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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Jun 29. 2023

피로를 줄이는 법 ㅡ 커피 대신 물을 마시면

커피는 묘한 음료다. 피곤해서 마시면 잠시 반짝하지만, 이내 더 피곤해진다. 피곤하다는 건 쉬라는 의미인데 애써 커피(카페인)의 힘을 빌려 몸의 요구를 외면하니 점점 피곤이 쌓이게 된다. 몸이 보내는 신호에 정직하게 반응하는 것, 건강을 지키는 비결인데 지키기가 쉽지 않다.


나는 커피를 무척 좋아했다. 한때는 커피 원두를 사서 직접 볶고 갈아서 드립으로 마신 적도 있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커피를 마셔도 피곤이 가시지 않았다. 수면 부족을 다른 수단으로 메꾸려고 한 것이 애초에 잘못된 선택이었다. 커피로 졸음을 잠시 피할 수 있을지 몰라도 몸이 주는 불편한 신호는 외면했던 것, 당연히 건강에 좋을 리 없었다.


무엇이 문제인지 알았으니 실천만 남은 셈. 커피나 여러 첨가물이 들어간 음료수 대신 가급적 물을 많이 마시려고 노력하고, 잠자리에 드는 시간도 좀 앞당기기로 했다. 기본에 충실하지 않고 임기응변으로 효율을 올리려는 생각을 고쳐보려는 것이다.


처음에는 피곤함이 더 심해졌다. 커피를 끊으니 낮 시간을 보내기가 쉽지 않았다. 플라시보 효과도 있었던 것 같은데, 커피 머신 근처에서 나는 커피 향만 맡아도 피곤이 덜어지는 느낌마저 들었다. 한 번 결심했는데, 다시 커피를 마실 수는 없는 노릇. 일단 좀 더 참았다.  




며칠 그러고 나니 좀 나아지는 것 같다. 우선은 주말에 머리가 아픈 증세가 사라졌다. 이상하게도 주말만 되면 머리가 아팠는데, 그게 커피에 들어 있는 카페인의 영향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동안 디카페인 커피를 마시기도 했지만, 그마저도 화학처리를 해서 좋지 않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어 그것도 꺼려졌다. 디카페인이라고 해도 100% 카페인을 제거하는 건 불가능하다. 원래 커피 자체가 원두를 볶는 과정에서 나오는 발암 물질을 함유하고 있다. 물론 한두 잔 마신다고 별문제는 없겠지만. 꼼꼼히 따지고 보니 마실 게 별로 없었다.


커피전문점인 카페에 가서 커피를 안 마시고 다른 음료를 찾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차'가 있지만 역시 카페인이 들어 있어 커피를 대신할 만한 음료인지 의문이다. 커피는 물론 차 종류도 좋은 물질도 함유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뇨작용을 해서 몸 안에 있는 칼슘 등을 배출하는 문제도 있다. 이래저래 건강하게 사는 건 어려운 일이다.


천상 주스 종류를 주문하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 문제는 너무 달아서 한두 번은 몰라도 그것도 썩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이런저런 사정을 고려하다 보니 남는 건 물이었다. 냉수 먹고 정신 차리라는 말도 있는데, 정말 시원한 얼음물을 마시면 정신이 번쩍 들었다. 커피와는 또 다른 차원의 각성 효과였다.  


그래도 그런지 이젠 많이 좋아졌다. 잠자리에 좀 더 일찍 들지 못하는 건 여전하지만, 점점 더 나아지리라고 믿는다. 자연스러운 모습 그대로 살면 건강하게 살 수 있는데 우리는 편리와 효율을 이유로 거꾸로 가고 있다. 당연히 건강할 수 없고, 건강하지 않으니 사는 게 힘들고, 사는 게 힘들다고 느끼니 매사에 의욕이 생기지 않는 것이다.


몸보다 정신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신체적인 건강이 정신을 뒷받침하지 않으면 정신이 무너지는 것도 시간문제. 모든 것은 균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나는 커피를 통해 절감했다. 그래서 요즘 커피가 생각날 때는 틈틈이 얼음물을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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