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끝에 제목은 <윤이나는 삶>으로 정했다. '반짝이는 인생'이라는 뜻보다 더 담고 싶었던 건 윤이나는 반드시 '산다는', 온전히 살아낼 거라는 의지였다.
하나의 브런치북에 담을 수 있는 글은 최대 30편이었지만 가독성을 고려하여 22편으로 추렸다.실리지 못한 글들이 부유(浮遊)하고 있는 것 같아 다시 펜을 든다.
삶이 당신에게 레몬을 준다면, 레모네이드를 만들어라.
When life gives you lemons, make lemonade.
라는 말이 있다. 여기서 '레몬'은 인생에서 찾아오는 시련과 고난, 실패 등을 의미한다. 삶에 불행(레몬) 이 찾아왔을 때 좌절하지 말고 전화위복의 기회(레모네이드)로 삼으라는 뜻이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긍정적인 자세와 적극적인 대처를 말하고 있다.
삶은 나에게 암을 주었다. 솔직히 한 번은 해볼 만했고 그렇게 겁나지도 않았다. 암의 정체를 알기에 나는 너무 어렸고 순진했다. 나의 무지몽매함을 간파하고 있던 녀석은 불쑥불쑥 찾아와 인생을 흔들어 놓았다. 잘만 견디면 없던 일이 될 줄 알았는데, 깨끗하고 치료받고 새 출발 하고 싶었는데... 인생의 절반을 암과 함께 보내며 이제 더 이상 그를 외면하고 살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암이 재발했지만 괜찮았다. 우리나라의 암 치료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니까 병원을 믿었고, 의료진을 믿었고, 나 자신을 믿었다. 6번이었던 첫 항암치료와는 달리 4번 맞는 주사라는 말에진료실에서박수를 치던도른자(?)가 나였다. 유방암이처음 재발 한 후 10년 사이에 5번의 수술과 그에 따른 치료들이 있었고, 설상가상으로2차 암을 겪고 나서는서울 살이를 접고 공기 좋은 곳에서 요양을 하며 지냈다.
이 모든 것이나의이십 대와 삼십 대에 일어난 일들이다.
나는 적어도 내가 받은 것이 '레몬'은 될 줄 알았다. 시고 쓰고 떫어 맛으로 먹는 음식은 아니지만, 그래도 설탕이나 꿀을 넣어 잘 손질하면 시원한 레모네이드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레모네이드가 어렵다면 레몬수로 먹거나 레몬즙을 짜내 상큼하게 쫙 들이켜 디톡스라도 하지 싶었다.
하지만 난 아무것도 만들 수 없었다.
삶이 나에게 준 것은
레몬이 아니라 '두리안'이었던 것이다!!!
인생이 나에게 두리안을 투척했다.
레몬보다 훨씬 더 크고, 부리부리하며 날카롭고, 딱딱하고, 냄새나는 열대 과일 두리안. 흡사 시한폭탄을 들고 서 있는 느낌이었다. 껍질을 까는 방법도 모르고 주스를 만들기에도 애매했다. 닦고 지워도 고약한 냄새가 계속해서 풍겨왔다.
잊고 살고 싶었다.
의미 있는 시간이었지만 아름답기만 한 기억도 아니어서 툭툭 털어내고, 보란 듯이 내 길을 가고 싶었다. 하지만 암과 함께한 시간들이 과거에 묻히지 않고 어김없이 도돌이표를 그리면서, 그를 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