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잘 사귀어야 하는 이유
한 날은 집에 돌아오니 누군가가 아빠에게 전화로 화를 내고 있었다. 아빠는 계속 본인이 아니라고 모르는 일이라 했지만, 상대방은 무조건 아빠가 맞다며 화를 냈다. (뇌경색으로 말을 잘 못하는 아빠를 대신해) 결국 내가 전화를 뺏어 받았고, 어떻게 된 상황인지 물어보았다.
일의 원인은 전화를 거신 분의 집 앞에 오토바이가 불법 주차되어 있었고, 그 오토바이 주인이 우리 아빠라는 것이었다.
이상했다. 우리 아빠는 오토바이를 탈 줄도 모르는데, 그 사람은 아빠께 맞다며 확신했다.
어떻게 확신하냐 물으니, 그 사람은 아빠가 업무상 일로 그 댁에 방문했고, 그때 타고 온 오토바이가 계속 불법주차되어 있다는 것이다.
웃긴 건 우리 아빠는 오토바이를 타지 않을뿐더러 그 댁에 일하러 간 적도 없었다. 코로나 이후 뇌출혈과 뇌경색을 겪으면서 일을 거의 하지 않았던 아빠라고 해도 적어도 본인이 한 일은 기억할 텐데, 그 집은 아예 듣도 보도 못한 곳이라고 했다.
그 주인댁은 그때 공사를 진행했던 사람과 우리 아빠 번호가 일치하다 했고, 무작정 우리 보고 처리하라며 화냈다. 그에 나도 화나서 언성이 높아졌지만, 길어지는 언쟁에 지쳐 그놈의 불법주차 오토바이는 내가 대신 구청에 신고해 줬다.(ㅡㅡ)
주인댁에게 일단 내가 신고를 해줬으니 공무원이 처리해 줄 거라 말하며 우리 아빠는 아파서 일할 몸도 안되고, 그 댁은 더더욱 모른다고 문자를 보내었다. 그러자 주인댁은 그 당시 계약서를 우리에게 보냈다.
계약서에는 아빠와 뒷자리는 동일하지만, 중간 번호가 틀렸고, 시공자 이름도 아빠가 아닌 다른 이름이 적혀 있었다. 곧바로 아빠에게 이 사람이 누구냐고 묻자, 아빠는 친구라고 했다.
그 친구라는 사람은 아빠처럼 술 마시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며칠 오갈 데가 없어서 아빠가 가게에 머무르라며 열쇠를 줬다고 한다. (아빠 가게는 재료를 놔두는 창고로 사용되고 있었고, 상주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열쇠를 받아 든 아빠 친구는 가게에 머물렀고, 가게로 상담받으러 온 분에게 본인이 기술자라 소개하며, 일을 진행한 것이다. (관련 일을 할 줄 아는 사람이라 일하는 데에는 무리가 없었던 듯하다.)
그렇게 아빠 친구는 아빠에게 그 어떤 말도 전달하지 않은 채, 아빠 재료와 기구를 마음대로 사용하며 아빠일을 대신해 놓고는 오토바이까지 불법으로 주차해 둔 것이었다.
이를 알게 된 아빠는 오토바이를 가져가라며 친구에게 연락했지만, 받지는 않았다.
결국 오토바이는 공무원에 의해 처리되었고, 그 주인댁에는 계약서에 적힌 전화번호와 이름이 우리 아빠가 아니라는 사실을 전달했다.
그러자 그 주인댁은 그 뒤의 일은 본인이 처리하겠다며, 대신 구청에 신고해 준 것에 대한 감사 인사를 보내왔다. (아빠를 오해하고, 화낸 것에 대한 사과는 단 한마디도 없었다.)
질 안 좋은 초빼이 친구를 잘못 둔 탓에 아빠는 억울한 누명을 쓸 뻔했지만, 이제는 연락조차 되지 않는 사람이기에 어디 화낼 데도 없이 일은 마무리되었다.
술 마시고 놀 때나 좋은 친구였지, 과연 이런 사람을 친구라 부르는 게 맞는 것인가. 이래서 사람을 만날 때는 주위 사람도 잘 봐야 한다는 건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