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이양은 태평도를 따르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도중 옆집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거기에 있던 사람들은 갑자기 들리는 비명과 얼어붙은 분위기에 놀라 어쩔 줄 몰라하는 와중이었다. 그때 이양이 옆집을 살짝 엿보니 누런 띠로 머리를 맨 사람들이 옆집 여자를 강간하고 죽이고 있었다. 옆집 문에는 “갑자”두 자가 없었으며, 이를 본 사람들이 집으로 쳐들어가 닥치는 대로 사람들을 죽이고 강간하며 약탈하고 있었던 것이다. 약탈을 마친 사람들은 핏물로 흥건해지고 텅 빈 폐허를 남기고 홀연히 떠났다.
이양으로부터 이 일을 전해 들은 이관은 한숨을 쉬며 말한다. “그러면 지금 문 앞의 “갑자”를 지우면 우리도 같은 일을 당할 게 분명하고, 또한 부패한 한나라의 편을 드는 꼴이지요. 그러나 ‘갑자’를 지우지 않기에는 너무 태평도를 앞세워 저질러지는 폭력이 마음에 걸리신다는 말이지요? 지금의 형세로 보았을 때 곧 진압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네요. 하지만 연말쯤에는 결국 사그라들 것이 분명합니다. 때를 잘 보아가며 지우지요.” 이 말을 듣고 이양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과연! 내 폐부를 꿰뚫어 보는군요. 그렇게 하지요. 하지만 저는 아직 이 태평도에 희망을 품고 있습니다. 여하튼 조금 더 지켜보지요.”
그러나 그날부터 장각의 제자들은 문 앞에 “갑자” 두 자가 없으면 사람들을 몰살하고, 있으면 장정들을 병사로 끌고 갔다. 태평도를 따르는 군대는 나날이 늘어 갔다. 세력 또한 무서운 기세로 확장되어 갔다.
여기서 새로운 인물이 등장한다. 바로 이 ‘민란’을 진압하기 위해 일어선 군웅들이다. 동탁, 공손찬, 원소, 유비, 조조, 손견 등이 이들이었다. 태평도 세력을 진압하기 위해 일어선 군웅들의 군대는 잘 훈련되어 있었고 기세 또한 매서워 태평도 세력의 군대를 차차 토벌해 나갔다. 또한 “황건적”이라는 명분으로 닥치는 대로 사람들을 죽이고 강간하고 약탈했다. 이들은 가는 곳마다 승리를 거두고 수급 수만여 급을 베었다. 포로도 많았는데 포로 중 대다수는 잡은 이의 병사가 되었으며, 동탁 군에게 사로잡힌 포로는 끔찍한 죽음을 맞았다. 포로들 중 극히 일부만 고향으로 돌려보내졌다. 이때 인구가 많이 줄었다고들 이야기한다.
어느 날 이양은 장각의 제자들에 의해 반 끌려가다시피 해 죽창을 받고 태평도 신자들의 틈에 섞여 관군과 맞서게 되었다. 그리고 그날 이후로 이양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한다. 아마 죽은 이양의 수급은 관군, 혹은 ‘의병’이 베어 온 수급 수만여 급 중에 있을 것이다.
장각은 이때부터 초조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는 원래부터 병약했는데 얼마 전부터 병세가 급격히 나빠져 태평도술로도 차도가 없었다. 그 와중에 수가 강을 메울 듯이 많던 그의 군대는 병법대로 훈련된 군웅들의 군대와 붙자 바로 토붕와해(걷잡을 수 없이 무너짐) 되었다. 소식을 들은 장각은 더욱 병세가 악화되어 피를 토하며 죽었으며, 장보와 장량은 전사했다.
이관이 이 소식을 전해 듣고 장각을 다음과 같이 평했다. “장각은 유능한 군벌이었으며 백성들의 민심을 얻을 줄 알았으나 그를 유지할 줄 몰랐고, 결정적으로 태평도만 알았지 병법과 군법은 몰랐다. 그의 패망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