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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유미 Oct 14. 2021

그리움

이런 그리움이 있을 줄 누가 알았겠니.

나와 J는 태어날 너의 모습을 상상하느라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고 있어. 우리의 하루 이야기는 네가 어떤 아이로 자랄지 상상하는 것으로 채워져 있지. 그건 무척 설레는 대화 주제야.


유모차에 타고 있는 다른 아기를 보면서도 우리는 너를 생각해. 운동장을 뛰어다니는 아이를 보면서도 마찬가지지. 유튜브에 올라오는 육아 브이로그를 보는 게 큰 낙 중 하나로 자리 잡았어. J는 원래 그런 종류의 브이로그를 보지 않는데 요즘엔 나한테 먼저 육아 브이로그 영상 링크를 보내준다. 귀여워 죽겠어. 영상이.


너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 모습은 어떤 것도 선명하지가 않아. 우리는 계속 상상하며 너를 그리워할 수밖에 없어. 세상에 이런 그리움이 존재하다니. 나는 겪으면서도 믿을 수가 없어.


세상에는 아주 다양한 그리움이 존재하지.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 이미 없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 항상 옆에 있어도 안타까움과 불안에 의해 생기는 그리움까지. 또 사람이 아니라도 소중하지만 가까이할 수 없는 어떤 것들에 대한 그리움도. 하지만 대부분은 명확한 대상이 있잖아. 내가 무엇을 그리워하는지 그 선명한 형체를 모르면서 그리워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생각해.


나와 J는 아직 너를 몰라. 네가 어떤 모습일지, 우리 삶에 어떤 존재가 될지, 지금 정확히 알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그럼에도 네가 아주 많이 그립다. 머릿속으로 너를 그리며 계속 그렇게 그리워하고 있어. 정말 하루라도 빨리 너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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