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방문과 부푼 꿈

by 윤문

蒼天已死 청천이사

黃天當立 황천당립

歲在甲子 세재갑자

天下大吉 천하대길


푸른 하늘이 이미 죽었으니

누런 하늘이 마땅히 서고

갑자년에는

천하가 대길하리라


또한 이런 내용의 방문을 써서 제자들을 시켜 천하에 퍼트리게 했다.


천공장군 대현량사 장각이 천하에 말한다.

썩을 대로 썩은 이 한나라는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불인하고 불의하며 탐관오리가 들끓는다. 이는 천명을 거스른 것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갑자년에는 천하가 대길하여 탐관오리로 가득한 이 썩어빠진 한나라는 죽고 모두가 평등한 농민들의 천국이 서리라. 일어나라, 농민들이여! 부패하고 타락한 한나라를 무너뜨리고 우리 손으로 농민들의 천국을 쟁취하자!


장각의 제자가 붙인 이 방문을 이양이 보고 이관을 데려와 이관이 보게 했다. 이관은 방문을 읽고 집에 돌아가서 이양에게 묻는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양은 당장이라도 가담하고 싶은 눈치이다. “이 난세에서 우리 같은 농민들의 희망은 태평도밖에 없지 않나요? 우리도 당장 일어나서 부패한 나라를 갈아엎는 데 힘을 보태야죠.” 당장이라도 가담하고 싶은 듯한 이양의 반응에 비해서 이관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이 장각이란 인물은 뛰어난 인물임에 분명하네요. 글도 잘 쓴 듯하고요. 그러나 성공할지는 확신하지 못하겠습니다. 아직 경솔히 행동할 때는 아닌 듯하군요”


이양은 이관의 뛰어남을 잘 알고도 이관의 반응을 무시하며 동참하기로 한다. “이 나라는 이미 희망이 없고, 유일한 희망은 태평도입니다. 부인이 뭐라 하든, 저는 농민의 천국을 건설하는 이 일에 동참해야겠습니다.” 그날 이양은 집 앞에 “갑자” 두 자를 써 놓고 머리를 누런 천으로 싸매었다. 방문의 말처럼 농민들의 천국이 도래하길 기대하면서. 이양처럼 부푼 꿈을 안고 문에 “갑자” 두 자를 적고 머리를 누런 천으로 싸맨 사람들이 많았다. 대부분 가난한 평민들로 이루어진 이들은 자신들을 가난하게 만든 썩어빠진 한나라를, 아니 어쩌면 이들을 가두어 놓는 이 봉건제를 뒤엎는 데 힘을 보태자며 너 나 할 것 없이 들고일어났다. 서주뿐만 아니라 청주, 유주, 기주, 형주, 양주, 예주 이렇게 7개 군의 사람치고 문에 “갑자” 두 자를 적어놓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태평도를 따르는 사람은 많았다.


한편, 장각 밑에는 태평도를 따르는 사람들이 나날이 늘어갔다. 제자는 5백여 명 가까이 되었고, 따르는 이들은 수만여명인지라 장각은 그들을 36방으로 나누고 각 방의 우두머리를 “장군”이라 칭했다. 대방은 1만여 명, 소방은 6-7천여 명이였으니 도합 몇 명인지는 알 길이 없으나 관군이 제압하기 벅찰 정도의 큰 세력이었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직접 가담한 백성 외에도 꾸준히 식량 등을 지원하거나 문 앞에 “갑자” 두 자를 적어 놓고 태평도를 따른 사람들을 도와주는 집들도 셀 수 없었다. 이렇게 태평도를 따르는 집이 많은 가운데 태평도는 속속들이 세를 확장해 나갔고, 관군들은 진압에 애를 먹었다. 태평도를 따르는 모든 사람들은 기대에 부푼 상태였다. “이렇게 순탄하게 농민들의 천하가 도래하는 것인가?”


또한 장각도 일이 잘 풀려나가자 야망에 부풀었다. “농민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손쉽게 천하를 장악하고, 내가 스스로 황제에 오를 것이다.” 천하를 삼키려는 야망은 그때부터 시작이였을까? 아니면 애초에 황제의 야망을 가진 인물이었던 걸까?


keyword
이전 01화1-1. 일반의 백성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