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이 좋아할 만한 지뢰를 나와 당신의 사이 곳곳에 숨겨두었다. 당신이 그게 지뢰인지 아닌지 아는지 모르겠으나 당신은 가끔 그 지뢰를 밟고는 한다. 내가 그 지뢰들을 숨긴 이유는 다른데 없다. 당신이 좋아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가 궁금했을 뿐. 나는 당신에게 많은 것들을 보여주었다.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은 물론 다 보여주었고 보여주고 싶지 않은 부분들마저 가끔씩 들키기도 했다. 사실 사람들은 쉽게 지뢰를 밟고는 한다. 장미를 지키는 가시처럼, 비옥한 땅 속에 지뢰를 숨겨두기 때문이다. 나는 당신이 화려한 꽃 향기에 정신을 잃어 지뢰가 숨겨진 땅을 밟고야 말 것인지 궁금했다.
좋아요를 누르는 가벼운 손길들에 신물이 난다. 지뢰 인지도 모르고 웃으며 터져가는 사람들은 이제 우습지도 않다. 가끔 척박한 땅 속에 보물이 있음을 알아보는 레이더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어지러운 머리를 떠받치고 사느라 삶이 피곤하다. 보이지 않게 숨겨놓은 것들이 쉽게 찾아지는 것도 퍽이나 피곤하다. 누구나 보라고 펼쳐진 것들에 구역감을 느끼는 것 또한 지친다. 하지만 지뢰를 숨겨두는 일을 멈추기에는 아직 삶이 길다.
지뢰를 더 잘 숨기기 위해 비옥한 땅을 가꾼다. 더 화려한 꽃을 피우기 위해 가꾼다. 더 많은 사람을 지뢰로 터트리기 위해 가꾼다. 걸러지지 않는 불순물들을 거르기 위해 가꾼다. 꽃이 필수록 땅은 더욱 비옥해지고 내 창고의 지뢰는 제 자리를 찾아간다. 흙 속에 몸을 감춘 지뢰는 지금 웃고 있다. 멋진 정장을 차려입은 남녀가 꽃 향기에 이끌려 이곳을 찾았다가 말도 안 되는 폭발을 겪는 장면을 상상하며 희열을 느낀다. 나는 웃고 있는 지뢰를 마음속으로 쓰다듬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