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마음을 다 말할 수는 없어. 마음이, 마음이 닿기도 전에 흐트러질 때가 많으니까. 흐려질 때가 많으니까. 내 마음을 온전히 담은 엽서를 너에게 보낼 수 있다면 좋겠어. 우리 사이에 티끌의 오해도 없었더라면 너는 내 곁에 있을까.
너와 함께하던 가을 냄새가 나. 푸르렀던 잎들이 갈색 우박처럼 머리 위로 종종 떨어지는 걸 보니 가을에 들어왔구나 싶어. 너와 걷던 거리를 걷고 있어. 발걸음이 닿기만 해도 스쳐 지나가는 기억을 붙잡고 늘어질까 봐 쉬이 걷지도 못했던 길이잖아. 이젠 붙잡고 싶은 기억도 희미해져 가. 우리가 이 길에서 나누던 대화가 잊혀가. 잊혀지는 단어의 음절들을 붙잡고 싶어 이 거리에 가만히 앉아 되짚어봐도 찾을 수 없어. 이 길을 걷던 네가 희미해져 가. 멀어지는 너의 그림자를 따라가고 싶어도 그림자는 점점 더 멀어지는걸.
네 그림자를 붙잡고 사는 사람이라는 얘기를 육 개월 전쯤까지 들었어. 반쯤은 정신이 나간 듯이 살고 있었으니까. 누가 봐도 자욱한 네 환영이 내 근처에서 머무르는 것처럼 보였겠지. 언제나 너와 함께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모든 마음을 다 말할 수는 없어. 언젠가 멀어질 네 환영에 안녕을 고하려면 얼마간의 마음은 내 안에 품어야 하니까. 나도 내 마음을 지켜야 하니까.
네 그림자가 멀어져 갈수록 마음을, 마음을 더 말해야 했다는 생각이 들어. 목 끝까지 차오르는 어떤 이야기들을 온 마음을 다해 말했었다면 너는 내 곁에 있을까. 오해하고 있는 것 같지만 오해를 풀고 싶다는 말. 화난 척하고 있지만 사실은 사랑해서 그런다는 말. 서운한 이유는 다 네가 그리워서라는 말. 마음에, 마음에만 담아둬 쌓인 그 마음들을 네게 전달했더라면 어땠을까.
요즘은 얼굴이 많이 폈다는 얘기를 듣곤 해. 그런 얘기를 들으면 애써 활짝 웃어 보이고는 해. 마음을, 마음을 더 줄 걸 하는 마음이 입꼬리를 내리지 않게 더 바짝 올리고는 해. 오늘도 네가 헤어지자고 하는 꿈을 꾸고 잠을 설쳤어. 말할 수 없는 모든 마음들이 너에게 전해진다면 난 편히 잘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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