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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음악

최고의 삶이란

by 서영수

한동안 평소보다 음악을 듣지 못했다. 시간이 없어서라기보다는, 마음이 다른 곳에 가 있었기 때문이다. 음악도 결국은 흐름이다. 그 흐름에서 벗어나면 여간해선 다시 따라잡기가 어렵다. 물론 예전에 좋아하던 곡들만 듣는다면 큰 문제는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익숙한 곡만 반복해서 듣다 보면, 감각도 점점 낡아지고 새로 나온 곡에 적응하기 어렵다. 편식이 건강에 해롭듯, 지나간 음악만 반복해서 듣는 것도 마음과 감성을 무디게 만든다.


그래서 음악은 들을 수 있을 때 부지런히 들어야 한다.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곡들이 쏟아지니, 잠시 한눈을 팔면 좋은 노래들이 휙휙 지나가 놓칠 수도 있다. 물론 모든 곡을 다 들을 수는 없다. 그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 이유로 나는 가능하면 장르를 불문하고 새로 나온 곡들 위주로 들으려고 하는 편이다. 흐름과 감각을 놓치지 않기 위함이다.


예전에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던 작가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김연수 작가의 <지지 않는다는 말>에 실린 <끈기가 없는, 참으로 쿨한 귀>라는 에세이였다. 그 글의 한 대목이 유난히 오래 마음에 남아 있다. 곧 5월, 봄의 절정인 이 계절에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며 좋은 추억을 남길 수 있기를.


"유행가의 교훈이란 이런 것이다. 지금 여기에서 가장 좋은 것을 좋아하자. 하지만 곧 그것보다 더 좋은 것이 나올 텐데, 그때는 그 더 좋은 것을 좋아하자. 물론 더 좋은 것도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 다른 더 좋은 것을 좋아하자. 아무튼 지금 여기에서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것만 좋아하자. 그게 바로 평생 최고의 노래만 듣는 방법이다.


그렇다면 인생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최고의 삶이란 지금 여기에서 살 수 있는 가장 좋은 삶을 사는 것이리라. 물론 가장 좋은 삶이라는 건 매 순간 바뀐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런 식으로 제대로 산다면, 옛날에 좋아하던 유행가를 들을 때처럼 특정한 시기를 떠올리게 하는 경험들을 많이 할 것이다. 결국 최고의 삶이란 잊을 수 없는 일들을 경험하는 삶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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