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베드에서 오는 긴장감
모든 직장인이 그렇듯 월요일은 힘든 날이다. 오죽하면 '월요병'이 있을까? 월요일은 정말 긴장을 해야 하는 날이다. 주말을 지나면 분명 환자분들 중 한두 분은 하늘의 별이 된다. 그리고 빈베드가 생기면 또 새로운 환자가 입원을 한다. 그것도 물밀듯 밀어닥친다. 하루에 4명의 환자를 받은 적이 있었다. 시간차를 두고 환자가 입원을 하면 다행이지만 꼭 같은 시간에 같이 들어온다. 그런 날은 밥도, 화장실도, 퇴근도 없다. 끝나야 끝나는 것이다. 연달아 상담을 하고 나면 목이 아프고 목소리가 갈라진다. 여름에도 목에 손수건이나 스카프를 감게 되고 짧은 가을이 지나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직원들 모두 작은 목도리를 목에 감는다.
간호사 선생님들과 요양보호사선생님들은 3교대를 한다. 그 말은 어찌 되었든 8시간의 근무를 마치면 교대를 할 다른 누군가가 있다는 의미다. 물론 약간이 아닌 약간의 오버타임은 어쩔 수 없는 한계일 테지만. 우리 기관의 호스피스의 전담사회복지사는 나 1명이다. 다른 기관에는 가정형, 입원형, 자문형 등에 근무하는 사회복지사들도 있지만 나의 직장인 이곳은 입원형이 전부이고 전담사회복지사는 나 혼자다. 그래서 모든 것이 내손을 타야 한다. 흰가운을 입고 왔다 갔다 하는 한량 같은 직업이라 편하겠다고 하는 보호자들이나 환자들을 보면 그냥 웃고 만다. 무릎까지 오는 흰가운은 때도 잘 타고 여름엔 벗을 수 없어 덥고 겨울엔 뭘 껴 입을 수 없어서 춥다. 있는 자리에서 모두 최선을 다할 뿐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월급 받는 사람에게 편한 곳은 없다. 특히 호스피스사회복지사는 더 그렇다. 법으로 해서는 안 되는 일 빼고 다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환자들 이미용도 하고, 화장도 시켜준다. 손발에 매니큐어도 발라주고 화분 분갈이나 화단 정리, 화분에 물도 준다. 엎드려 바닥도 닦고 바쁘고 급하면 환자에게도 달려간다. 나뿐만 아니라 호스피스에서 일하는 모든 직원들이 마찬가지다. 경계가 애매하지만 결코 그 선을 넘어서는 안되고 그러나 협력은 해야 한다. 호스피스에서 일한다는 것은 고귀하고 고결한 환경도, 직업도, 월급도 아니다. 동료를 믿고 환자를 위해 그 가족들을 위해 존재할 뿐이다.
입원 후 초기 상담을 진행하면 호스피스입원 경험이 없는 보호자들은 욕을 하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한다. 퇴원과 입원이라는 피곤한 과정을 단시간에 끝내야 한다. 또 타 기관에 입원하면서 환자에게 에너지를 다 쓰고 피곤함과 불안, 걱정을 안고 등 떠밀리듯 호스피스로 오는 경우가 많다. 몸도 마음도 너무 힘들었기에 환자를 떠맡기듯 내려놓고 가는 보호자들도 있다. 입원 첫날에는 설명해야 할 것도 많고 사인할 서류도 많다. 특히 사회복지사는 이것저것 물어볼 것도 많고 경제적인 부분도 체크해야 한다. 가족관계나 경제적인 부분을 대답해야 하는 보호자의 입장도 이해하지만 개인적인 호기심으로 치부하고 상담을 거부하는 보호자들을 보면 죄를 지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잘못한 건 없지만 죄인으로 보호자와 마주하고 있는 것 같아 어깨가 움츠려 들고 목소리도 작아진다. 지금이야 보호자와 부딪히는 상황을 부드럽게 넘길 수 있지만 입사 초에는 서류를 입력하면서 모니터에 대고 화를 내기도 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매주 월요일은 긴장을 한채 출근하게 된다. 금요일 퇴근을 하면서 간호사선생님들께 임종실에 있는 위중한 환자를 월요일까지 살려놓으라 농담 같은 진담을 하기도 한다. 서로 신뢰하기에 할 수 있는 말이다. 사실 인간의 수명은 신의 영역이다. 월급 주는 직장이 쉽고 편한 곳이 어디 있겠냐 마는 그래도 편한 곳이 호스피스라는 생각은 버리는 게 좋다. 아침에 출근해 글로보는 환자의 차트에서 간밤에 보낸 힘든 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튀어나와 덩달아 긴장이 된다. 알면 알수록 힘든 곳이 이곳 호스피스이다. 7년의 시간을 보내면서도 '아리 까리' 한 곳이 바로 호스피스이고 호스피스 사회복지사다. 월급은 꼬박꼬박 받으면서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그리고 함께 일하는 호스피스팀원들에게 늘 모자라고 부족한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나는 무엇을 어떻게 더 해야 할까? 더 해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