다 달라져서 다양한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무엇보다 커알못! 커피 맛을 모르는 내가 매일 바리스타들이 내려주는 핸드드립을 마실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갓 만들어진 빵들이 진열창에 정렬되어 고소한 냄새가 풍기고 갓 내려진 커피의 향이 합쳐져 더할 리 없이 여유로운 시간이었다.

크루아상.jpg 크루아상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손님들께 커피 설명을 해주기 위해 원두 설명을 외우는데 응..? 풋사과? 응? 밀크 초콜릿..? 커피에서 이런 맛들이 난다고? 의아스러운 말뿐이었다. 하지만 정말 잘 내린 커피를 마셨을 때 혀 끝에 잠깐 스치고 가는 과일향의 산미들이 너무 감칠맛 있게 입안에 남았다.

커피1.jpg 카페라테

커피에 미치는 사람들이 이해되는 순간들이었다. 풍부한 맛을 내는 드립을 마시면 따로 디저트가 필요 없었다. 커피 한 잔에 달콤함 혹은 상큼함이 들어있어 부족함 없는 포만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열심히 일을 하다 보니 나의 주 5일 4시간이었던 업무 요일은 주 6일로 바뀌었고 (주말은 무조건 포함되었다) 8시에서 오후 1시까지로 업무 시간도 연장되었다. 무엇보다 근무 기간이 2개월이 아니라 무기한 연장되었다..! 매니저님께서 계속 함께 일해 달라는 러브콜을 보냈기 때문이다..


이 알바에 대해선 할 말이 많으므로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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