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par David Friedrich, Bohemian Landscape with Mount Milleschauer, 1808
새벽인 듯, 저녁인 듯 빛이 서서히 번지는 고즈넉한 풍경이 저 멀리 펼쳐져 있다. 뾰족한 산봉우리가 인상적인 큰 산 아래 작은 능선 여러 개가 겹쳐졌다. 그 아래 한가로운 구릉이 펼쳐져 있고, 점점이 늘어선 나무들이 단조로운 풍경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거칠 것 하나 없는 하늘과 한가로운 산야의 정취가 눈과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도시에서 일상을 보내는 많은 사람은 빌딩, 건물, 자동차로 가득한 풍경이 익숙하다. 문득 답답한 느낌이 들어 하늘을 한번 올려다본다. 저 멀리 아무것도 거칠 것 없는 작품 속 풍경 같은 장면을 언제 보았던가.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Caspar David Friedrich, 1774~1840)는 19세기 독일 낭만주의를 이끌었던 화가이다. 당시 유럽에서는 물질주의가 만연했고, 동시에 이에 환멸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프리드리히를 비롯한 일부 예술가들은 자연을 인간이 만든 인공물에 대항하는 신성한 창조물로 생각하고 자연을 묘사하는데 심취했다. 프리드리히는 황량한 숲이나 나무, 폐허, 밤하늘, 안개 등을 소재로 삼아 자연에 대한 사색을 화폭에 담아내는데 탁월한 솜씨를 발휘했다. 이 무렵 작가는 Mount Milleschauer을 배경으로 여러 작품을 제작했다.
그림 속 낮게 내려앉은 하늘과 산이 맞닿은 은은하고 단조로운 듯한 풍경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언젠가 시골을 여행하며 본 듯한 장면 같기도 하다. 그 아름다움에 이끌려 가까이 다가가다 보면 풍경이 바뀌면서 점점 많은 것들이 드러난다. 들판에는 멀리서 보이지 않던 길이 이어져 있기도 하고, 나무에는 새들이 둥지를 틀고 살고 있다. 숲으로 가는 길에 바위가 앞길을 막을 수도 있고, 작은 동물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다시 멀리서 보면, 여전히 하늘을 공활하고, 산은 삼각형이고, 땅은 길게 누워 있다.
삶에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어렵고 복잡한 일이 있을 때 그 안에 들어가 있으면 좀처럼 해답을 찾기가 어렵다. 주위에 산재한 문제들이 본질을 가려 핵심을 파악하기도 쉽지 않다. 이럴 때는 풍경을 감상하듯 고민을 멀리 밀어 놓고 보자. 하늘, 산, 땅처럼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부분, 중요하지 않은 부분, 급한 부분이 드러날 것이다.
살다가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보이지 않을 때,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훌쩍 그 자리를 떠난 경험이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