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우리 아빠 같은 사람은 아닌
어린 시절부터 이해할 수 없었던 말 중 하나가 “아빠같은 사람이랑 결혼할 거야.”였다. 아빠 같은 사람이라니 … 내 머릿속에 제일 먼저 떠오르는 아빠의 모습은 술에 잔뜩 취해 우리에게 욕을 하고, 엄마를 못살게 구는 아빠의 모습이었다.
여전히 나는 아빠 같은 사람과 결혼하고 싶다는 사람들을 보면, 참 신기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어떤 아빠 밑에서 자라왔기에 저런 말을 할 수 있는 것일까?
누군가는 아빠 같은 사람을 만나 결혼하는 게 꿈이라고 하지만, 나는 정반대였다. ‘아빠같은 사람은 절대 안 만나야지.‘ ‘아빠처럼은 안 살아야지.‘가 오랜 내 생각이었다. 아빠 같은 사람도 안 만나면서 나 또한 아빠처럼 행동하지 않는 것.
친구들이 이상형이 무엇이냐 물으면 항상 키 큰 사람이라고 말을 했지만, 사실 이건 외적인 부분일 뿐이고, 내게는 이상형이랄 게 그다지 없었다.
찬찬히 한 번 이상형에 대해 생각해 보자면, 아래 5가지 정도가 적합했으면 좋겠다는 정도?
1. 술을 좋아하지 않거나, 술주정이 없는 사람
2. 책임감 있는 사람
3. 욕과 막말을 하지 않는 사람
4. 경제관념 있는 사람
5. 존경받을 수 있는 사람
하지만, 이런 사람을 만나더라도 끌림이 없기도 했고, 또한 이 5가지를 다 가진 사람을 만나기도 쉽지 않았다.
내 이상형은 무엇일까?
남자친구에게 물어봤다.
“내 이상형은 뭐게~? “
남자친구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이렇게 답했다.
“다정한 아빠 같은 사람.”
내가 예상한 답은 “나?”, ”나 같은 사람.“이라고 답할 줄 알았는데, ‘다정한 아빠 같은 사람‘이라니.
나도 모르게 “어, 맞아! 어떻게 알았어?” 라고 답했다.
사실 나도 확신하지 못했던 이상형을 남자친구가 딱 맞힌 것이다. 지금까지 형용할 수 없었던 무언가가 딱 들어맞은 것이다.
그러고 보니 그렇다. 나는 (우리) 아빠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지는 않았지만, ‘다정한 아빠’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어 했을지도 모른다.
대개 나이 차이 많은 연인을 만나면, 어렸을 때 부모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해 그 결핍을 연인으로부터 채우기 위해 만난다고들 한다. 나는 이 말이 참 듣기 싫었다. 내가 만나고 있는 사람은 비록 나이 차이가 날지라도 이 사람 존재 자체가 나에게 큰 의미였기 때문에 초점이 ‘나이’에 맞춰지는 게 싫었다.
하지만, ‘나이‘를 떠나 남자친구는 정말 ‘다정한 아빠’와 같다. 자식을 대하듯 무조건적인 사랑을 나에게 퍼부어준다.
설령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거나, 나보다 어리다고 하더라도 나는 이 사람 자체에서 안정감을 느끼고, 사랑받고 있음을 느낀다.
그렇게 아빠 같은 사람을 만나지 않겠노라 했는데, 이런 다정한 아빠 같은 사람을 원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