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보낸 것

by ㄱㄷㅇ



일상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샌가 하루의 흐름이 정해진다.

그리고 그런 흐름이 반복된다. 이런 반복이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 때면

그 지루함을 견디려 무언가 다른 행동을 해보려다가도 금세 포기해버리고 만다.

지금을 확실하게, 그리고 제대로 수행하는 것. 그것만으로 온 힘을 쏟아내기 때문이다.


나의 하루란 정해진 선을 따라 올곧게 걷는 행위에 가깝다.

익숙한 경로, 익숙한 풍경, 익숙한 일. 달라지지 않는 것들 속에서 오히려 마음이 쉬어간다.

때때로 이 단조로운 흐름이 숨 막히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 안에서 나는 거리에 새롭게 피어난 꽃,
버스 창 너머로 스쳐가는 초록빛 숲, 혹은 빛의 굴절로 인해 생겨난 또 다른 세상의 모습 같은.
사소한 순간들에 마음이 닿는 걸 느낀다.

그리고 누군가의 아주 작은 다정함이, 이 지루한 반복에 색을 입힌다.


그러다 일상에 상처가 날 때가 있다. 언제나 타던 버스를 놓치고,

하필 그런 날 지하철이 고장 난 다거나. 늘 마시던 커피가 오늘따라 너무 쓰게 느껴질 때,

혹은 하지 않던 실수를 하게 된다거나 -

누군가를 더 이상 보지 못하게 될 때 같은 것.

익숙함이 통째로 사라지거나 미세하게 어긋나는 순간들을 마주한다.

하루는 사소한 마음이 쌓여 결정되기에 작은 변화조차도 커다란 파동이 된다.
늘 같은 시간에 걷던 길이 어딘가 낯설게 느껴지고, 익숙하던 인사가 더 이상 오가지 않을 때,
나는 비로소 일상이라는 것이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정성스럽게 쌓아 올린 관계와 감정,
그리고 그 안에서 기대고 있었던 작은 안정감 같은 것이라는 걸 깨닫는다.




날마다 반복되는 흐름에 상처가 나면

붙잡고 있던 것을 놓아버리고 싶게 됩니다.

언젠가는 행여 놓쳐버릴까 안절부절못했던,

이제는 쥐고 있는 것만으로도 벅찬 무언가


일상적인 삶을 살아갑니다.

선택하지 않았으나 우연의 연속이 이끈,

어쩌면 운명이라도 할 수 있는 삶에서

종종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습니다.

주로 스스로 내리는 벌 같은 것이지만


일상 속 새겨진 상처는 나를 울리고

곪아가서, 흉터로 남아 되새기게 해요


집에 돌아가는 길 가파른 언덕에

줄지어 이어진 가로등 불빛이 나를 비출 때


언덕 너머를 바라보게 되는 건, 아직은

어둠 속에 있기엔 벅차기 때문입니다.

불빛 아래 있으면 누군가 나를 바라봐 줄까, 작은 희망을 품고


그러다 문득 아무도 오지 않음을 깨달을 때

흉 진 상처가 아파오기 시작하고

일상을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애써 붙잡고 있던 것을 놓아 버립니다.

종종 울음을 터뜨리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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