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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갚아야 할 적당한 시기

일상의 변론

by 윤소평변호사

돈을 갚아야 하는 시기가 있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2017. 12. 31.까지 갚는 것으로 약속했다면 그 정해진 날짜에 돈을 갚아야 한다. 기한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기 때문에 확정기한이라고 한다.


그런데, 같은 1,000만원을 첫 눈이 내릴 때까지 갚는 것으로 하였다면 첫 눈이 오기전까지는 갚지 않아도 된다. 기한이 정해져 있기는 하지만, 기한이 첫 눈이라는 조건에 걸려 있어 완전히 확정적이지 않다. 이를 불확정 기한이라고 한다. 만약, 첫눈이 내리지 않는다면 그때까지는 돈을 갚지 않아도 된다.


돈을 갚는 시기에 대해 특별히 정한 것이 없는 경우에는 언제 갚아야 할까. 이때는 돈을 빌려 준 사람이 갚으라고 독촉하면 돈을 갚아야 하는 시기가 도래한다.


물품대금, 보증금, 약정금 등 모든 관계에 응용하면 돈을 갚아야 하는 적당한 시기를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 돈을 갚아야 하는 시기에 꼭 맞추어 갚는 것을 두고 나무랄 수는 없다. 법적으로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형편이 닿는다면 갚아야 하는 시기 이전에 돈을 갚는 것이 좋아 보인다.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아직 기간이 남았다고 말하면서 신경써서 자발적으로 돈을 갚아주는 사람의 태도에 만족하게 된다.


이같은 이치를 좀더 확대해 보면, 사람과의 관계에서 의무의 이행은 그 최후의 시기 이전에 자발적으로 실행하는 것이 서로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데 이롭고, 권리의 행사는 그 최후의 시기 이후에 실행하는 것이 친목을 유지하는 데에 이롭다.


나중에 갚아도 되지만, 지금 갚고, 지금 당장 갚으라고 독촉할 권리가 있지만, 좀더 여유를 두고 독촉한다면 살아가는 데 있어 배려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와 반대로 행동한다. 자기 것에 대해서는 최대한 빠른 시기에, 남의 것에 대해서는 최대한 늦은 시기에 정산되기를 원한다.


좀더 화목하게 지낼 수 있는 쉬운 길은, 의무의 이행은 정해진 시기보다 이른 시기에, 권리의 행사는 정해진 시기보다 좀더 늦은 시기에 실행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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