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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 중독자가 술을 끊는 법

드디어 술에서 헤어 나오다

by 사적인 유디


내가 태어났을 때도 어김없이 술을 찾아 떠났던 아빠는 내가 20대 후반이 되어서야 술을 끊게 되었다. 물론, 중간중간에 3개월 또는 6개월, 1년에서 1년 반 정도 술을 끊은 적이 몇 번 있기는 하다.


술을 끊다가도 결국 인사불성이 되어 집에 들어오는 날들이 계속 반복되었었는데, 지금은 어떻게 술을 완전히 끊어낼 수 있었을까?


2가지 이유가 있다.

1) 돈이 없어서

2) 술 마실 힘이 없어서


번외로 술을 강제로 끊게 만들기 위해 정신병원 입원도 몇 번 하기는 했지만, 오래 지속되지는 못했다. 결국 술을 끊기 위해서는 아무리 외부 압박이 있어도 스스로 끊지 못하면 오랜 기간 지속되기란 쉽지 않다.


아빠는 2020년 코로나가 터지고 나서 지금까지 거의 일을 쉬었다. 있는 돈, 없는 돈 다 긁어모아서 썼고, 현재는 빚만 남아있을 뿐이다.


예전에는 카드값 몇 십만 원쯤 엄마나 나에게 요구를 해서 갚아나갔지만, 지금은 어떻게 그 빚을 갚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1차적으로 돈이 없으니 술을 많이 마시기란 어려웠다.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술을 끊지는 못했다.


아빠는 몰래 술을 한 두병씩 사 와서 집 안에서 마셨지만, 한창 많이 마실 때처럼 술을 마셔대지는 않았다. 그렇게 완전히 술을 끊지는 못하더라도 예전보다 술 마시는 양을 줄이게 되었다.


그리고 술을 완전히 끊을 수 있게 된 이유는 '건강 이상'이었다. 아빠는 뇌출혈과 뇌경색을 겪고 급격하게 쇠약해지고, 노화되었다.


몇 년 전처럼 바쁘게 술 마시러 나가고, 놀 수 있는 힘이 지금은 다 소멸되었다. 온몸의 근육과 살은 다 빠져서 나보다 더 마른 체형이 되었고, 무기력과 우울감이 합쳐져 집 안에만 머무르게 되었다. 먹고, 자고, 먹고, 자고만 반복하여 집 밖을 거의 나가지 않는 생활을 하고 있다.


움직일 힘도 없으니 술 마실 힘도 없고, 아빠는 그렇게 술을 안 마시게 되었다. 그렇게나 술을 좋아하던 사람이 이제는 술 마실 힘조차 없어서 못 마시게 된 꼴이라니.


아빠의 젊음은 술과 담배에 지배를 당했고, 결국에는 허약한 몸과 가족들의 미움만 남게 되었다. 아빠를 보았을 때 안타까움은 있지만, 결국 다 뿌린 대로 거두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아빠의 20대와 30대, 그리고 40대와 50대의 아빠는 정말 이런 상황을 바랐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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