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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윤식 Oct 15. 2019

물질이 생명이 되는 이야기

이기적 유전자, 1976


이기적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 지음, 홍영남∙이상임 옮김 / 을유문화사 -2만 원


이제야 읽었다. 43년 전에 나온 책이다. 긴 시간 동안 <코스모스>와 더불어 과학 분야의 대중서로 읽히는 작품이다. 나는 언제나 궁금했다. 우리는 어디서 왔을까. 우리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코스모스는 전자의 답변을 해주고, <이기적 유전자>는 후자에 관해 말해준다. 빅뱅으로 시간과 공간이 만들어졌다. 그 자리에 생명이 돋아났다.


45억 년 전 지구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물, 이산화탄소, 암모니아, 메탄 등의 화학 물질이 땅과 바다에 존재했다. 그 물질들이 태양의 자외선과 전기방전의 영향을 받아 더 복잡한 분자를 만들어냈다. 그중에는 DNA를 구성하는 단백질과 퓨린, 미딘이라는 유기물이 포함됐다. 그렇게 만들어진 DNA 분자는 자신을 복제하면서 단백질의 제조를 간접적으로 통제했다.


생명이 시작됐다. 유전자는 DNA에 속한 선택의 최소 단위다. 그들은 진화와 진화를 거듭했다. 단세포에서 다세포로 몸집을 늘려갔다. 어떤 생명체는 암수라는 것으로 성을 분화했다. 자기 복제를 위해 신체를 만들었다. 더 안정적인 복제를 위해 근육과 심장, 눈 등과 같은 장치가 생겨났다. 목적은 하나다. 유전자의 자기 복제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동식물이 해당한다. 예외는 없다.


유전자는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친다. 생명체의 모든 행위가 영향을 받는다. 아이가 부모에게 웃는 것은 안정적으로 먹이를 공급받기 위한 표현이다. 여성에게 폐경이 있는 것은 신체나이가 젊은 사람이 아이를 낳게 하기 위함이다. 더 건강한 아이, 즉 유전자의 자기 복제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다. 수사자가 서로 위협하기만 하고 제대로 물지 않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상식은 사실이 아니다. 엄마가 자신의 아기를 사랑하는 것은 이타주의가 아니다. 유전자가 자기 복제를 하려는 이기주의를 위해 표현된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나비의 날개가 화려한 것은 구애가 아니다. 그런 날개를 가진 나비가 맛이 없다는 것을 새는 안다. 새를 피하기 위해 나비는 진화했다. 개미의 여왕은 여왕이 아니다. 일개미에게 잡혀서 평생 번식을 해야 하는 존재일 뿐이다.


유전자는 최소의 선택 단위다. 유전자의 종류와 순서에 따라 생명체는 달라진다. 그러나 유전자로 모든 것을 해석해서는 안 된다. 변수가 있다. 유전자의 세계에서도 돌연변이는 존재한다. 인간에게는 유전자의 이기성에 대항하는 뇌가 있다. 인간는 그저 유전자에게 순응하지 않는다. 대표적인 예가 피임이다.


책의 내용을 일부만 적어봤다. 이는 백사장의 모래알 수준이다. 유전자는 노화, 행동, 소통, 공격, 혈연, 가족, 갈등, 암수의 관계 등 모든 것에 관여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기적으로 태어났기에 이기적으로 살다가 생을 마감하는 것일까. 사랑과 희생과 같은 인류의 가치는 무의미한 것일까. 그 해답은 직접 책을 펼치고 찾아보시길 권한다. 매우 유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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