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을 처음 타는 기분은 어떨까?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 최초로 전철이 생겼다.
사하라 이남 국가 중 최초로 전기로 운행되는 경전철을 도입한 사례라고 한다. 경전철 최초 운행을 앞두고 온갖 뉴스는 물론 친구들, 직장동료 등 모임에서 경전철은 핫한 주제였다.
반응은 아주 극명했다.
이제 나도 전철이란 걸 탈 수 있다는 흥분. 아프리카 중 최초라는 자부심. 그래 봤자 하루에 전기가 3번씩은 나가는 이 나라에서는 안 될 거라는 시니컬한 반응까지 가지각색이었다.
태어나서 전철을 처음 타는 건 과연 어떤 기분일까?
나는 태어날 때부터 전철이 있었다. 적어도 내가 기억하는 순간부터는 그랬다. 중학생 때, 친구들과 시내로 나가려면 지하철로 두 정거장을 가야 했다.
종이로 된 지하철 표를 개찰구에 넣으면 지징-소리와 함께 빨려 들어갔다가 반대편으로 토해 내었다. 대학생 때는 술에 취해 막차를 타고 종점까지 갔다가 귀소본능을 발휘하여 가까스로 귀가한 적도 있다.
그만큼 지하철은 내게 일상이었다. 비록 토큰, 종이티켓, 카드 등 변천사는 있었지만 전철을 이용하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에티오피아에 경전철이 오픈한 지 일주일도 안 됐을 때였다. 운행하던 경전철이 전기가 끊겨 길 위에 덩그러니 멈추었다. 결국 승객들이 다 같이 내려 경전철을 밀었다. 그 뒤로도 이런 일은 아주 흔하게 일어났다.
오픈 첫날에 경전철을 처음으로 타보고 싶다고 생각한 건 나뿐만이 아녔다. 출퇴근 시간이 아님에도 한국 지옥철을 방불케 하는 인원이 전철 한 칸에 구겨졌다. 그러고도 전철을 두어 대 더 보내야 ‘낑겨질 권리’가 주어졌다.
지옥철이라면 치를 떨었는데, 1년 간 볼 일이 없어 감이 둔해졌나 보다. 미니버스를 타면 더 빨리 도착할 거리를 굳이 발을 들이밀어 전철을 탔다. 버스로 15분 거리를 40분 만에 도착했다.
“요하니스, 새로 오픈한 경전철 타봤어?”
“아니? 난 안 타봤어. 별로 타보고 싶지도 않아.”
“아 진짜? 왜?”
“그거 내려서 밀고 싶지도 않고. 사람도 너무 많잖아. 설마 유나, 너 벌써 타본 건 아니지?”
“응…”
기왕 들킨 거 인증샷을 자랑했다. 요하니스는 시큰둥하게 들었다. 눈을 가늘게 뜨고 요하니스를 보았다. 정말 그다지 궁금해하지 않는 눈치였다. 15분 거리를 한 시간 가깝게 걸려 갔다고 하면 흥미를 완전히 잃을 것 같아서 그 말은 쏙 뺐다.
에티오피아에서 살다 보면 같은 지구, 같은 시간에 있지만 마치 완전히 다른 시대에서 숨 쉬고 있는 묘한 기분이 들 때가 많다.
이를테면 길 위에서 체중계를 놓고 단돈 1 비르에 몸무게를 재어주는 아이들을 마주할 때, 미니버스에서 요금을 걷고 정류장마다 손님을 태우고 내려주는 직원들을 볼 때, 경전철의 최초 도입에 시끌시끌한 모습들을 바라볼 때...
그런 이질감에 부딪힐 때마다 나는 늘 ‘Think Globally, Act Locally’를 되새긴다.
같은 눈높이에서 함께 하는 것. 내가 지금 이곳에서 부대끼며 살아가기에 할 수 있는 것들을 감사히 여기며 함께 하는 것.
에티오피아에 있는 하루하루를 더욱 감사하며 귀중하게 보내야겠다.