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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dia Youn Jul 27. 2022

나는 상처받았던 과거의 나를 보듬어야 해

 난 네가 정말 싫어. 내가 바란 건 그다지 큰 게 아니었잖아. 나는 아무것도 너에게 요구한 적이 없어. 단 하나 나를 만나 달라는 것 말고는.  


 나는 너에게 무엇이라도 해줄 수 있는 사람이었어. 내 능력이 안된다면 뭐를 어떻게 해서든 너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다고. 그런데 넌 나의 사랑보다는 비참한 너의 환경에만 침잠해있더라. 난 네가 어떤 상황이든 관심이 없어. 너라는 사람이 좋은 거였지 너의 배경을 본 건 아니었으니까. 너라는 사람이 열심히 하는 노력이 좋았지 그 결과가 어떤지가 나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으니까. 넌 열심히 노력하면서도 별 결과가 없는 네 삶을 비참하게 여겼어. 그래서 말도 없이 나를 떠나고 나는 혼자 남겨졌고. 혼자 남겨진 내 앞엔 수많은 의문이 생겼지. 나는 너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고 네 모든 것을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인데 왜 너는 나를 떠났을까.


 나는 너를 정말 좋아했어. 너와의 미래를 꿈꾸며 더 열심히 일했거든. 돈을 누가 버느냐는 나에겐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냐. 나든 너든 능력이 되고 상황이 되는 사람이 벌면 되는 거지. 누구든 인생에서 힘든 시기가 있잖아. 난 네가 힘들 때 옆에 있어주고 싶었어. 작은 도움이라도 되고 싶었어.


  너에 대한 사랑이 잊히고 나서야 너는 네게 말하더라. 네가 가진 게 아무것도 없어서 나를 도저히 만날 수 없었다고. 나는 그냥 너면 됐는데. 내가 너에게 한강에서 라면을 먹자고 하던 날 기억해? 나는 그거면 됐어. 걸어서 가든 버스를 타든 기어서 가든 그냥 너랑 한강에서 라면을 먹고 싶었다고. 내가 바란 건 그렇게 큰 게 아닌데 너는 내가 어려웠나 봐.


네가 잘 된 모습을 보니 좋아. 열심히 노력하던 사람이었으니까 당연히 잘 될만하지. 네 성공에 축하를 보내주고 싶어. 하지만 나는 상처받았던 과거의 나를 보듬어 주는 일에 더 바빠. 모든 걸 줄 수 있는 사람에게서 작은 것만 훔쳐간 너를 어떻게 더 좋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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