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시기, 질투가 일을 그르친다

by 염철현

한나라의 대원수 한신은 삼진(三秦), 즉 유비로부터 관중왕을 빼앗은 항우가 옛 진나라 영토를 셋으로 쪼개 진나라 출신 장수 장한, 사마흔, 동예에게 다스리게 했던 지역을 평정 한 뒤 연나라와 조나라를 연이어 평정했다. 한신의 위세는 하늘과 땅을 진동시켰으며 그의 병법과 지략에 모두 혀를 내두를 지경이 되었다. 그러나 유방은 마음이 급했다. 전쟁은 시세(時勢)와 강약(强弱)에 따라 앞으로 나아가고 뒤로 빠지고 하는 것인데, 유방은 항우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두렵고 무서워 모든 나라를 신속하게 평정하고 하루라도 빨리 천하통일의 주인이 되고 싶었다.


이제 한나라를 막고 있는 나라라고는 제나라와 항우가 다스리는 초나라가 있을 뿐이었다. 한신은 제나라를 치기 위해 전황을 살피고 있었다. 마침 한신은 항우가 유방이 있는 영양성을 공략하기 위해 출병한다는 소식을 듣고 만일의 경우에 유방을 구원하러 가기 위해 제나라에 대한 공격을 지연시키고 있었다. 이때 유방의 책사이며 대부 역이기(酈食其)는 제나라 왕 전광(田廣)이 언제 한신이 공격해 올지 모른다는 소식에 공포에 떨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제나라 왕을 설득하여 유방에게 귀순시키려고 했다. 유방은 싸우지 않고 입만으로 제나라의 항복을 받아낸다면 이보다 좋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유방은 이미 한신에게 제나라를 평정하라는 명령을 내려놓고서도 역이기를 사신으로 파견했다.


유방은 모 아니면 도라는 심정으로 역이기를 제나라에 보내 말로 설득하여 듣지 않으면 무력으로 점령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했겠지만, 일은 예상과는 다르게 돌아갔다. 제나라 왕을 만난 역이기는 세치 혀로 설득시켜 유방에게 귀순하기로 결정했다. 제나라 왕은 귀순을 결정했지만, 한신의 공격을 받을 수도 있는데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걱정했다. 역이기는 자신이 유방의 명령을 받고 왔기 때문에 한신에게 편지를 써 사정을 알려주면 공격을 멈출 것이라고 말하며 안심시켰다. 역이기의 편지를 받은 한신은 대부의 공로를 축하하고 자신은 영양성으로 달려가 유방을 지키겠다는 회신을 보내왔다. 이로써 제나라가 유방에게 귀순하는 절차는 마무리된 듯 보였다.


여기서 연나라 출신이면서 한신의 책사로 있는 괴철(蒯徹 또는 괴통나라의 대원수 한신은 삼진(三秦), 즉 유비로부터 관중왕을 빼앗은 항우가 옛 진나라 영토를 셋으로 쪼개 진나라 출신 장수 장한, 사마흔, 동예에게 다스리게 했던 지역을 평정 한 뒤 연나라와 조나라를 연이어 평정했다. 한신의 위세는 하늘과 땅을 진동시켰으며 그의 병법과 지략에 모두 혀를 내두를 지경이 되었다. 그러나 유방은 마음이 급했다. 전쟁은 시세(時勢)와 강약(强弱)에 따라 앞으로 나아가고 뒤로 빠지고 하는 것인데, 유방은 항우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두렵고 무서워 모든 나라를 신속하게 평정하고 하루라도 빨리 천하통일의 주인이 되고 싶었다.


이제 한나라를 막고 있는 나라라고는 제나라와 항우가 다스리는 초나라가 있을 뿐이었다. 한신은 제나라를 치기 위해 전황을 살피고 있었다. 마침 한신은 항우가 유방이 있는 영양성을 공략하기 위해 출병한다는 소식을 듣고 만일의 경우에 유방을 구원하러 가기 위해 제나라에 대한 공격을 지연시키고 있었다. 이때 유방의 대부 역이기는 제나라 왕 전광(田廣)이 언제 한신이 공격해 올지 모른다는 소식에 공포에 떨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제나라 왕을 설득하여 유방에게 귀순시키려고 했다. 유방은 싸우지 않고 입만으로 제나라의 항복을 받아낸다면 이보다 좋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유방은 이미 한신에게 제나라를 평정하라는 명령을 내려놓고서도 역이기를 사신으로 파견했다.


유방은 모 아니면 도라는 심정으로 역이기를 제나라에 보내 말로 설득하여 듣지 않으면 무력으로 점령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했겠지만, 일은 예상과는 다르게 돌아갔다. 제나라 왕을 만난 역이기는 세치 혀로 설득시켜 유방에게 귀순하기로 결정했다. 제나라 왕은 귀순을 결정했지만, 한신의 공격을 받을 수도 있는데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걱정했다. 역이기는 자신이 유방의 명령을 받고 왔기 때문에 한신에게 편지를 써 사정을 알려주면 공격을 멈출 것이라고 말하며 안심시켰다. 역이기의 편지를 받은 한신은 대부의 공로를 축하하고 자신은 영양성으로 달려가 유방을 지키겠다는 회신을 보내왔다. 이로써 제나라가 유방에게 귀순하는 절차는 마무리된 듯 보였다.


여기서 연나라 출신이면서 한신의 책사로 있는 괴철(蒯徹 또는 괴통(蒯通)이라고 부름)이 한신을 부추겨 들쑤신다. "역이기의 말을 믿고 철군하게 되면 일생일대의 과오를 범하게 될 것입니다. 원수께서 동분서주하시면서 점령한 성은 50여 성밖에 안 되는데 여이기는 입만 가지고 70여 성을 얻었습니다. 무슨 면목으로 영양성으로 돌아가 왕을 뵐 수 있겠습니까?" 성의 숫자로보면 한신이 역이기보다 못하지만 지금 점령한 성의 숫자를 따질 때인가 싶지만, 한신의 마음은 흔들리고 말았다. 역이기에 대한 시기와 질투 그리고 사심이 한신의 판단력을 흐리게 했다. 한신의 흔들리는 마음을 알아본 괴철은 한 발 더 나아가 결정타를 날린다. "후일 천하통일을 달성했을 때 일등공신은 원수가 아니고 역이기가 될 것입니다." 한신이 괴철에게 문제의 해결방법을 물었을 때 괴철은 제나라를 평정하라는 유방의 명령을 받았기 때문에 형식적으로나마 제나라를 공격하자고 제안한다. 언뜻 맞는 일이다. 역이기가 제나라로 가기 전에 이미 한신은 유방으로부터 제나라를 평정하라는 명령을 받지 않았던가.


드디어 한신은 제나라를 향해 군사를 일으켰다. 제나라 왕은 역이기를 다그쳐 한번 더 한신에게 편지를 보내 그간의 사정을 말하고 공격 중지를 요청하도록 요구했다. 역이기는 한신과 만나서 해결하려고 했지만, 제나라 왕은 역이기를 볼모로 잡아놓고 사신에게 편지만 보냈다. 한신의 고민이 다시 시작됐다. 이제까지 한신은 판단이 명철하고 나라를 위해 의사결정을 했지만 시기와 질투하는 마음이 들면서 교만하고 욕심 많은 인간의 모습을 보게 되는 장면이다. 한신은 괴철과 장이와 같은 모사들의 말을 듣고 역이기의 편지를 묵살했다. 제나라 왕은 역이기를 죽이고 항우에게 구원을 요청한다. 한신의 사심이 다 된 밥에 재 뿌리는 꼴이 되었다. 고대 그리스 역사학자 헤로도투스는 "신이 사람을 무너뜨리려 할 때는 우선 그 사람을 거만하게 만든다"라는 말을 남겼는데, 한신은 책사들의 부추기에 넘어갔고 이것은 훗날 한신의 발목을 잡게 된다.


물론 문제의 발단은 유방이 한신과 역이기 두 사람에게 제나라를 평정하라는 명령을 내린 것에서 비롯되었지만, 만일 유방이 한신에게 자초지종을 말하는 조서를 보냈거나 또는 한신이 유방에게 확인 편지를 보냈더라면 이렇게 문제가 복잡하게 얽히지는 않았을 것이다. 무엇보다 한신은 역이기의 편지를 두 번씩이나 받고 진행 상황을 훤히 알고 있으면서도 역이기에게 공로를 뺏길 것을 우려하여 신의를 어긴 꼴이 되었다. 한신의 시기와 질투가 쉽게 풀릴 일을 어렵고 복잡하게 만들었다. 대장군 한신의 인간적인 한계를 보게 된다.


한신의 책사 괴통은 그럴 듯한 말로 통일 후의 한신의 위상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지만, 훗날 한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원인을 제공한 인물이다. <사기>에서도 한신을 부추긴 괴통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내린다. "심하구나! 괴통의 계책은 제나라의 전횡(田橫)을 혼란스럽게 하고 한신을 교만에 빠지게 하여 이 두 사람을 망쳤구나!"



사마천. (2003). 사기열전. 김원중 옮김. 서울: 을유문화사.

keyword
이전 11화국가 지도자의 첫 덕목, 잘못을 인정하고 고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