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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myum Apr 12. 2022

17 요리실력이 없어 다행인 건가

생식을 먹게 된 이유

스튜, 당근 라페나 수프, 페스토, 피클을 담그려고 인터넷에서 조리법을 찾아 시도는 해보지만, 오랜 시간이 걸려 한 번 만들어보고 어려워서 잘 만드는 사람이 하는 가게를 찾아 사 먹는 편이다.


밖에서 먹는 건 믿음을 잃기 시작하면서 작은 가게라도 제대로 하는 곳을 찾느라 잡지와 SNS를 서치 하면서 한 두 개씩 맛을 보고, 멀어도 직접 가서 먹어보기 시작했다.

그래도 없으면, 직접 식재료를 구입해 먹고 싶은 음식을 해 먹으려고 블로그와 유튜브를 찾다가 1~2시간은 훌쩍 넘기고, 같은 토마토 스튜라도 만드는 사람에 따라 재료도 다르고, 요리 순서도 달라서 내 걸로 만드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나와는 반대로 신랑은 요리실력이 뛰어나서 내가 주방에 있으면 걸리적거린다고 직접 나서는 편인데, 식단을 하는 1년 동안은 주방에 오질 않았다.


얼마 전에 만든 토마토 스튜는 하루의 반나절 이상을 쏟아부었지만, 큰 만족감을 얻지 못했다.

신랑이 퇴근 후에 알려준 내용을 메모장에 적었고, 다음 날 확인 차 물어봤는데, 얼마나 답답했던지 신랑이 문자로 순서를 적어서 보내주었다.

신랑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가 만든 토마토 스튜

운동을 마치고, 설레는 마음으로 정육점에 가서

"스튜 만드려고 하니 기름기 없는 돼지고기 목심 반 근만 주세요" 했더니,

"그럼, 목심보다 등심으로 하셔야죠"

살짝 흔들렸다.


그러나 돼지고기보다 소고기 등심으로 하는 게 정석이긴 하나 쫄깃한 식감을 원한다면 돼지고기도 괜찮다고 신랑이 알려준 대로 구매하고, 깍둑썰기로 해달라고 재차 확인했었다. 집에 있는 식재료를 가르쳐준 대로 넣고, 재료가 불에 타지 않도록 불 앞에서 2시간을 계속 저어주었다.


불 조절이 생명이라고 불 곁을 떠나면 안 된다고 해서 2시간을 젓다가 약한 불로 조절 후 또다시 재료가 완전히 익을 때까지 1시간을 더 저어주길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저녁시간이 되었다. 긴장되는 마음으로 호밀빵을 데우고, 토마토 스튜를 한 입을 넣었는데, 3시간을 끓였는데도 당근과 감자는 익지 않은 느낌이었다.


그렇게 저녁으로 먹고, 다음 날 아침에 또 물을 넣어 데우고 재료가 으스러질 때까지 저어주었지만, 내가 원하는 맛이 아니었다. 언제까지 끓여야 되는 건가... 내가 무엇을 빼먹은 건가...

식단을 하면서 어느 순간 그냥 생으로 먹는 게 낫겠다 싶어 당근, 브로콜리, 양배추는 찌고, 데쳐서 간을 하지 않은 채 먹기 시작했다.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20대 독립생활할 땐, 나름 잘 먹고 산다고 생각했다. 불편함 없이 잘 먹고, 먹고 싶은 음식은 포장해서 먹었던 터라 내가 요리 실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은 안 했다.


그러다 지금의 신랑과 연애할 때, 그에게 국수를 끓여주었을 때 난 멸치를 넣고, 불을 올려놓은 채 끓는 물에 중면을 넣고 잠시 화장실을 갔다. 그 사이에 면은 끓는 물에 멸치들이 달라붙고, 긴 면은 냄비 높이만큼 반으로 접혀 불에 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남자 친구(지금의 신랑)는 이제 와서 고백이지만 충격을 받고, 결혼하게 된다면 요리는 자기가 해야 되겠다고 다짐을 했단다.


난 지금도 요리를 할 땐, 블로그와 유튜브를 찾아보는데, 요리 레시피가 달라서 어떤 걸 봐야 할지 몰라 시간이 오래 걸린다. 찜닭 하나 하더라도 4-5시간 걸려서 아침에 요리하면 저녁에 먹을 수 있다고 신랑은 한 숨을 내쉬다가 결국 직접 나선다.


지금 식단을 하는 것도 사람들은 요리 잘하는 신랑이 싸주는 줄 아는 사람도 종종 있다.

요리 실력이 뛰어난 신랑과는 다르게 나는 주부 8년차가 되었음에도 어렵고, 스트레스가 쌓여 이렇게 하다가는 식단 하기 힘들겠다는 결단이 생겼다. 지금 내가 1년 가까이 싸다니는 도시락은 거의 찌고, 데치며, 삶아서 아무 간도 안 한 채로 동그란 접시에 담는다.

요리가 필요없는 식재료들

생식으로 먹으면 건강에 좋은 음식


1. 비트 : 비트는 천연 당분 및 필수 영양소를 최다량 함유한 채소이다.

비타민 A, B, C / 칼륨, 마그네슘, 철분 같은 미네랄 / 섬유질, 또한 규칙적으로 먹으면 면역체계, 혈액순환, 심신 건강 주요 기관들을 돕는다. 비트를 생으로 먹으면 두뇌가 필요한 엽산을 최대 25%까지 제공할  있다.


2. 브로콜리 : 비타민 C, 칼슘, 심혈관계 자기 면역 질환 뿐만 아니라  발병률을 줄여주는 화합물인 설포 라탄 상당량 포함.


3. 양파 : 알리신이라고 불리는 활성 화합물이 함유되어서 신체에   흡수되면 암을 예방하고, 불안을 완화하며 심혈관계 건강을 개선한다.


4. 홍고추 : 비타민 C 일일 권장량의 최대 3 넘는 함유량이 포함. 또한 비타민 B6 E  마그네슘 훌륭한 공급원이기도 하다.


5. 견과류 :  칼로리 식품이기는 하지만 건강한 지방, 단백질  항산화 물질의 훌륭한 공급원이다. 유전자 조작 오일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서 아몬드, 캐슈너트, 헤이즐넛, 호두 다량의 비타민과 미네랄을 함유하고 있어 생식으로 먹는 것이 좋다.


6. 베리 : 말린 베리, 시리얼과 견과류로 에너지바를 만들어서 건강한 아침 식사  간식 대용으로 먹는 것이 유행이다. 그러나 말린 베리에는 생식으로 섭취하는 것과 동일한 영양분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7. 마늘 : 알리신과 항산화 물질이 풍부한 건강식품인데, 조리 과정을 거치면 마늘의 비타민과 미네랄은 최대 90%까지 파괴될 수 있다.


-건강을 위한 발걸음에서 발췌-


처음에는 생식으로 먹어도 되는 방울토마토, 오이만 먹다가 자료를 찾아보면서 조금씩 먹거리를 늘리다 보니 비트, 콜라비, 살짝 데친 브로콜리, 양배추, 병아리 콩, 연근 등으로 늘려가다 보니 컬러도 다양해지고, 처음 맛보는 자연 식재료에 감동을 느끼고 있다.

데치고, 찌거나 생으로 먹는 채소

이렇게 생식으로 먹다 보면 씹는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고, 씹는 행위의 즐거움을 알게 된다.

과일, 채소도 갈아 마시는 즙보다는 씹어서 먹는 걸 더 좋아하는데, 오래 씹으면 본연의 맛을 알고, 음식이 불어나 쉽게 포만감을 느껴 적게 먹을 수 있다. 이러다가 본 업을 뒤로하고 이 쪽 분야로 빠지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희열까지 느낀다. 물론 요리가 아닌, 식재료가 주는 건강에 관한 분야다. 그만큼 1년 동안 식재료만 바꿨을 뿐인데, 음식이 나에게 주는 변화가 너무 크다.


어쩜 요리가 어려운 이유는 맛보다 재료를 멋지게 포장하고 싶은 욕심때문이지도 모르겠다. 재료 자체만으로 이렇게 멋진 맛을 선물해주고,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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