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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가치
by Yul Feb 28. 2018

새로운 날엔 새로이 쓰이겠지요

고대부터 현재까지, 보편적이지만 로컬한, 스러지고 진화하는 바구니의 역사

황석영의 에세이 ‘밥도둑’에는 들밥을 먹는 장면이 등장한다. 해는 쨍쨍하고 할 일은 많은 농번기에 하루는 이 집 다음 날은 저 집, 두레며 품앗이며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논두렁에 걸터앉아 함께 먹던 밥. 푹 삶은 보리밥에 호박이며 가지며 제철 채소를 볶고 무친 나물 몇 가지가 전부지만 지나는 행인에게도 당연한 듯 권했던 넉넉한 마음새. 세상이 변해 이런 풍경이 사라지고 나서야 ‘아, 그때는 아름다웠다’ 아련하게 다가오는 따스함이다.



단원풍속도첩 중 '새참' / 김홍도



너른 광주리에 밥과 반찬을 담아 머리 위에 얹고 한 손에는 술이 가득 든 주전자를 들고서도 좁은 논두렁을 잘도 지나 음식을 나누는 동네 아낙의 일상은 조선시대 민화에도 종종 등장한다. 꼭 이때가 아니더라도 아낙들은 들기 어려운 무거운 짐은 바구니에 담아 머리에 이고 길을 나섰다. 머리 위의 바구니는 비단 우리만의 풍경은 아니다. 저 머나먼 고대 그리스에도 비슷한 모습은 발견된다. 바구니를 든 자(basket bearer)라는 의미를 가진 카네포로스(Kanephoros)는 제물을 바구니에 담아 머리 위에 얹어 신전에 운반에 제를 지내는 처녀 사제들로 이들은 매우 신성한 존재였다.



포구의 여자 행상들 / 김홍도


그리스 석상의 카네로포스와 그림 / 출처: houseappeal.wordpress.com




무언가를 담고, 운반하는 수단이자 저장하는 용기가 되는 바구니는 인류의 발전과 역사를 같이 하는 공예품으로 손꼽힌다. 다만 쉬이 부식되는 성질 때문에 보존된 것이 없어 정확한 연대를 알 수 없을 뿐. 처음에는 오목한 형태의 나무껍질 등이 그 자체로 용기의 역할을 했고, 점차 이를 얇게 잘라 가공하거나 가는 나뭇가지들을 서로 꼬아 엮는 위빙으로 진화했다. 중동 지역에서는 약 8천 년 전부터 위빙을 통해 러그와 바구니를 만들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오랜 공예 중 하나이지만 위빙 과정은 고대에도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잘 휘는 성질을 가진 소재를 하나 걸러 하나, 위로 아래로 교차시키며 바닥의 형태를 만들고 여기에 살을 붙여가며 몸체(wall)를 짠 뒤 입구 가장자리(rim)를 마무리하면 완성이다. 단순한 작업의 성실한 반복이며 의식적인 디자인을 무의식적인 손놀림으로 완성해가는 - 어느 지역에서나 바구니를 짜는 과정은 비슷하다.



바다코끼리 상아로 장식된 고래수염 바구니 / ⓒarcticspiritgallery.com



다만 사용되는 소재는 지역마다 다른데 이는 기후에 따라 자생하는 식물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가장 공통적으로 널리 쓰이는 것은 등나무, 즉 라탄이다. 성질이 유연하여 변형이 쉬우면서도 내구성이 있어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지는 소재다. 게다가 라탄은 염색이 비교적 쉬워 패턴을 넣는 등의 다양한 디자인 변형이 가능하다. 한국과 중국, 일본은 대나무가 많아 죽세공이 발달했고, 유럽은 버드나무(willow) 가지를 주로 사용한다. 동남아 등 활엽수가 자라는 곳에서는 야자수 잎을 말려 사용하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다. 극지방의 원주민은 떠밀려 온 해초로 바구니를 만들지만 때로는 고래의 수염을 소재로 삼기도 한다. 이 바구니는 바다코끼리의 상아, 고래의 뼈로 장식하는 것이 보통이다.


애초에 생활의 편의를 위한 도구인 바구니는 그것이 쓰이는 사람의, 보다 정확히는 사회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진화해왔다. 산업혁명으로 인해 도시화가 진행되며 석탄을 보관하는, 석탄을 나르는, 공장 노동자를 위한 식사 준비와 각종 볼트와 너트를 보관하는 용도 등 여러 가지 바구니가 새로 등장했고, 이후 영국의 최대 전성기라 일컫는 빅토리아 시대에는 중산층이 성장해 이전에 귀족과 부유층에 제한적이던 피크닉 문화가 확산되며 다양한 형태의 피크닉 바구니가 유행하기도 했다.



강도 높은 리사이클 플라스틱을 위빙한  바구니



현대에 와서는 플라스틱이 널리 쓰이며 위빙 바구니는 점차 설 자리가 없어지는 현실이다. 이에 기능적인 장점보다는 그가 가진 미감에 기반한 작업이 생겨났다. 자연주의 바람에 힘입어 하이패션 업계에서도 위빙 바구니 형태의 가방을 앞다투어 출시하기도 하고, 과거 대나무 어망의 형태를 재현한 휴식 공간을 디자인하는 등 아티스트들의 프로젝트도 이어진다. 자연에서 온 소재뿐 아니라 리사이클 플라스틱 등 환경폐기물을 위빙한 제품들도 종종 발견된다. 한편으로는 쇠락기인 때가 다른 한편으로는 변형과 재생의 시기인 셈이다. 담는 물건에 따라, 혹은 만드는 이가 담아 내려는 생각과 내재된 정서에 따라 바구니는 여전히 사람과 함께 더불어 살며 진화하고 있다.





※ 삼청동 코지홈과 공동 기획하여 추구하는 가치를 담아 작지만 야문 매거진을 만들고 있습니다.

     코지홈 블로그 : blog.naver.com/cojeehome








YUL

일상이 모여 인생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인생의 중요한 가치는 일상에서 실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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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l
<먹고마시고그릇하다> 글쓴이 /
일상이 모여 인생이 된다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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