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는 그동안 남편과 가정을 일으키기 위해 제 온몸과 마음을 다 쏟아 부었습니다
이제는 글 속에 그 마음을 고이 담고 있는 중입니다.
조금 늦은 듯 보일지라도, 하나님의 때에 아름다운 열매 맺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어릴 적 유리의 고향 집 마당 한 켠에는 우물이 있었다.
1년에 한 번씩 우물청소를 하던 날이 기억난다.
손잡이 들통에 노끈을 매달아서 고여 있던 물을 다 퍼내야만
그 속에서 맑고 깨끗한 새 물이 솟아올랐다.
어릴 때는 그 이유를 몰랐다.
왜 힘들게 물을 퍼내야 하는지,
그저 힘들게 왜 저렇게 할까 싶었다.
그런데 지금은 알겠다.
고여 있는 물을 내보내야 새로운 물이 나온다는 것을.
요즘 유리는 글을 쓰며, 또 묵상하며,
마음의 우물을 자꾸 퍼내고 있다.
깨끗하게 새로운 생수가 솟아나길 기대하면서 열심히 퍼 내는 중이다.
속에 담아둔 오래 전의 기억들과 생각들,
때로는 아픔과 서운함까지 꺼내어 글로 쏟아낸다.
그렇게 비워낼 때마다
유리의 안에서 다시 맑은 샘물이 솟아난다.
묵은 물을 퍼내는 일은 때로는 고단하지만,
그 끝에 솟아나는 새 물은 언제나 유리의 영혼을 시원하게 적셔준다.
어릴 적 시골에서 보았던 산 속의 옹달샘물도 떠오른다.
깨끗한 바위틈에서 퐁퐁 솟아나던 맑은 물.
고이지 않고 흘러가기에 늘 맑고, 늘 시원했었지.
유리는 그 모습이 너무 좋아서,
지금도 가끔 꿈을 꾼다.
맑은 물이 졸졸 흘러가는 꿈.
그리고 겨울에도 우물물은 얼지 않았던 사실이 떠오른다.
지하에서 솟아나는 물은 사철 같은 온도를 지니고,
손을 담그면 오히려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 온기가 유리의 마음까지 감싸 주었던 기억이 있다.
아마도 그 물은 유리의 마음 깊은 곳에서
하나님이 보여주시는 은혜의 표정일 것이다.
“멈추지 말고 흘러가라,
네 글은 멈추지 않는 샘물처럼 흘러야 한다.”
그분이 제 마음에 속삭여주시는 듯하다.
요즘 유리는 마음의 우물을 퍼내며,
글 속에서 새로운 샘물이 솟아나기를 기도하며,
비록 작은 물줄기일지라도,
흘러가는 동안 누군가의 마음에 닿아
생명의 기운을 나누어 주기를 기도하는 마음이다.
옹달샘의 물처럼, 그 맑은 물처럼 작지만, 조용히 흘러
그 물 한 모금이 마시는 이의 갈증을 잊게 해 주기를 기도한다.
주님,
제 마음의 우물을 비워내어
새로운 샘물이 솟아나게 하소서.
묵은 물을 퍼내듯,
제 안의 오래된 상처와 아픔도 주님께 맡겨 드리오니,
맑은 은혜의 물로 채워 주소서.
그 물줄기가 제 글이 되어
누군가의 갈증을 해소하고,
지친 영혼을 시원하게 하기를 원합니다.
멈추지 않고 흘러가는 샘물처럼,
저의 글도 멈추지 않고 흘러가
생명과 소망을 나누게 하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글: 유리 / 그림: 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