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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이영 Oct 13. 2019

벚꽃은 불꽃보다 평등하다

여의도 불꽃축제


매년 가을 불꽃축제 철이면 빵빵 터지는 폭죽 소리만 귀를 때렸다. 사람 많고 화장실 더럽고 올 때 차 막힐 게 뻔한데 굳이 뭐 그런 곳을 찾아 가나 싶었다. 작년에 우연히 친구 따라 갔다가 접한 불꽃 황홀경에 ‘이걸 왜 30년 동안 못 즐겼나’ 억울하기 짝이 없었다.  


3월은 벚꽃, 10월은 불꽃. 이걸 연례행사로 여기며 살아가리. 평소 우리 동네서 여의도까지라면 교통편이나 거리를 고민할 필요가 없지만 축제 날이라면 말이 다르다.     


고층 카페라면 굳이 예약하고 가지 않아도 되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야경이 끝내줘 프로포즈 명소로 통한다는 한 강변 카페에 갔다. 직원은 전망 좋은 자리 몇 개를 안내했다. 흡족한 마음으로 창가 구석 자리에 앉겠다고 말하려는 찰나, 그는 친절한 미소를 띠며 이렇게 말했다. “테이블 당 15만원입니다.”    


축제날은 한 테이블에 죽치고 앉아있을 손님들 때문에 회전율이 떨어질 테니 그렇게 가격을 책정한 카페도 이해는 간다. 1인당 7만 5000원짜리 불꽃 공연 티켓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 어쨌든 나의 소비 범위는 벗어난다.     


우리는 카페 옆 식당에서 장작구이를 뜯으며 긴급 회의를 했다. 일단 따릉이를 빌려 원효대교까지 가보기로 했다. 그렇게 시작된 동네 자전거 여행. 상수동을 지나 강변을 따라 달리다보니 ‘스팟’이 나왔다. 인파를 뚫고 돗자리를 깔만한 적절한 장소를 찾았다. 쌀쌀하긴 했지만 자전거 타고 오길 백번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도 불꽃은 여전히 화려하고 낭만적이었다. 지나가던 사람들도 잠깐 멈추고 카메라를 추켜들었다. 불꽃이 빵빵 터질 때마다 ‘와’ 하는 환호성이 나왔다. 모두 행복해 보였다.     



나는 불꽃 너머 즐비한 아파트 배경을 보며 상상했다. 집안 거실에서 간단한 식사에 와인 한 잔 곁들이면 얼마나 편할까! 햇반 하나만 있어도 불꽃을 반찬삼을 수 있을 텐데. 몇 주 전부터 예약이 꽉 찬다는 여의도 인근 호텔과 식당들에 기꺼이 지갑을 열 수 있는 사람들이 보는 불꽃은 어떨까?


지난해는 운 좋게도 여의도에 있는 친구 회사 옥상에서 불꽃을 봤다. 밑에서 올려다본 불꽃과는 또 다른 인상이었다. 하늘 위에 펼쳐진 장관이니 누구나 볼 수 있는 공공재라고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도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꽃에 비하면 벚꽃은 평등한 편이다. 차가 있든 없든, 집 안에서 벚꽃이 보이든 안 보이든 누구든 밖으로 나와 벚나무 밑을 거닐어야 봄기운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비장애인 서울 주민인 나의 시각일 뿐이다.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것은 대체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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