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달이 내리는 밤

by ㄱㄷㅇ

이상하다. 나는 분명 어제에 있었는데, 왜 오늘이 되었을까. 오늘이 언제지, 하며 날짜를 확인한다. 나는 분명 오늘이 화요일인 줄 알았는데, 다시 보니 수요일이었다. 아침에 눈을 뜨며 왜 아직 화요일밖에 되지 않은 거냐고 짜증 내던 ‘나’는 멍청했고, 새삼스레 수요일인 걸 알고 잠시 기뻐지는 ‘나’는 바보 같았다.


나는 종종 어제가 닫히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가 보다. 하고 생각했다. 그렇게 되면 나는 어제의 말투, 어제의 기분, 어제의 생각을 그대로 들고 온다. 새롭게 시작해야 할 아침이 그저 어제의 연장선일 뿐인 듯한 감각. 그래서 오늘이 자꾸만 낯설다. 타인은 오늘을 살고 있을 때 나는 아직 어제를 끝내지 못한 사람이 되어 있는 순간이 오면 나는 잠시 서글퍼진다.



나는 달이 되고 싶었어

태양보다, 별보다 그저

시간의 흐름 따라 모습은 변하지만

어느 순간이든 떠있는 달이 되고 싶었어

해도 별도 빛나지 않는 밤

세상을 비추는 유일한 빛

만월이 되는 순간엔

무엇보다 환하게 빛나는 달이

해를 가하는 것들을 대신 맞고

상처가 남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달이

홀로 빛을 낼 순 없지만

언제든 빛을 받으며

그대가 있는 곳을 비출수 있는 달이 되고 싶었어


그대가 무너지는 시간에 그대를 비출수 있도록

유일하진 않지만, 그렇기에 소중한

잃고 싶지 않은 순간을 만드는 존재로

그대에게

나는 달이 되고 싶었어

keyword
수,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