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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dia Youn Sep 22. 2022

모든 마음을 다 말할 수는 없어

 모든 마음을 다 말할 수는 없어. 마음이, 마음이 닿기도 전에 흐트러질 때가 많으니까. 흐려질 때가 많으니까. 내 마음을 온전히 담은 엽서를 너에게 보낼 수 있다면 좋겠어. 우리 사이에 티끌의 오해도 없었더라면 너는 내 곁에 있을까.


 너와 함께하던 가을 냄새가 . 푸르렀던 잎들이 갈색 우박처럼 머리 위로 종종 떨어지는 걸 보니 가을에 들어왔구나 싶어. 너와 걷던 거리를 걷고 있어. 발걸음이 닿기만 해도 스쳐 지나가는 기억을 붙잡고 늘어질까 봐 쉬이 걷지도 못했던 길이잖아. 이젠 붙잡고 싶은 기억도 희미해져 가. 우리가  길에서 나누던 대화가 잊혀가. 잊혀지는 단어의 음절들을 붙잡고 싶어  거리에 가만히 앉아 되짚어봐도 찾을  없어.  길을 걷던 네가 희미해져 가. 멀어지는 너의 그림자를 따라가고 싶어도 그림자는 점점  멀어지는걸.


  그림자를 붙잡고 사는 사람이라는 얘기를 육 개월 전쯤까지 들었어. 반쯤은 정신이 나간 듯이 살고 있었으니까. 누가 봐도 자욱한  환영이  근처에서 머무르는 것처럼 보였겠지. 언제나 너와 함께일  있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모든 마음을  말할 수는 없어. 언젠가 멀어질  환영에 안녕을 고하려면 얼마간의 마음은  안에 품어야 하니까. 나도  마음을 지켜야 하니까.


  그림자가 멀어져 갈수록 마음을, 마음을  말해야 했다는 생각이 들어.  끝까지 차오르는 어떤 이야기들을  마음을 다해 말했었다면 너는  곁에 있을까. 오해하고 있는  같지만 오해를 풀고 싶다는 . 화난 척하고 있지만 사실은 사랑해서 그런다는 . 서운한 이유는  네가 그리워서라는 . 마음에, 마음에만 담아둬 쌓인  마음들을 네게 전달했더라면 어땠을까.


 요즘은 얼굴이 많이 폈다는 얘기를 듣곤 해. 그런 얘기를 들으면 애써 활짝 웃어 보이고는 . 마음을, 마음을 더 줄 걸 하는 마음이 입꼬리를 내리지 않게 더 바짝 올리고는 해. 오늘도 네가 헤어지자고 하는 꿈을 꾸고 잠을 설쳤어. 말할 수 없는 모든 마음들이 너에게 전해진다면 난 편히 잘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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