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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아 Oct 22. 2020

남은 것들의 잔치

열매달, 여드레



바람에 실려 흘러가는 구름같이, 평온하고, 또 잔잔한 하루였다.


모두 각자의 일로 밖에 나간 시간, 혼자 남은 나는,

언니 방 큰 창에 보이는 구름을 맘껏 쳐다보다가, 문득 배가 고파졌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남아있던 각종 나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큰 양푼에 나물들, 밥, 고추장을 넣고, 마지막으로 참기름을 두르니,

고소한 냄새에 기분이 좋아졌다.

어제 저녁에 먹다 남은 쑥국도 함께

남은 것들의 잔치를 벌였다.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잔치를 마치고,

곧바로 노트북을 열었다.

최근에 관심을 가지게 된 코딩. 컴퓨터와는 벽 쌓고 지낸 지 꽤 오래된,

슈퍼 문과생이지만,

다른 나라 언어를 배우는 것만큼, 컴퓨터의 언어를 배우는 것은

생각보다 흥미로웠다.

(내가 내린 명령어를 알아듣는 게 제일 신기했다.)


4-5시쯤, 빛이 가장 예쁠 때, 일을 마치고 돌아온 언니와 산책을 다녀왔다.

금빛이 초록 나뭇잎에 잠시 머물다 가는 이 시간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이다.


내일도 좋아하는 순간들을

최대한 많이 마주칠 수 있는 하루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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