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같은 현실_편의점의 조상
그 가게에 대한 나의 기억은 오래되었다. 마치 졸다가 본 제목도 기억나지 않는 영화와 같다. 뭔가 드문드문 기억나는 장면이 있지만 결말도 모르고 스토리도 모른다. 그저 내 인상에 깊은 몇 가지만 뚜렷하게 남았다. 아마도 그건 꿈일 수도 있고 실제 일어난 일일 수도 있다. 내 기억에 있다고 모든 게 사실은 아니다. 그저 내 기억에 있을 뿐이다.
한가롭고 무료한 시간이었다. 해가 질 무렵 아직 티브이에서 만화영화가 시작하기 전이었다. 나는 집에서 겨우 이십 미터 정도 떨어진 가게에 갔다. 우리 집은 큰길에서 하나의 골목으로 들어와서 작은 언덕을 오르면 바로 있었다. 그 작은 길로 들어오기 전에 큰길의 반대편에는 작은 가게가 있었다. 아주 작지도 그렇다고 크지도 않았다. 거기에는 허리가 많이 구부러진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 할머니와 허리는 구부러 지지 않았지만 한쪽 다리가 짧아서 걸을 때 목발을 짚는 아들이 있었다. 둘 다 친절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불친절하고 나쁜 사람들도 아니었다. 아저씨는 일상복이 아니라 짙은 회색의 상하의를 입고 있었는데 에 겉으로 두 개의 주머니가 상위에 달린 교복 같았다. 거기에 하얀 목장갑을 끼고 물건을 정리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가게에 들어서면 사방의 벽에는 선반이 있어서 여러 가지 물건이 진열되어 있었다. 벽의 위쪽 내 손이 닿지 않는 선반 위에는 성냥이나 초 또는 선물용 통조림이나 주스 상자 같은 게 있었다. 그리고 오른쪽에는 작은 냉장고에 아이스크림이 있었다. 가장 눈에 확 들어오는 가운데에는 계단식의 평상 같은 곳에 위부터 과자와 사탕이 진열되어 있었다. 특히 앞쪽에는 껌이나 초콜릿 같은 것이 빤짝거리며 나를 유혹하고 있었다. 아저씨나 할머니는 왼쪽의 구석은 약간 높은 작은 방에 앉아있었다. 그리고 그 옆으로는 계산통과 벽에는 담배가 쌓여있었다.
나는 좋아하는 과자도 많고 아이스크림도 많았다. 가끔 사는 것 중에는 작은 만화가 들어있는 껌도 있었다. 하지만 그중에서 초콜릿 바를 가장 좋아했다. 전체가 초콜릿이 아니라 쌀알 같은 게 튀겨 진위에 초콜릿이 뭉쳐진 초콜릿 바였다. 나는 초콜릿도 좋았지만 그 반짝이는 초콜릿바의 안에 같이 들어있는 스티커도 좋아했다. 도령 같은 만화 캐릭터가 그려진 초콜릿 바였다. 용돈이라도 생겨서 그걸 사러 가는 발걸음은 그렇게 신나고 가벼웠다. 물론 집에 와서 천천히 꺼내서 한입씩 먹는 순간도 즐거웠다.
가게를 들낙 거리던 시절이 지나가버렸다. 학교를 다니면부터였을 것이다. 그 후로는 학교 앞 문방구 아저씨 정도가 기억이 난다. 이제는 그나마 작은 슈퍼 같은 가게라는 곳은 모두 사라졌다. 게다가 나는 그런 곳을 가지 않은지 굉장히 오래되었다. 대부분 인터넷으로 구매한다. 지나가다가 물이나 아이스크림등 그때그때 필요한 게 생기면 편의점에는 가끔 들린다.
여행을 가면 슈퍼든 작은 가게든 항상 들어가서 둘러보는 것은 아직도 좋다. 그러다가 맛을 알 수 없는 신기한 과자라도 보이면 꼭 산다. 음료수나 아이스크림도 꼭 산다. 생수도 내가 보지 못했던 신기한 병에 담겨 있는 것을 사서 먹는다. 그럴 때면 아주 어릴 적 그 가게가 생각난다.
등 굽은 할머니와 다리가 불편한 아저씨가 하던 그 가게는 이제 사라졌다. 그 동네는 이미 수십 년 전에 아파트가 들어섰으니 안 가봐도 사실이다. 그런데 그 가게는 아직도 내 기억에 오래 남아 있다. 내게는 온통 보물 창고 같이 보였던 나에게 호기심과 도전정신을 주던 가게였기 때문이다.
그때 그 가게에서 땀이 찬 손에 동전을 꼭 쥐고 작은 욕망을 채워 줄 물건들을 꼼꼼하게 둘러보며 설레던 아이는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