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질을 해서 땀을 뺐으면 다시 목욕을 한다. 여기에 대해서는 별로 할 말이 없다.
그저 전과 같이 다시 샤워하고 탕에 들어가 멍하니 앉아 있는다. 찜질로 인해 흘린 땀을 씻는 것 외에도 이 목욕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환상 같았던 행복한 목욕과 끝맺고, 다시 피곤한 일상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것이다.
영어에서는 자동사와 목적어 사이에 접착제 역할을 해주는 전치사가 있다. 여행에서는 여행과 일상 사이에 있는 돌아오는 길이 있다. 찜질과 일상 사이에는 목욕이 있다.
어떤 특별한 일이든, 그 일과 일상 사이에는 완충제가 있어야 한다.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전환이 빠르게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 일을 하다가 갑자기 다른 일로 옮기는 건 힘드니까. 찜질 후 다시 하는 목욕이 바로 그 완충제 역할을 한다.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랄까.
목욕을 마쳤다면 때도 밀고, 샤워도 하고, 이번에는 닦고 나온 후 로션을 바르고 머리도 말려서 빗고 묶는다.
그리고 옷을 입고 신발을 신고 짐을 챙겨서 피곤한 일상으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