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새의 노래 11화

꽃이 되어

chpter 10. 완벽한 평온함

by 유니제이


꽃은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말을 하지 않았고, 움직이지도 않았다. 마치 존재하지 않는 듯, 그러나 존재했다. 새벽의 첫 빛이 여린 꽃잎에 닿자, 그는 조용히, 그러나 완전하게 피어났다.

그 색은 티끌 하나 없이 새하얗고, 꽃잎의 결은 얇고 투명했으며, 가장자리는 가장 거친 바람에도 무너지지 않을 만큼 섬세했다. 마치 세상의 모든 순수함이 응축된 듯, 완벽한 아름다움이 그곳에 있었다.

새는 그 꽃을 처음 보았을 때, 잠시 허공에서 멈추었다. 늘 바쁘게 움직이던 날갯짓도, 흥얼거리던 노래도 멈추고, 홀린 듯 그 자리에 머물렀다. 아무 의심도 없이, 어떤 불안감도 없이, 그는 투명하고 여린 꽃잎 위로 사뿐히 내려앉았다.

꽃은 그를 반기지 않았고, 거부하지도 않았다. 그저 완벽하게 피어 있는 것. 자신이 어떤 격정적인 이유로 피어났는지조차 모르는 듯한, 세상의 모든 비밀을 감춘 듯한, 완벽하게 맑고 순수한 형상이었다.

새는 꽃의 곁에서 노래를 불렀다. 이전처럼 긴 여운도, 높은 떨림도 없었다. 그저 흥얼거리듯, 속삭이듯 조용한 노래를 불렀고, 꽃은 흔들림 없이 그 곁에 존재했다. 잎 하나 떨어지지 않았고, 어둠이 깃든 그림자 하나 더해지지 않았다. 그 순간은 이미 완성된 정적이었다.

꽃은 나무처럼 웃지 않았고, 아프지도 않았다. 그저 완벽하게, 섬뜩할 만큼 아름다웠다. 그리고 그 아름다운 외형 안에, 비어 있는 듯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마치 아무런 감정이나 욕망도 존재하지 않는, 그저 투명한 존재처럼.

새는 알지 못했다. 그 꽃이 무엇에서 비롯되었는지, 그 맑고 깨끗한 형태 안에 무엇을 담고 있는지. 그가 아무렇지 않게 앉은 그 자리가, 어떤 거대한 무너짐 위에 세워졌는지. 무수히 많은 파열음과 썩어가는 고통, 광기 어린 집착과 절규 끝에 피어난 존재임을 그는 전혀 알지 못했다.

그는 그저, 그 꽃이 좋았다. 그 새하얀 맑음이, 그 압도적인 고요함이, 그 부드럽고 섬세한 결이. 모든 것이 그에게 완벽한 안식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그는 다시 노래를 시작했다. 언제나처럼, 무심하고, 맑게. 그의 노래는 꽃잎 위로 스며들었고, 다시 그 자리에 울려 퍼졌다. 그 자리는 모든 비극이 시작되었던 자리였고, 이제는 모든 것이 끝난 것처럼 보이는 완벽한 평온함이 지배하는 곳이었다.

그러나—

정말 끝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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