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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dia Youn Mar 03. 2022

나는 끈 위에서 그네를 타는 사람을 처음 봤다

나와 타인을 묶어주는 끈

 그와 나는 하나의 끈에 묶여있었다. 우리에게 어떤 빈틈도 남기지 않는 끈. 그 둥그렇게 매여진 끈 사이로 우리는 언제나 꼭 붙어있어 떨어질 수가 없었다. 그렇게 꽉 매여진 끈이 어느 틈엔가 널널해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널널한 틈 사이로 우리에게는 각자의 좁은 공간이 생겼다. 빈틈없이 하나인 냥 묶여있던 우리 었기에 나는 그 틈이 생경했다. 혼자만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느낀 적이 없었기에 그 틈으로 들어오는 공기가 차갑게만 느껴졌다.


 이제 끈은 넓어질 만큼 넓어졌다. 나와 그는 완벽히 독립된 공간을 끈의 틈 사이로 나누어 가지고 있다. 가끔 우리는 힘을 주어 넓어진 끈을 꼬으고 또 꼬아서 서로의 몸을 밀착한다. 전처럼 끈이 우리를 매어주지 않는다면 우리끼리라도 매어지려 노력해야지 않겠는가. 끈을 우리 둘의 노력으로만 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지만 우리는 노력한다. 노력해야만 겨우 틈을 줄일 수 있다.


 그가 더 이상 이 안에 함께 할 수 없다고 말한다. 끈이 우리를 매어주지 않아서인지 혹은 널널해진 끈의 그 틈이 나보다 더 좋아서인지는 모르겠다. 그는 그저 떠나고 싶다고 말한다. 나는 그를 더 이상 붙잡을 수 없었다. 말없이 그가 떠나가는 것을 지켜본 나는 널널한 끈 틈 사이에 혼자 덩그러니 남았다.


 몇몇 처음  사람들이 끈을 밟고 지나가거나  밖으로 나를 부르거나  안으로 들어오려 했다. 나는 끈이 밟히면 그것을 털어 다시  품으로 끌고 왔다. 밖에서 부르는 소리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안으로 들어오려는 사람은  안에 들어왔다가도 내가 가만히  안의  공간에서 홀로 웅크려있는 것을 보더니 흥미를 잃고 끈을 떠났다.  그들이 떠나든 말든  관심이 없었다.


 어느 날은 누군가가 끈 안으로 들어오더니 한 귀퉁이에 자리를 잡았다. 그는 끈에 앉아 다리를 털썩이며 그네 타는 시늉을 한다. 그리고는 나를 그저 바라본다. 나는 끈 위에서 그네를 타는 사람을 처음 봤다. 나도 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얼른 그를 따라 해 본다.  그와 정 반대편에서 그네를 타기 시작한다.


 끈이 갑자기 조여 온다. 그와 마주 보고 그네를 타는 와중에 끈이 좁혀 들어가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자칫 잘못하면 발길질하는 서로의 발이 닿을 만큼까지 끈이 좁아졌다. 나는 놀라서 끈에서 내려온다. 나만의 공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살펴본다. 정말 얼마 되지 않은 공간만 남아 큰일이 났다.


  그가 끈에서 내려와 나에게 곧장 다가오더니 말을 건넨다. 그가 무어라 말하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 끈이 우리 사이를 더욱 조여 온다. 우리 사이의 틈이 점점 더 좁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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