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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dia Youn Aug 31. 2022

사랑한다는 말은 할 수 있어, 하지만..

 나는 말하고 싶지가 않았어. 평생을 말한다는 건 너무 눈물 나니까. 평생이 아닐 수도 있으니까. 언젠가 혼자가 되었을 때 그 말을 붙잡고 꺼이꺼이 울 것만 같으니까. 그러고 싶지 않으니까.


 사랑한다는 말은 할 수 있어. 그때의 감정이 사랑인 거라면. 근데 평생은 다른 거잖아. 나에게 평생을 말할 때는 제발 조심해줘. 나는 예민한 사람이니까. 그런 말을 붙잡고 평생을 울 사람이니까. 가벼운 말로 평생이라고 말하지 말아 줘. 나는 평생, 평생 그 말을 붙잡고 울 것만 같으니까.


 내가 너에게 오래가고 싶다고 하는 말은 그저 괜히 해본 말이 아니야. 사랑한다는 말은 할 수 있어. 그때의 감정이 사랑인 거라면. 근데 오래가자는 건 다른 거잖아. 한 치 앞을 보기가 힘든 인생에서 너와 오래가고 싶다는 건. 나조차도 모르는 내 인생의 큰 부분을 네게 맡기고 싶다는 거잖아.


 사랑한다는 말은 할 수 있어. 하지만 난 사랑을 말하기가 두려워. 공기 중에 흩어지는 모음과 자음이 날아가버리면 그 자리에 사랑을 말해버린 나만 남을까 봐 두려워. 그 자리에서 날아가버린 말을 붙잡고 싶어 울고 있을까 봐 두려워. 사랑한다는 말은 할 수 있어. 하지만 난 사랑을 말하기가 두려운걸.


 너와 평생을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어. 날아가는 단어들에 무게를 실어 말했어. 날아가지 말라고 온 몸에 힘을 주어 그 단어에 무게를 실어 말했어. 평생을 말한다는 건 너무 눈물 나. 평생이 아닐 수도 있으니까. 날아가버린 말을 붙잡고 혼자만 남을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난 네게 평생을 말했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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