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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파북쓰 Dec 09. 2021

1.2 스포츠가 좋아요

남(男) 다른 아빠의 육아 도전기 - 1. 나는 노는 걸 좋아했다.

남(男) 다른 아빠의 육아 도전기 - 1. 나는 노는 걸 좋아했다.

부모님 덕분에 많은 학원에 다니고 다양한 스포츠를 경험했다. 학원 다니는 건 싫었지만 운동을 다니는 건 좋아했다. 가장 먼저 배운 건 수영이었다. 아파트 단지 옆에 스포츠센터가 있어서 어렵지 않게 수영을 배울 수 있었다. 참 좋은 환경에서 살았다. 넓은 놀이터도 있고 근처에 스포츠센터도 있다는 것은 행운이었다.


중학교 때 이사를 간 빌라 지하에는 탁구장이 있었다. 아시아 선수권 대회에서 단체 금메달을 획득한 선수가 운영하는 탁구장이었다. 자연스럽게 탁구를 배웠다. 이때 배운 탁구는 군대에서 그리고 회사 생활할 때 많은 도움이 됐다. 아버지를 통해서는 골프를 배웠다. 집 근처에 있던 골프 연습장에 등록하고 배우러 다녔다. 그 당시에는 지금처럼 대중적인 스포츠가 아니었다. 중학생이었던 나는 골프 하는 게 조금 눈치가 보였다. 부모님 눈치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 시선이 신경 쓰였다. 엘리트 스포츠인 골프를 치는 것이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 찢어지는’ 거로 생각했다. 분수에 안 맞는다고 생각한 거다. 골프는 재밌었는데, 나는 미성숙하고 자존감이 낮은 아이였던 것 같다. 이렇게 배운 골프는 대학교 때 도움이 됐다. 대학교에서 골프 수업을 들으면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고등학교 때는 유도부에 들어갔다. 호신술을 배울 수 있다고 해서 처음 시작했다. 친구들과 시작해서 유도 단증(초단)을 취득하기도 했다. 실력보다는 운이 많이 작용했다. 유도가 재밌었던 건 나보다 덩치가 큰 사람도 이길 수 있다는 점이었다. 큰 체격 차이가 아니라면 나보다 힘이 센 사람도 넘길 수 있는 것이 매력적이었다. 수능 때는 유도 자격증 하나만 믿고 용인대 경호학과에 지원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많은 스포츠를 배우고 접했다. 스케이트, 스키, 스노보드, 테니스, 배드민턴, 스쿼시 등 긴 시간 배운 것도 있고 방학이란 짧은 시간 동안 배운 것도 있다. 운동하면서 내 한계를 느껴보기도 했고 한계를 극복해보기도 했다. 방학 때 스킨스쿠버를 체험해본 적이 있다. 바닷속으로 들어가면 수압으로 인해 귀가 아프다. 설명을 듣고 잠수를 했지만, 막상 귀가 아프니 겁이 났다. 줄을 잡고 밑으로 내려가는데 나보다 먼저 간 사람은 안 보이고 귀는 계속 아팠다. 고막이 찢어질까봐 겁이 났다. 결국 중간에 다시 올라갔다. 동생을 포함하여 끝까지 내려간 사람은 바닷속 멋진 풍경을 경험했지만 나는 말로만 들었다. 그때 귀아픔을 참지 못하고 올라왔던게 지금도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반면, 스노보드를 탈 때는 내 한계를 극복했다. 나는 겁이 많고 다칠까 봐 걱정이 많다. 스키를 탈 때는 괜찮았는데, 두 발이 붙어있는 스노보드를 타니까 겁이 많이 났다. 몸은 자꾸 뒤로 쏠렸다. 무게중심이 앞쪽에 있어야 안전한데 나는 자꾸 뒤로 쏠리다 보니 넘어지고 힘만 들었다. 무게중심을 앞으로 하고 속도를 이용해야 하는데 계속 겁이 났다. 나에 대한 불만과 답답함으로 고생하다가 딱 한 번 용기를 냈다. 다치더라도 해봐야 한다는 마음으로 무게중심을 앞으로 주면서 스노보드를 탔다. 그 전과는 다르게 넘어지지 않고 속도를 이용할 수 있었다. 딱 한 번의 용기가 내 한계를 넘게 해주었다. 그때 그 기분은 아직도 생생하다.


매주 운동하고 찰칵!

축구를 통해서는 친구를 사귈 수 있었다. 중3 때 전학을 갔다. 아는 친구 한 명 없는 3학년 교실에서 친구를 사귀는 건 힘들었다. 낯선 환경에 먼저 다가가지 못했다. 체육 시간에 축구를 하면서 친구들이 다가왔다. ‘너 축구 잘한다’라는 말을 통해 가까워졌고 이를 계기로 친해질 수 있었다. 방과 후에도 같이 축구를 하면서 아주 친해졌다. 고등학교에 가서도 마찬가지였다. 키도 작고 소극적인 나에게 축구는 나를 알릴 방법이었다. 축구를 하면서 자신감도 얻고 친구도 사귀었다.     


다양한 스포츠 중 단체 스포츠를 좋아하는 편이다. 다 같이 협력해서 상대방을 이기는 것이 즐겁다. 나 혼자라면 할 수 없는 것을 누군가와 함께하면서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단체 스포츠의 매력이다. 이렇게 함께하면 ‘1+1=2’가 되는 것이 아니라 ‘3’이 되고 ‘10’도 될 수 있다. 시너지 효과를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축구를 할 때도 개인별로 보면 능력치가 낮지만, 한 팀이 되어 승리의 경험을 만끽하기도 했다. 이런 것들이 좋아서인지 스포츠 만화를 봐도 약팀이 강팀이 되어가는 스토리를 좋아한다. 그 안에서 서로 협력하고 북돋아 주며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는 그런 내용이 좋고 영향도 받았다.


많은 운동을 접했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모든 분야에서 평범한 수준을 넘지 못한 것이다. 어느 정도 수준이 되면 거기서 멈췄다. 탁구를 배울 때 대회에 참가했지만 너무나 잘하는 상대를 만나 맥없이 진 기억이 있다. 그 사람을 이기려고 더 발악하고 노력했다면 어땠을까? 한번쯤은 예선을 통과하지 않았을까? 골프도 좋아했지만, 적당히 하고 멈췄다. 꾸준히 했다면 세미 프로 정도는 도전할 수 있지 않았을까? 축구도 그렇게 좋아했지만, 더 높은 곳을 향해 갈 생각을 못 했다. 초등학교 때 축구선수가 하고 싶다고 말만 했지 축구부가 있는 학교를 찾아본다거나 부모님께 강력하게 어필하지 못했다. 그냥 축구를 좋아하는 학생이 되었을 뿐이다. 다양한 경험도 좋지만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앞에 놓인 벽을 넘기위해 조금 더 노력했다면 어땠을까? 참 아쉬운 점이다.


부모님께서 왜 이렇게 많은 운동을 접하게 해줬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좋아하니까 시켰을 수도 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도 우리 아이들이 많은 운동을 해보면 좋겠다. 운동하면서 도전하기, 용기 내기, 한계를 넘는 경험, 시너지를 통해 좋은 결과를 만드는 과정 등을 배우길 바란다. 경험을 통해 얻는 지식과 지혜는 평생 잊지 못하게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실패도 있고 지는 경험도 많이 할 것이다. 그것 또한 좋은 경험이기에 아이들이 많이 부딪치고 꺾이고 이겨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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