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변론
삶의 구분은 시간적 흐름에 의해 이루어지는데, 그 과정 중에 갱년기가 있다. 사실 호르몬의 급격한 변화, 여성성과 남성성의 차이가 대내외적으로 정체화되는 단계는 여러 단계가 있을 수 있지만, 갱년기라는 단계는 어폐가 있기도 하다. '更'경은 다시 경, 다시 갱이라 읽히기도 하지만 발음의 차이를 떠나면 의미는 부활, 재생, 국면의 전환, 재차 시작한다는 의미를 부여한다.
하지만, 갱년기는 개념적 정의가 내포하는 의미와는 달리 부정적이며 비가역적인 실태를 나타낸다. 월경이 단절되고, 발기가 부전되며 체온이 화끈 달아오르다가 급작스럽게 한기를 느끼며, 어딘가 으슬한 느낌과 아울러 심리적인 침체와 우울을 선사한다. 신체와 정신이 어제와 달라진다는 점에서 '다시'의 의미가 부여된다면 동의의 한 표를 던질만 하지만, 생동감있는 젊음에서 이별을 고한다는 점에서 불쾌할 뿐이다.
이 시기에 감각은 예민해지고, 고통에 대해 더욱 민감해진다. 자극은 섬세하게 자극되고, 일상은 덧없고 지루한 반복일 뿐이라는 사념에 사로잡힌다. 사실 불편한 월경이 단절되어 팬티를 더럽힐 상황이 소멸되고, 이성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싶을 때 발기가 되는 상황에서 동떨어진다는 것은 보다 성숙한 이성적 존재로 변화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을 품을 수도 있음에도 쉽게 동의할 수 없는 석연함과 서글픔이 짙게 드리워진다.
감가상각이 되는 것이 회계적 원리라는 측면에서 인간의 신체와 감정, 사고의 감가상각은 서로 다른 비율과 속도로 이루어진다. 감정의 기복과 사유의 깊이는 감가상각의 원리를 위배할 수 있지만, 신체적 기능은 철저하게 상각되어 감가된다. 개인마다 사정이 다를 수 있겠지만, 가치가 하락된다고 자각하거나 평가되는 현실은 쉽게 용인하기 어렵다.
우울한 불쾌감은 노화에 대한 부정적 편견과 고정관념에 기인하고 실제 둔감해진 감각과 사유, 복용해야 하는 알약의 증가가 갱년기와 노화를 달가운 시점으로 평가하지 못 하도록 하는 명백한 증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음은 임박해 오고 있지만, 여전히 그것의 진행을 지연시키려 수신거부하는 태도를 보인다.
갱년기는 여성으로서의 다소 불공정한 사회적 평가로부터의 자유, 남성으로서의 마초적인 가장적 행태로부터의 탈피의 시기이다. 유약함은 위로를 제공받아야 하고, 편견은 공평한 위치로 재정립되어야 한다. 갱년기는 그런 재편의 시기이고 중립적이며 중성적인 바탕에서 인생을 관조할 수 있는 시기이다. 특별하게 우울모드나 불쾌함으로 심란함을 증폭시킬 필요가 없다. 그저 그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